기고-최순군 농촌진흥청 기후변화생태과 농업연구사
기고-최순군 농촌진흥청 기후변화생태과 농업연구사
  • 이도현 dhlee@newsfarm.co.kr
  • 승인 2015.08.25 2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빅데이터’의 어깨에 올라 기후변화를 바라보자

창조적인 생각은 그동안 쌓아온 ‘정보’를 바탕으로 탄생한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에게 성공의 비결을 물었을 때, 뉴턴은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더 멀리 보았을 뿐입니다’라고 답했다. 기후변화 연구를 하는 입장에선 뉴턴의 겸손보다 거인의 어깨에 어떤 식으로 올랐는지가 궁금해진다. 뉴턴은 당대 유능한 학자들과 편지, 팸플릿, 책 등을 교환하고 서로 토론하며 정보를 교류했는데, 이것이 뉴턴으로 하여금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즉 뉴턴과 함께한 많은 정보들이 거인인 셈이다.

현대의 거인은 빅 데이터(Big Data)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기기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모든 정보를 디지털화하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쌓인 정보를 DVD에 담아 쌓아 올리면 지구에서 달 까지 갈 수 있을 정도이다.

빅데이터, ‘21세기 원유’ 불려

빅 데이터의 가치는 현재를 아는 것 보다 미래를 예측하는데 있다.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은 1억 2000만 명의 고객정보와 구매 데이터를 이용해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먼저 알아 추천해 준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멜론’은 사용자가 자주 듣는 음악의 패턴을 분석해 좋아할 만한 음악을 골라준다. 소비자들은 본인의 필요를 미리 ‘예측’해 서비스하는 ‘빅 데이터 서비스’에 열광한다. 빅 데이터가 ‘21세기의 원유’라 불리는 이유이다.

정확한 기후변화 예측 가능해

빅 데이터는 정확한 기후변화 예측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미 기상 분야에서는 빅 데이터를 이용해 예측 정확도를 상당히 높였다. 전국 90개 지역에서 수십 년간 쌓아온 기상청의 기상데이터는 불확실한 미래기후를 타당한 ‘수치’로 보정하는 데 밑바탕이 됐다. 또한 농촌진흥청에서 운영 중인 농촌지역 159개소 자동기상관측 데이터는 향후 농장단위까지 미래기후 예측의 정확도를 더할 것이다.

한편 환경, 생태분야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벼, 보리, 감자, 배추 등의 다양한 작물과 그보다도 더 다양한 잡초, 그리고 농업생태계 생물 정보 등 그 종류가 많고 분석하기도 쉽지 않다. 과거에는 한 개인이나 연구실, 크게는 기관에서 데이터를 쌓아 왔다.

이 데이터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평가하기에 유용하게 사용됐지만 국민에게 실시간 해충이나 잡초발생 정보, 농업생태계 변화 예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그 양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데이터를 한 개인이나 기관이 만들기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미국, 농업인 스스로 정보 올려

데이터를 만드는 주체는 사람이다. 결국 사람을 많이 모을 수 있다면 빅 데이터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미국 자연자원보존 서비스(NRCS)에서는 농업인 스스로 농장 관리에 대한 정보를 올리도록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한 농장 관리 항목들을 작성할 경우 다양한 세금감면혜택이 돌아간다. 이렇게 모인 빅데이터는 토양 유실량이나 오염물질 배출량, 잡초 및 해충 발생, 농산물 생산량 등을 예측하는데 사용된다.

환경, 생태분야 기후변화 연구에 빅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많은 사람의 참여가 필요하다. 때문에 농업인들 스스로 정보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는 정보 소통창구와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지원정책을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뉴턴이 거인의 어깨에 올라 멀리 볼 수 있었던 것과 같이 농업인이 참여해 만든 거인, 농업 관련 빅 데이터의 어깨에 오를 수 있다면 불확실한 기후변화에 대한 농업부문의 대비를 더욱 철저히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