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계-'쌀 재고 관련 정책토론회'
현장중계-'쌀 재고 관련 정책토론회'
  • 이은용, 이도현 newsfarm@newsfarm.co.kr
  • 승인 2015.09.2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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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재고 단기·중장기적 방안 모색…해결해야”

주정·가공·사료용 공급·대북지원 등 방안 제시


농경연 정책토론회…과잉공급 제도 정비 필요

올해도 어김없이 쌀 재고량이 적정 수준 이상을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면서 쌀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특히 올해 쌀값은 지난해보다 7∼8% 정도 더 떨어지고 있고 생산량도 430만 톤에서 450만 톤 정도로 예상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선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단기적인 재고 처리 방안을 실시해야 하고,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한 중장기 방안(근본적 방안)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난 1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 4층에서 열린 쌀 재고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단기적인 재고처리 방안으로 주정용·가공용·사료용 공급과 대북지원, 해외원조, 사회복지용 확대 필요성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근본적인 쌀 재고증가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작황에 따라 적정수준 초과 물량은 다음해 가공용으로 처분하는 등의 원칙을 정해 과잉공급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나왔던 내용들을 정리해봤다.

◆주제발표

김태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관측실장

“50톤까지 사료용 가능…대북지원 효과적”

쌀 생산유발 정책 재검토·쌀 소비촉진 강화

김태훈 농경연 곡물관측실장은 발제를 통해 “올해 양곡연도 말 쌀 재고량은 135만 2000톤으로 재고율이 32%에 달해 적정 공공비축미 재고율 17~18%를 크게 상회할 것”이라며 “이는 1990년 이후 연평균 쌀 재배면적 감소율(1.8%)이 소비량 감소율(2.5%)에 크게 못 미치는데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특히 “쌀 과잉재고는 정부 방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산지거래가 위축돼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정부 재정부담도 증가하는데 재고량 10만 톤 관리에 연간 316억 원이 소요된다”며 “재고증가는 수확기 가격하락 요인으로 작용해 변동직불금 지출이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방안과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 재고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료용·대북지원 단기방안 효율 ‘높아’

그는 “쌀 재고처리 방안으로 주정·가공용과 사료용, 사회복지용, 해외원조, 대북지원 등 5가지를 제안하면서 재고처리 비용은 사회복지용 지원이 10만 톤당 1233억 원으로 가장 낮고, 해외지원은 10만 톤당 2432억 원이 소요돼 가장 높다”면서 “단기적 쌀 과잉재고 처리방안으로 사료용과 대북지원 고려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현재 쌀 재고의 단기적 처리방안으로 사료용 이용에 대한 거부감이 있으나 약 50톤까지 사료용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또 대북지원은 남북의 정치적 관계에 달려 있으며, 남북관계가 호전되면 대북 식량지원 요구가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단기적 재고 처리에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이와 함께 쌀 재고누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생산된 물량 익년도 처분 원칙 세워야

그는 “작황에 따라 적정량을 초과해 생산된 물량은 익년도 처분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는데 풍작에 따른 일시적 생산과잉이 적정범위를 벗어날 경우 수급안정을 위해 시장 참여자가 예측가능하고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원칙을 마련, 이에 따라 개입해야 한다”면서 “특히 초과 생산돼 격리된 물량은 익년도에 가공용 등으로 처리해 적정재고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쌀 초과공급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정비와 노력이 필요한데 공급측면에서는 쌀 생산유발 정책에 대한 재검토와 쌀 소비촉진 정책은 중장기적 관점에 꾸준히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토론

“쌀 생산조정제 근본적 검토 필요해”

단기 대책 후 근본적 방안 제시돼야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각자의 입장을 바탕으로 해법을 제시하는 등 열띤 토론을 펼쳤다. 우선 경제 전문가들은 구조적 문제인 쌀 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적 대책도 세워야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구조적 공급과잉…정부 개입 줄여야

사공용 서강대 교수는 “공급과잉 문제는 매년 나오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 원인은 단기적인 쌀 재고 처리방안으로 초점을 맞춰 해결책을 찾고 있기 때문”이라며 “구조적인 공급과잉이라면 이 경우에는 사실 생산할 필요가 없다. 비용을 들여 생산하고 정부가 손해를 보며 판매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사 교수는 이어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주정용과 가공용은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 결국 시장격리를 통해 구조적인 공급과잉이 해결될 수는 없다”면서 “일시적인 풍년에 의한 공급과잉에 대해서는 시장격리 하는 것이 직불제를 지불하는 방법이 비용이 적게 들지만 구조적인 공급 과잉에 대해 시장격리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기에 근본적인 문제는 가격을 변화 시켜야 한다. 직불제 때문에 생산조절이 힘들다면 과거의 생산조절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농가서 조절 할 수 있도록 해야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장도 “중장기대책으로 보면 서 교수와 입장이 같다. 장기 해결방법과 단기 해결방안을 함께 가져가야 하는데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 시그널에 따라 쌀 재배 농가들 스스로 공급 조절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시장이 적정한 수준에서 조정이 돼야 한다. 현재와 같은 공급과잉상태에서는 식량안보문제 가중치를 낮춰야 하고, 장기적인 문제는 결국 쌀 재배 면적 축소가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서 실장은 특히 “중장기 방안을 고려하기 전 발등에 떨어진 불을 해결해야 한다. 최대한 재고 처리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을 선택해 사료용이나 저소득계층에게 주는 것, 불가피하게 대북지원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이것들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점은 정부도 알아야 하고 확실한 사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후 위험수준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쌀 생산조정제도 근본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이날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주정·가공용 확대와 사료용으로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주장했지만 반대되는 의견도 나왔다.

단기적 주정·가공용 확대 바람직

송광현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전무는 “주정용과 가공용 확대는 단기적으로는 바람직하다. 새로운 수요확대가 아니기 때문에 재고처리 대책으로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군대·학교 등 공공수요의 우선적 확대와 쌀 맥주산업 육성 등 수요 확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했다.

송 전무는 또 “국산 햅쌀을 이용해 프리미엄급 고품질 가공식품을 만들어야 하고, 확대 되고 있는 가공 밥 확대도 필요하다”면서 “이처럼 밀가루를 쌀로 대체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여기에 일본에서 풍년이 되면 가공용으로 전환하는 제도를 시행중인데 우리도 이 같은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2년산 이전 사료용…이후 가공용

위남량 농협중앙회 양곡부장은 “단기 대책으로 재고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재고미를 연산에 따라 구분해 식용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2012년산 이전 고미는 사료용으로, 2013년산은 주정·가공용으로 처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풍년이 계속되고 추후 가격하락 문제가 뒤따라오고 변동직불금도 계속해서 늘어나게 된다. 단기적으로 재고 문제를 빠르게 처리 하고 올해 물량에 대한 처리 방안을 찾아야만이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대기업 기술개발 투자 등 다각적 방안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은 “아직까지 쌀의 사료용 활용은 소비자 입장에서 정서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특히 쌀 가공제품들이 소비자 입맛과 요구도를 따라 주지 못하기 때문에 소비가 더욱 안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부분에 대해 대기업 등에 기술개발 투자를 요청하고 지속적이고 다각적인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료업체 쌀 사료용 구입 ‘부정적’

김치영 한국사료협회 이사도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쌀을 80~85% 가격에 판매하면 사료회사에서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특히 문제는 배합비를 바꿔줘야 하고 가축이 받는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 파생되는 문제들이 많다. 올해 같은 경우 국제 곡물 가격이 떨어져 있어 구매량이 많아 사료 작물을 추가적으로 원료 구매 계획이 없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토론회에서는 대북원조와 해외지원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인도적 상호협력 연계…쌀 지원 가능

김수암 통일연구원 연구관리본부장은 “지금의 대북정책 환경에서 대규모 북한 쌀 지원을 통해 재고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단순히 퍼주기식 무상지원이 아니라 이산가족이나 국군포로 문제 등 인도적 상호협력 방안과 잘 연계하면 쌀 지원도 어느 정도 고려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잉여쌀 가장 많이 흡수 할 수 있어

임형준 WFP쌀해외지원 한국사무소장은 “일본의 경우 잉여쌀을 인도적 지원에 많이 지원하고 있다. 아이들의 영양실조가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어 이를 지원하는 방향이 좋다”면서 “곡물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슈퍼 시리얼 등의 원료를 지원하는 것도 좋다. 해외 지원은 80여 개국에 지원하고 있어 잉여쌀을 가장 많이 흡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생산자와 정부 입장

“수급불균형 대책 정부 방안 필요해”

다양한 쌀 가공제품 개발…감소 늦춰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쌀 재고량은 계속 늘 것이다. 쌀값하락으로 변동직불금이 5000억까지 소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에 대해 동조할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정부의 개입이 아닌 농가스스로 어려움을 겪어 가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조할 수 없다. 왜냐면 정부에서 손을 놔버리게 되면 쌀 산업전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추가 격리발표로 가격지지 이끌어야

임 총장은 특히 “단기적으로 봤을 때 수급불균형 대책은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 작년 격리 대책으로 18만 톤에 대해 언론보도가 됐을 때 가격지지가 됐다”면서 “이로 인해 1100억 원 정도의 변동직불금이 감소했다. 올해 430~450만 톤 생산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은 없다. 정부가 올해 생산된 남은 물량에 대한 국내 격리조치 대책을 발표하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과잉물량 격리원칙 법제화 필요

임 총장은 중장기 대책으로 “창고 비용으로 생산조절대책에 사용을 고려해야 하고, 가공용과 수출용, 사료용 단지 등 만들어야 한다. 특히 햇반 같은 가공용 즉석밥에 대해 가공용으로 봐야 할지 밥으로 봐야 할지 판단해 이를 밥쌀용으로 적용하면 소비량이 늘게 돼 공공비축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며 “또 시장과잉물량에 대해서는 격리원칙을 법제화해야 하고 시장참여자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난 2012년도처럼 쌀이 모자랐음에 불구하고 폭락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손실 적은 쪽 문제 해결…직접 방안

이런 모든 주장에 정부도 입장을 밝혔다.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소비 감소 폭이 생산재배 면적 감소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결국 시장에서 해결이 안 되니 정부에서 매입하고 보관, 가치 하락 되면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정부는 판매 결손액과 가치하락 보관비용을 비교해 (여러 방안 중)가장 손실이 적은 쪽으로 해결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직접적인 방안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사료용·해외원조·대북지원…어려워

김 식량정책관은 이어 “가공용의 경우 현재 20만 톤에서 내년에는 40만 톤으로 늘릴 계획이고 사료용은 과거 사회적 비판으로 중단됐고 현재 정치권의 시각도 부정적이어서 재배단계부터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해외원조는 네팔 대지진 때도 쌀 원조를 검토해봤으나 결국 수송비 문제로 접게 됐고 현재로서는 어렵다. 대북지원도 현재 시점에서 논의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국 쌀 소비를 촉진해 소비 감소 폭을 둔화시키는 접근이 필요한데 다양한 쌀 가공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또 시범사업으로 그친 생산조정제 재도입을 검토하고, 변동직불금도 쌀 이외의 다른 작물에도 도입하는 생산 중립적 직불제 도입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나타냈다.

이은용, 이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