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농업협상
시선집중-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농업협상
  • 이은용 ley@newsfarm.co.kr
  • 승인 2015.10.2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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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P 가입 ‘쌀·축산물’ 개방 가속화…“큰 피해”



일본 협상과정서 최소 TRQ 방식 시장개방 합의

전문가들 “후발참여희망국…추가 지불비용 ‘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미국이 본격적으로 참여한 지난 2010년 3월 1차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화 됐지만 올해까지 각국의 이견차로 협상이 결렬돼 왔다.

하지만 지난 5일 미국 애틀란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극적으로 타결됨에 따라 우리 정부의 TPP 가입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무역에서 이익을 보고 있는 무역·산업계에서는 TPP가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농업분야는 일본의 경우 TPP협상 과정에서 5대 민감 농산품 시장개방을 한 점을 들면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 중론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농업분야에서는 일본보다 늦게 TPP에 가입하게 된 이상 더 많은 추가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게 다수 통상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일본의 농업분야 협상 결과를 분석해 정부가 충분한 의견 수렴과 대책을 마련해 TPP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쌀 관세 감축 대신 ‘저율 관세 할당’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농정포커스’에서 분석한 일본의 농업협상 결과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품목에 대해 관세를 감축 및 철폐하기로 했지만 ‘중요 5품목(쌀, 보리·밀, 쇠고기·돼지고기, 유제품, 감미자원작물)’으로 분류했던 품목들은 개방을 최소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은 ‘중요 5품목’ 중 쇠고기 및 돼지고기, 유제품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감축에 합의를 했으며, 쌀을 비롯한 이외에 품목은 TRQ(저율관세할당)를 제공하는 것으로 합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TPP 협상결과를 보면 모든 품목의 시장개방 증진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위해서라도 최소 TRQ 등의 방식으로 시장개방을 하도록 합의 됐음을 알 수 있다.

품목별로 보면 쌀은 관세 감축 대신 TRQ를 역내 이해당사국들에게 제공하기로 했으며, 양자협상을 통해 국별 TRQ 수준에서 합의한 것으로 나왔다.


일본, 미국산 쌀 7만 톤 더 들어와

이에 일본은 미국산 쌀을 7만 톤, 호주산 쌀도 8400톤을 TRQ로 더 들어오게 됐다.

낙농품의 경우 캐나다는 전체 낙농품 생산의 3.25%를 수입하기로 했으며, 일본은 치즈 중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고 탈지분유 버터에 TRQ를 제공하기로 했다.

쇠고기는 일본의 경우 현행 38.5%의 관세를 TPP 협정 발효 즉시 27.5%로 감축하고 이후 16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9%까지 감축하기로 했으며, 돼지고기도 수입에 대한 관세를 품질에 따라 차등 감축 또는 철폐하기로 했다.

이 결과에서도 보듯이 일본의 농업분야 합의는 거의 모든 품목이 예외 없이 시장개방이 됐다는 점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품목별 지원책을 마련해 발표했는데 쌀에 대한 TRQ가 신설됨에 따라 쌀 공급량 증가에 따른 쌀 가격하락으로 인한 농업인의 피해를 막기 위해 증가한 양만큼 정부비축으로 수매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본 농민단체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한 쌀을 포함한 ‘중요 5품목’을 중심으로 TPP 협상타결에 의한 향후 영향을 정밀하게 조사해 지원책을 강구하는데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이를 위해 ‘TPP 종합대책본부’를 빠른 시일 내에 설치하게다고 표명했다.

하지만 일본 농민단체는 타결 내용을 국내 농업이 받아들이기 어렵고 농업인들이 느끼는 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계속해서 국내 재생산이 가능하도록 하는 예산지원 등의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일본의 농업협정 결과를 보듯이 아무리 TPP가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이 중심이었던 기존의 국제무역질서를 대체하는 새로운 질서 정립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농업분야 등 피해분야에 대한 대책 마련이 없는 상태에서 급하게 TPP에 가입할 경우 큰 사회적 문제(갈등요소)에 직면할 수 있어 가입 시기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품목 보호 어려워…쌀도 쿼터 요구

농경연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대부분의 품목에 대해 관세를 감축 및 철폐하기로 하고, 각국의 초민감품목에 대해서도 TRQ를 제공하게 하는 등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에 합의했다고 분석했다.

또 TPP 가입협상 시 국내 주요 품목들의 민감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어 이를 위해서는 사전적으로 충분한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특히 TPP와 같이 여러 국가가 협상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상호교환식의 협상이 쉽지 않아 많은 품목을 보호하기가 어렵고, 일본의 경우처럼 우리나라가 가입 시 쌀에 대한 쿼터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무엇보다 현재 쌀의 수급상황을 고려했을 때 쿼터의 증량은 국내 쌀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협의를 한 후 수용 가능한 마지노선을 미리 설정하고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가별 비준 완료…상당한 시일 필요

이와 함께 우리나라 외에도 대만과 필리핀,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도 TPP 가입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와 동조해 TPP협상에 대응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TPP협상이 타결되었지만 국가별 비준이 완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돼 우리나라는 국내외 여건을 고려해 가입비용과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 방안을 마련한 후 가입협상을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TPP 참여에 따른 경제적 실익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무역질서 정립에 우리나라의 역할을 증대시키기 위해서 TPP 참여는 중요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하지만 후발참여희망국으로서 가입을 서두르게 된다면 농업을 비롯한 상대적으로 비교열위에 있는 분야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이미 10개국과 FTA를 체결한 만큼 비교열위 분야의 시장개방에 따른 파급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과 제도 정비 등의 준비를 사전에 충분히 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후발 참여국으로서 지불해야 할 가입비용이 예상되는 만큼 협정문이 공개되면 엄밀히 검토하고 대응책을 마련해 후발 참여국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리부터 가입한다…설레발 안 돼

한 농정전문가도 이와 관련해 “TPP가 발효되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미리부터 TPP에 가입하겠다고 설레발을 칠 것이 아니라 거시적 관점에서 면밀히 영향분석을 실시하는 게 먼저”라며 “특히 농업분야 등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분야가 줄어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신중론이 나오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부 측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TPP에 가입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어 농민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기간 중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사실상 표명했다.

박 대통령은 ‘제27차 한미 재계회의’에서 “TPP와 같은 메가 FTA(자유무역협정) 확산과 WTO(세계무역기구) 등 다자무역 강화에도 양국이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이 TPP에 가입하게 되면 양국 기업에게 보다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가입 의사를 표명했다.

정부, “쌀 양허제외” 약속…‘의문’

이에 쌀 생산자들은 일본의 경우처럼 TPP가입으로 인해 쌀 관련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 가입문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쌀전업농중앙연합회 관계자는 “TPP는 정말 신중에 신중을 기해 선택해야 할 문제다. 일본은 TPP에 가입하면서 쌀 수입량을 대폭 늘렸고, 심지어 농림수산물 및 공산품을 포함한 일본 전 품목의 관세 철폐율도 95%에 달한다는 결정에서 보듯이 확실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TPP에 가입할 경우 정부의 쌀 양허제외 약속이 지켜질지 의문스럽고, 513%의 고율관세도 이로 인해 지켜질지 우려스럽다”고 신중한 결정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현재 쌀 재고가 넘치고 있고 특히 수입쌀재고가 51만 톤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TPP가입을 통해 증량된다면 국내 쌀 산업 기반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정부가 잘못된 선택을 안 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도 “TPP 타결 과정에서 일본의 경우 무관세 쌀 수입을 대폭 늘려주고, 특히 미국 쌀에 대한 특혜를 확대해 준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우리나라가 TPP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추가적 쌀 개방은 피할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TPP가입 검토자체를 안해야 한다”고 강하게 어필했다.

이처럼 TPP가입을 둘러싼 논쟁이 첨예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이와 관련해 신중한 제세를 보이며 심도 깊은 검토와 피해분야에 대한 대책 안 마련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이은용 기자 ley@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