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탐구-쌀 최대 수요처 가공산업…‘R&D 강화’ 필요
정책탐구-쌀 최대 수요처 가공산업…‘R&D 강화’ 필요
  • 이도현 dhlee@newsfarm.co.kr
  • 승인 2015.12.0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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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농경연, ‘쌀 소비 확대 방안’ 세미나

쌀 구매패턴 변화 대응…생산·유통 변화해야

식생활의 변화로 가구부문에서 밥쌀용 쌀 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소비감소에 함께 연이은 풍작으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 올해 재고미는 지난해 85만 톤에 비해 85% 상승한 140만 톤에 이르고 있다.

반면 세대구조 변화에 따른 간편식 등 쌀 가공식품 수요 증대로 가공용 쌀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산 쌀의 최대 수요처로 가공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R&D의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4일 농진청 국제회의장에서 ‘쌀 소비 확대 방안’을 주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농진청은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연구 개발과 기술 보급 확대 방안과 농경연은 쌀 소비 동향과 시사점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발표에서는 쌀 가공품을 활용해 소비를 늘리는 방향에 대한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날 이양호 농진청장은 인사말을 통해 “농정 현안 중 하나가 쌀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는 것인 만큼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기능성·가공용 쌀 품종 개발과 수출 확대 방안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쌀, 개인 가게·온라인 구매 증가

이날 발표된 농경연에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의 쌀 구매패턴 변화를 보면 대형할인점의 매출은 감소하고 개인슈퍼와 체인슈퍼에서의 판매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대형할인점의 판매실적은 22.7%가 감소한데 반해 개인슈퍼와 체인슈퍼는 각각 5.2%, 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편리성과 제품비교가 가능한 온라인 쌀 구매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으로 서구식 식생활과 건강 지향식 소비 확산으로 밥 소비가 지속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 15% 달하는 아침식사 결식률을 줄이는 간편식 메뉴 개발과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할 것으로 나타났다.

밀가루 대체 쌀가공품 늘어나야

김태훈 농경연 곡물관측실장은 “소비 간편화 추구에 따라 쌀 가공품 소비가 늘어날 전망으로 즉석밥, 도시락과 같은 간편식 제품개발과 밀가루 대체 쌀 가공품 개발이 필요하다”며 “가계 쌀 소비대체보다는 밀가루 대체 쌀 가공품 소비가 늘어나야 쌀 소비확산의 긍정적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 실장은 이어 “탄수화물, 밥이 다이어트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다른 식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며 “밥 위주의 한식 식단이 가지는 장점과 밥의 영양학적 가치 홍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기준 쌀 가공 산업 시장규모는 1만 7000개의 업체로 총 매출 약 4조2000억 원에 달하며 전체 식품산업의 2% 규모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08년 기준 1조 8000억 원 대비 133% 증가한 것으로 소비자의 건강·편이식 소비 증가 추세가 계속돼 연평균 10% 이상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쌀 가공원료비 부담·업체 영세해

하지만 쌀 가공산업은 영세한 산업구조의 업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신제품개발과 생산성 향상 등을 위한 투자역량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간 쌀 소비능력 1000톤 이상 업체가 지난해 기준 58개에 불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밀보다 높은 가공 처리 비용이 소모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료비 부담 절감을 위해 수입쌀과 국산 구곡 등 저가미 공급에 의존해 품질이 하락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햅쌀을 공급하더라도 일정한 품질의 가공용 쌀 공급을 위한 자체 조달기반이 미흡해 일반 쌀과의 가격차이 보전을 위한 지원체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쌀가루, 가공비용 밀가루의 2배

실제 밀가루의 제분비용은 200~300원/kg으로 쌀가루 500~700원/kg 2배 이상 고가로 이에 따른 시장 비활성화가 문제가 되고 있다.

쌀 가공용 산업이 가지는 문제점에 대해 김욱한 농진청 수확후이용과장은 “편이식, 건강식 등 쌀 가공제품을 개발하고 쌀에 대한 영양학적 가치를 홍보를 지속해야한다”며 “또한 프리미엄급과 저가용을 구분해 가공 제품 차별화를 추진하고 계약재배 등 원료 공급 체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이어 “농진청에서는 품질 차별화 소재개발과 원가 절감을 위한 초다수 가공용 품종 개발 및 작업 기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공 개발…생산 기반 안정화

농진청에서는 가공 이용기술 개발을 통한 쌀 소비 창출 및 생산기반 안정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산 쌀 대량 소비처 발굴을 위해 용도별 표준화, 가공적성 구명 등을 실시하고 생산자와 산업체간 상생협력을 위해 1품종-1제품화와 계약재배 등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해 3월 식량과학원과 농업과학원 2기관 8개과로 구성된 ‘쌀 소비 활성화 연구협의체’가 운영되고 있다.

또한 산업체 및 소비자 쌀 소비동향 분석을 통해 쌀 원료곡 구매동향과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고 산업체와 소비자가 원하는 종자를 매칭·개발한다. 이에 농진청에서는 식품산업의 국산 원료 쌀 이용실태분석을 실시하고 있으며 농과원에서는 식생활 변화를 반영한 쌀 음식 및 가공식품의 소비 트렌드 분석과 쌀 소비감소 원인 진단을 위한 소비 형태별 실태 분석을 실시해 유형별로 대응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쌀가루 산업 활성화 지원 추진

더불어 농진청은 쌀 가공 산업 발전을 위해 쌀가루 산업 활성화 지원 기술개발을 실시한다. 기존의 많은 가공비용이 소모됐던 쌀가루 가공기술인 습식 가공기술에서 건식 가공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개발·사업화를 위한 연구 중이다. 현재 식빵, 건면, 쿠키, 백설기 등에 대한 건식 쌀가루 품질 기준이 완료됐으며 내년 절편에 대한 기준을 설정한다.

이를 통해 원료가격, 제분비용, 가공기술 등 기존에 쌀가루 이용이 낮았던 문제점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원료 쌀 산업화 촉진을 위한 가공업체 맞춤형 품종 선정을 위해 전시재배를 실시하고 가공적성평가를 통해 제품화 및 계약재배를 추진한다. 현재 3개 지역에 6품종이 전시재배 되고 있으며 올해 실시한 가공적성평가를 통해 2016~2017년까지 업체와 제품화 및 계약재배를 실시할 계획이다.

올해 가공적성 평가로 선발된 품종과 가공품은 떡볶이-보람찬, 쌀가루-보람찬, 쌀 과자-안다벼, 쌀국수-밀양278호, 냉동볶음밥-보람찬, 전통냉동찰떡-백운찰이다.

1품종-1제품화 모델 개발 나서

농진청은 산업체와의 연결을 강화하기 위해 협업을 실시하고 특화된 1품종-1제품화 모델 개발에 나선다. 지난 4월 식량원·농협식품연구원·아산송악농협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새미면’ 등 3품종의 시범단지를 조성했으며 이달 검토 후 내년부터 계약재배를 실시할 계획이다.

현재 농진청은 최고품종 쌀 ‘삼광’ 발아현미를 이용한 빵·케이크 제품화를 위해 (주)미실란, (주)쁘띠아미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협업해 제품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편 개발한 품종중 삼광과 함께 설갱, 보람찬 등이 가공용 제품으로 안착단계에 있으며 고아미, 백진주, 팔방미 등을 제품화 시작했고 주안, 사주찰, 눈큰흑찰, 건양미, 보드라미, 단미 등의 품종을 연구개발 중에 있다.

품질 차별 쌀 가공 신소재 연구

농진청은 대량 소비용 가공제품 개발을 위해 CJ, 우리식품, 쁘띠아미, 이화여대, 상명대와 함께 냉동밥, 컵밥, 쌀음료, 쌀빵, 쌀케이크 등 간편·편이식을 제품화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또한 미실란 전남대, 재생병원 등과 석식, 죽 등 발아곡물 이용 건강식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공장형 가공밥용 원료쌀 품질 기준을 설정하고 품질 차별을 위해 쌀 가공 신소재 개발을 위한 노력 중이다.

줄어드는 쌀 소비 확대를 위해 가공 산업의 활성화가 기여할 것으로 보이고 있으나 이와 동시에 쌀 구매 패턴 변화에 대응한 생산과 유통의 변화 필요하다.

김태훈 실장은 “쌀 판매경로 다양화와 포장단위 등의 소비자 구매형태를 파악해 이에 맞는 판매 전략을 수립해 소비감소 완화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도현 기자 dhlee@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