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계-‘중장기 쌀 수급 안정방안 토론회’
현장중계-‘중장기 쌀 수급 안정방안 토론회’
  • 이은용, 이도현 newsfarm@newsfarm.co.kr
  • 승인 2015.12.15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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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직불금 생산비연계 전환…수급조절 효과 커”

쌀 소득만큼 지불·직불금 발동 안 돼야 가능 지적

3년 이상 고미 ‘가공·주정·사료’ 처리 원칙 세워야

정부 “10년 대책·3년 단위 보완…사료용도 검토”

최근 정부는 쌀 수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쌀 소비처 다양화와 생산조정, 대체작목재배, 변동직불금 개선 등 ‘중장기 쌀 수급안정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각계 의견을 모으고 있고, 이달 말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 발맞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9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중장기 쌀 수급 안정방안 토론회’를 개최해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날 토론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논의됐던 부분은 변동직불금을 생산과 연계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이목을 끌었다.

“논 이용 범용화 필요” 주장 나와

박동규 농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주제발표에서 “소비에는 한계가 있기에 결국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 논 이용의 범용화가 필요하다”면서 “논에 시장 수요가 있는 부분의 재배가 자유스럽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지금 추세대로라면 앞으로도 매년 평균 20만~30만 톤가량이 과잉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쌀 생산을 자극하는 정책변수를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변동직불금을 생산과 연계하지 않으면 벼 재배면적이 10년 동안 연 평균 3만~4만㏊씩 줄어 수급 안정에 도움이 되고 농가소득 보장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변동직불금 논에서 쌀을 생산하는 농가에게만 지급하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생산과 비연계 시켜 수급조절을 이뤄 쌀값문제와 재고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득 기준 정해 타 작물재배 유도해야

이태호 서울대 교수도 토론에서 “변동직불제 생산 비연계 방식은 아이디어는 좋다. 하지만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데 있어 벼 재배 때보다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농가에까지 직불금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소득 기준을 정해야 한다”면서 “특히 장기적으로 생산량 조정을 위한 진흥지역 재조정이나 타 작물재배를 유도하되 다른 작물을 재배해도 그해 쌀 소득만큼 변동직불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조건부 찬성을 했다.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도 “변동직불금 개선을 통해 논에 타 작물 재배를 유도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라며 “무엇보다 이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소비처 발굴을 통한 안정적 소비와 연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의견 내놓았다.

변동직불금 생산비연계 효과 없을 것

반면 변동직불금을 생산비연계로 개선하는 것은 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임병희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변동직불금의 생산 중립형으로 바꾼다는 것에 대해서는 변동직불금이 작용하는 자체가 문제”라면서 “이 정책은 농민들에게 이만큼 도와주니까 생산 조정하자는 것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변동직불금 변화를 통한 생산중립화는 직불금 발동이 안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장을 전했다.

쌀도 수급조절위원회 구성해야

박동규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풍년과 흉년일 때 가격하락과 시장불안 등에 대비해 시장에 개입하고 있는데 그동안 정책은 일관되지 않게 적용돼 실패한 사례들이 많았다”면서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예를 들어 작황지수 105를 기준으로 초과 생산량만 격리하는 방안 등 원칙을 만들어 적용하고, 품목별 수급조절위원회가 있는 것처럼 쌀도 수급조절위원회를 구성해 시장격리 물량과 시기 등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임병희 사무총장도 “현장에서는 정부에 정책대로 가면 망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일관되지 않은 정책 때문에 현장에서는 정부를 신뢰할 수 없고 불신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하게 됐다”며 “정부가 중장기적인 정책 기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농민의 신뢰와 산업의 안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고 처리 원칙 분명히 만들어야

그는 또 “적정 생산량의 기준점을 만들어야 하며 이를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시장격리 해야 하고, 사료용 등으로 사용할 수 있게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러한 재고 처리 원칙은 분명히 만들어져야 하며 현재도 마찬가지다. 20만 톤 격리 이외에 나머지 16만 톤도 격리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고 문제가 해결된 후 수확기로 넘어왔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올해 쌀 값 문제가 더욱 크게 발생했고, 특히 정부에서 비축한 물량에 대해서는 2년, 3년, 4년차에 대한 기준 계획을 마련해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토론에서는 생산조정제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찬반양론이 나오기도 했다.

생산조정제 ‘찬성’…휴경제 ‘반대’

임병희 사무총장은 “생산조정제에 대해서는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몇 번에 사례에서 보듯이 정부가 이 정책을 썼지만 지속적으로 추진하지 않아 농민들이 피해를 본 사례가 있었다”면서 “특히 휴경제는 반대한다. 휴경제에 대한 적절한 감시 감독이 없는 한 반대하며 오히려 작목변화 등에 대해서는 가야하기 때문에 보완해 추진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문병완 조합장도 “생산조정제는 도입할 때 다른 농작물과 중첩되지 않는지에 대해 고려한 후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다”면서 “과거에도 대체작목으로 콩 등 여러 품목을 재배하려고 했지만 그 당시 같은 콩 쪽에 관심이 쏠리면서 실패한 경우가 있어 잘 검토해야 하고, 일본은 현재 사료용 벼 재배로 수급을 조절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반대 측에서는 생산조정제는 이미 일본에서 실패한 제도인 만큼 바람직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일본에서도 실패한 정책…부적절

박동규 선임연구위원은 “2000년 이후 정부가 3년 짜리 시범사업 형태의 생산조정제를 두 차례 도입했지만, 생산 감소 효과가 떨어지거나 그대로 놔둬도 벼 재배가 중단될 한계농지 위주로 신청이 들어왔다”며 “일본의 농정 전문가들도 한국이 일본에서 배워서는 안 될 제도를 생산조정제로 꼽고 있다”고 반대의 의견을 말했다.

이태호 교수도 “생산량을 줄이려면 농업진흥지역 규제를 완화하거나 정부가 논을 직접 사서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생산조정제는 일본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제도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더불어 토론에서는 재고미 처리를 놓고도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임병희 사무총장은 “현재 쌀 재고량이 넘쳐나 쌀 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추가격리를 빠른 시일 안에 시행해야 한다”면서 “특히 외국처럼 3년 이상 고미는 가공용이나 주정용, 사료용으로 처리하는 원칙을 세워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밀가루 대체 유도정책 펼쳐야

송유면 경기도청 농정해양국장은 “빵 같은 경우 밀가루가 들어가는데 이중 10%를 쌀로 대체하면 22만 톤의 쌀 소비를 늘릴 수 있다”며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가 이런 기조를 가지고 유인책을 쓴다면 어느 정도 재고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도 “소비자들이 쌀 가공품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쌀 가공품이 나와야 한다. 이러한 부분에서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또 사료용으로 사용하자는 의견이 나오는데 아직까지 이 부분에 대한 과학적 근거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우선 과학적 근거를 만든 후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2012년산 10만 톤 사료화 검토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은 토론 내용을 듣고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김 식량정책관은 “우선 연말까지 중장기 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에 있다. 이번에는 10년 단위 중장기 수급안정 계획을 수립해 3년 단위로 점검, 평가해 보완·개선하는 방안으로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면서 “특히 변동직불금의 생산중립화는 여러 가지 반대 논리가 작용할 수가 있어 대상을 전체 농지로 할지 아니면 일부 농지나 우량농지, 한계농지까지 포함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생산조정은 쌀 생산단가와 기타 타작물의 소득차이를 보전하는 것이 전제되기 때문에 변동직불금이 작동하지 않거나 작용 폭이 적어야 정부 재정에 효율적”이라면서 “지난 번 논 콩의 경우 시장 하락을 초래했기에 조사료와 총체벼 수확으로 방향을 잡고 있고, 타 작목에 돌아갔을 때 수급안정방안을 강구하면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식량정책관은 무엇보다 “현재 쌀 재고가 135만 톤으로 3년 동안 80만 톤을 조정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식용으로 불가능한 2012년산 고미 10만 톤에 대해 사료협회, 농협사료와 협의해 산란계, 소, 돼지 사료용에 대한 실증시험을 준비 중에 있다”며 “시험 결과 타당성이 입증될 경우 내년 4월 이후 사료용으로 벼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기존보다 진일보한 입장을 내놓았다.

이은용, 이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