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기용 국립축산과학원 초지사료과 연구사
[기고]김기용 국립축산과학원 초지사료과 연구사
  • 편집국 newsfarm@newsfarm.co.kr
  • 승인 2016.05.03 14: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논에 사료작물을 재배하면 뭐가 좋을까

우리나라에서 논은 쌀을 생산하는 중요한 기반이다. 우리가 먹는 주요 곡물 중에서 쌀은 유일하게 자급률이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014년 기준 24.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중 32번째로 낮다. 물론 가축 사료용 곡물을 포함한 수치이지만, 그 만큼 쌀 이외의 다른 곡물을 많이 소비하고,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논, 조사료 생산 연 3500억 효과

쌀 초과공급면적에서 조사료를 생산할 경우 경제적 효과는 연간 350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논에서는 여름철에는 옥수수, 수수류, 총체 벼 등 하계 사료작물을 재배하고, 겨울철에는 이탈리안 라이그라스(IRG, Italian ryegrass), 청보리, 호밀 등 동계 사료작물을 재배하면 연중 조사료를 생산하는 논으로 활용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2017년까지 이모작이 가능한 논 중에서 동계 유휴 논(약 29만ha) 전부에 사료작물을 재배토록 유도하고, 조사료 자급률(2015년 현재 81%)을 5% 이상 높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

수확시기 빠른 ‘코윈어리’, ‘그린팜’

겨울철 논에 사료작물을 재배하려면 기후와 농가여건에 맞는 작물과 품종을 선택해야 한다.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는 습해에 강하고 청보리와 호밀은 습해에 약하기 때문에, 배수가 불량한 논에는 청보리와 호밀 재배는 피해야 한다.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는 사료가치도 좋고 가축 기호성이 좋아서 농가에서 많이 재배하는 작물이지만, 상대적으로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겨울이 추운 중부지역에서는 국내에서 개발한 내한성 품종을 선택해서 재배해야 한다.

또한 벼 이앙에 지장이 없도록 조생품종을 선택해서 재배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 개발한 추위에 강하고 수확시기가 빠른 ‘코윈어리’, ‘그린팜’ 등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신품종 종자가 대량으로 보급되며 재배 면적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벼 입모 중 IRG 파종 재배기술’

추위에 강하고 수확이 빠른 IRG 품종이 개발돼 있어도, 논에서 IRG를 재배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중부지역에서 IRG 파종적기는 9월 하순경인데, 이때는 논에서 벼가 한창 익어가는 시기이다. 그래서 IRG를 적기에 파종하지 못하고, 10월 중하순에 벼를 수확하고 나서 파종하게 되면 추위가 나기 전에 충분히 자랄 수 없어 제대로 겨울을 넘기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 바로 ‘벼 입모 중 IRG 파종 재배기술’이다. 입모 중 파종은 9월 하순경에 미스트기(비료살포기) 또는 무인헬기를 이용해 벼가 서 있는 상태에서 ha당 50~60kg의 종자를 골고루 뿌려주면 된다. 벼 수확은 늦어도 10월 중순까지 마쳐야 하며, 벼를 수확하고 곧 바로 볏짚을 수거하고 밑거름을 살포해야 한다.

땅심 좋아지고 쌀 생산성도 높아

논에서 사료작물을 재배하면 쌀 수급조절, 조사료 자급률 향상, 곡물 자급률 향상 등 사회 경제적 효과가 매우 클 뿐만 아니라, 조사료 수확 후 남아 있는 그루터기와 뿌리 부분이 토양에 환원됨으로써, 땅심도 좋아지고 쌀 생산성도 높아진다.

최근 중부지역 6개 시군의 논에서 3년간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를 재배하면서 쌀 생산성, 미질, 토양성분 변화 등을 분석한 결과, 미질에 영향 없이 쌀 생산성이 높아지고, 조사료도 함께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겨울철 온 들녘이 푸른 물결로 일렁이는 장관이 펼쳐지는 그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