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가공식품, 메이저가 될 수 있을까?”
“쌀 가공식품, 메이저가 될 수 있을까?”
  • 이상미 smlee@newsfarm.co.kr
  • 승인 2016.06.1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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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방앗간’ 쌀빵…맛·건강 둘 다 잡아
4년 새 프랜차이즈 22개…성공사례 ‘주목’

쌀 가공식품 개발은 이미 수 년 전부터 정부와 민간업체를 통해 연구돼왔지만 가공식품 분야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까지 미미한 실정이다. 그 이유에는 가공적성, 맛 그리고 무엇보다 밀가루의 3배에 달하는 원가 등이 꼽힌다. 하지만 쌀빵 전문 베이커리 ‘외계인 방앗간’의 성공사례를 보면 그 모든 이유들이 그저 변명에 불과할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독특한 아이템 찾아 ‘쌀빵’ 시작

최근 농촌진흥청에서 쌀 가공식품 활성화를 위해 조언과 도움을 구하고 있는 베이커리업체가 있다. 바로 서울 강남구에 본점을 두고 있는 쌀빵 전문 베이커리 ‘외계인 방앗간’이다. 창업자인 김성훈 대표는 제빵경력이 25년이지만 쌀빵만을 전문으로 만들기 시작한 것은 불과 4년 전이다.

외계인 방앗간에는 밀가루로 만든 빵은 전혀 없고 오직 쌀가루만으로 모든 제품을 만든다. 왜 쌀빵 전문점을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본래 요리하는 사람들은 소재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 독특한 아이템을 찾길 원했고 또 막내가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쌀빵 종류만 10→30가지 늘어나

그는 그러면서 “막상 시작하려고 보니 쌀빵에 대한 자료·시장 데이터가 전혀 없어 개인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젊은 사람들은 ‘쌀로 빵을 만들면 맛이 없을 것 같다’면서도 맛이 궁금하다며 호기심을 가졌고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건강에 좋겠다’는 대답을 먼저 하더라. 그래서 ‘건강하고 맛있게 만들면 되겠구나’하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을 열고 1년간은 적자였다. 당시 쌀빵 종류도 10개에 불과했다. 지금은 30가지가 넘고 프랜차이즈 가맹점만 22개를 뒀다. 그간 그가 쌀빵에 쏟았을 연구와 노력을 짐작케 한다.

밀가루 알레르기 있어도 ‘안심’

소비자들이 쌀빵을 구매할 때는 그 제품이 100% 쌀가루로 만들어졌는지 궁금해 한다. 쌀은 ‘글루텐 프리’의 대표적 식품이다. 하지만 빵을 만들려면 글루텐이 필요하다.

김 대표는 글루텐 없이 빵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글루텐과 쌀가루의 비율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대형프랜차이즈는 쌀 30%에 밀가루 80% 혼합해 만들면서 쌀빵이라고 한다. 쌀이 몇 퍼센트 함유돼야 쌀빵이라 부를 수 있는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저는 최소한의 글루텐을 제외하고 밀가루가 전혀 섞이지 않아야 쌀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외계인 방앗간의 빵은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외계인 방앗간이 유명세를 탄 것은 아니다.

맛있고, 건강해 “재구매율 90%”

외계인 방앗간의 쌀빵은 밀가루는 물론이고 버터, 우유, 계란 등 과잉 칼로리를 유발하는 재료를 쓰지 않는다. 대신 찹쌀, 현미, 흑미 등 다섯 종류의 국내산 쌀과 비정제설탕, 올리브오일, 참기름 등에 쌀가루와 고구마 전분, 솔잎물 등으로 만든 독특한 발효종을 섞어 빵을 만든다.

김 대표는 “현대의 식생활은 칼로리 과잉에 원재료의 정제·가공이 심해 건강을 해친다”며 “외계인 방앗간의 모토는 과거로 돌아가는 것에서 출발한다. 고구마·감자를 쪄먹는 것과 같이 재료가 최대한 덜 가공되는 것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그는 “재구매율이 90%다. 드셔보신 분들은 중독이 될 정도”라며 열렬한 고객 호응도를 설명했다.

밀빵과 경쟁 안 하는 게 경쟁력

쌀가공식품업체는 원가·맛 등 소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밀가공식품을 의식해 제품을 개발한다. 최대한 원가는 낮추려 하고, 맛․가공을 위해 밀가루를 섞어놓고 쌀로만 만들어진 것처럼 홍보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가까운 곳에서 대형프랜차이즈와 경쟁하는 외계인 방앗간 가맹점도 있다. 하지만 비슷한 가게가 아니라서 오히려 경쟁이 된다”고 단언했다.

그는 “가격은 밀가루빵에 비해 2배 정도지만 분식집 냉면과 냉면전문점의 차이라고 생각하셔야 한다. 돈 더 주고 냉면전문점에 가는 이유가 무엇인가? 한마디로 우리는 일반빵집이 아니다. 밀가루를 의식해 저가로 공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단가 낮추게 되면 저질 원료를 쓰게 될 수밖에 없다. 제값 주고 농부에게 원료를 사와서 만들고, 건강한 먹거리를 원하면 오시라는 것이 외계인 방앗간의 포지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쌀 소비촉진을 위한 쌀가공식품 대중화에 대해서도 “정부가 쌀업체에 혜택을 주는 등 정책으로 해줘야 하는 것”이라면서도 “밀가루빵도 품질이 균일하지 않듯이 쌀빵도 마찬가지다. 발전을 위해서는 자율 경쟁도 필요하다”며 성공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열정과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상미 기자 smlee@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