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민정 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 농학박사
[기고]김민정 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 농학박사
  • 편집부 newsfarm@newsfarm.co.kr
  • 승인 2016.06.28 1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커피박’ 활용해 달팽이 피해 막을 수 있어요”

달팽이는 배추, 상추 등 채소류에 피해를 주는 해충으로 환경적응성이 강하고 잡식성으로 방제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커피생산국은 아니지만 매년 커피에 대한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으며, 커피 추출 후 발생하는 커피박은 좋은 폴리페놀, 질소, 인산, 칼리 등을 함유한 유기물재료로 식물이 필요로 하는 성분을 고루 갖추고 있어 신재생자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커피박 속에 포함된 폴리페놀성분은 식물병해충방제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소밭의 무법자, 달팽이

달팽이는 배추, 상추 등 채소류와 선인장, 국화 등 화훼류에 피해를 주는 광식성 해충으로 연중 발생하여 농작물에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달팽이류의 종류도 달팽이(Acusta despecta sieboldiana Pfeiffer), 민달팽이(Incilaria bilineata Benson), 작은뾰족민달팽이(Deroceras reticulatum Müller) 및 노랑뾰족민달팽이(Limax flavus Linne)로 다양한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국립식량과학원, 2009)

더욱이 달팽이는 환경적응성이 강하고 잡식성이며, 주로 토양속에 서식하고 야간에 활동하고 충체의 표피가 두꺼워 약제를 살포해도 충체 속으로 약제 침투가 잘 되지 않아 방제가 매우 어렵다.

관행재배에서 사용하는 메트알데하이드는 비대상 동물 및 천적도 피해를 주며, 강우나 관수 등 수분과 접촉 시 약효가 급격히 떨어지며 토양 수분에 따라 약효가 다른 것으로 보고돼 있다. 더욱이, 유기농업에서는 병해충관리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자재가 제한돼 있어 넓은 면적에서 발생하여 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는 달팽이류 방제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매우 부족한 편이다.

커피박 뿌려만 줘도 침입 막아

엽채소를 재배하는 시설하우스내에 정식 전부터 두께 2cm 폭 20cm 길이 5m 간격으로 커피박 피복띠를 온실 가장자리에 뿌려주면 달팽이류의 시설하우스내 유입을 기피할 수 있다. 설치 위치는 엽채류의 경우 대부분 시설하우스가 이중으로 되어 있으므로 속 터널과 겉 터널사이의 공간을 활용하여 커피박띠를 만들어주면 된다.

커피박이 달팽이를 꼼작 못하게 하는 이유는 커피박 속에 남아 있는 폴리페놀성분이 달팽이의 몸을 녹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커피박을 피복재료로 이용하면 잡초가 발생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한 번의 처리로 이중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커피박띠를 설치하지 않은 유기농 상추포장은 달팽이 발생 3주만에 45.6%까지 피해가 발생하였으나 커피박띠를 설치한 유기농 상추포장은 2.2~6.7%로 매우 낮은 발생률을 보였다.

“달팽이가 맥주를 좋아해요”

달팽이는 야행성 해충이라 대부분 밤에 활발한 활동을 하기 때문에 피해가 크고 관리하기 어렵다. 그런데 대부분의 달팽이가 맥주의 향을 매우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에서는 유기농 재배농가 및 가든에서 맥주를 달팽이 유인제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맥주로 유인한 달팽이 트랩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달팽이가 맥주만 먹고 도망가 버린다.

그래서 맥주 향으로 유인한 달팽이를 꼼작 못하게 할 무언가가 필요한데 담배의 니코틴이나 커피의 폴리페놀성분이 대표적인 재료가 될 수 있다. 우선 재활용 페트병을 이용하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달팽이 유인트랩을 제작할 수 있다. 유인트랩에 적당량은 마시고 남은 맥주를 부어주고 여기에 커피가루(1스푼)나 커피박을 한 주먹 넣어 주면 유인트랩의 맥주가 빨리 건조하는 것을 막아주고 달팽이를 포살할 수 있다. 유기농 상추밭 가장자리에 달팽이 유인랩을 설치하면 맥주 향기에 의한 달팽이의 유인효과가 뛰어나 설치 후 지속적으로 달팽이 포획이 가능하며 상추에 발생하는 달팽이나 뽀족민달팽이에 의한 피해를 10.8% 내외로 경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