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재배 않아도 변동직불금 지급…수급조절 가능”
“벼 재배 않아도 변동직불금 지급…수급조절 가능”
  • 이상미 smlee@newsfarm.co.kr
  • 승인 2016.10.1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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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구조적 공급과잉…매년 28~32만 톤 초과 공급
생산조정제 등 타 작물 재배토록 유인할 정책필요


최근 쌀값폭락으로 쌀시장이 불안정한 가운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14일 서울 aT센터에서 ‘쌀 수급 동향과 정책과제’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쌀 수급 현황을 진단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좌장으로 나선 김창길 농경원장은 “농민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쌀 문제 해결을 위해 각 분야의 아이디어를 한데 모아 정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을 위해 동참해 달라”고 강조했다.


쌀, 구조적 공급과잉 ‘고착’

이날 발표된 농경연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쌀 생산과 소비 모두 감소 추세이지만 쌀의 소비감소가 생산감소보다 빨라 기타수요가 동일하다면 재고는 누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변화율을 살펴보면 생산량은 -1.3%, 재배면적은 -2.0%가 줄었지만 식용소비량과 1인소비량은 각각 -1.9%, -2.5%가 줄었다.

반면 쌀 공급량은 2000년대 이후 매년 연평균 28~32만 톤이 초과 공급돼 2016양곡연도 말 예상 쌀 재고량 170만 톤 내외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쌀이 구조적 공급과잉 상태에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쌀 재고는 8~10년 주기로 증감이 반복되고 있으며, 최근 들어 증감 주기는 점차 짧아지고 있다. 연이은 풍작에 의한 시장격리 등으로 정부재고가 많아졌고, 과거와 달리 대북지원 등이 시행되지 않아 재고처리에 한계를 보이면서부터다.


역계절진폭 발생 빈도 잦아져

공급과잉으로 인한 쌀 가격하락으로 역계절진폭 발생 빈도도 잦아졌다. 최근 5년간 4번의 역계절진폭(2012년 -2.5%, 2014년 –4.5%, 2015년 –4.5%, 2016년 -8.1%)이 발생해 농협, RPC 등 산지유통업체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농협, RPC 등은 수확기 원료곡 구매에 소극적인 반면 농민들은 수확기 때 전량 판매에 나서는 경향이 있어 산지 쌀 가격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다.

2016년 벼 재배면적은 전년대비 2.6% 감소한 77만 9000ha로 통계청이 발표한 예상단수 540kg/10a를 적용하면 금년 쌀 생산량은 전년대비 12만 5천 톤(2.9%)감소한 420만 2천 톤이다. 면적이 줄고 단수(작년 542kg/10a)도 줄었지만 2016년산 10월 5일자 산지 쌀 가격은 80kg당 13만 4076원으로 전년대비 17.9% 하락했다. 금년 구곡대비 신곡가격 상승률은 0.5%로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는 연이은 풍작, 단경기가격 전년대비 12.5% 하락, 역계절진폭 발생 등이 신곡가격 형성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 쌀 가격과 수급에 대한 불안감으로 산지거래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쌀 시장, 불안감 해소 ‘관건’

쌀시장 안정은 지난 6일 발표된 정부대책을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불안감이 얼마나 해소되느냐가 관건이다.

이번 수확기 쌀 수급안정 대책은 수확기 쌀 시장 조기 안정을 위해 예년보다 20일 정도 빨리 확정‧발표됐고, 신곡수요 초과물량을 연내 시장에서 격리하겠다는 것이 이전 대책과 다르다.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쌀 가격이 다 떨어진 후 추가격리를 취해 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보완한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금년 생산량 중 신곡수요 초과 물량 연내 시장격리 ▲RPC 벼 매입자금 3조원 지원으로 민간의 원활한 벼 매입 유도 ▲공공비축미(36만 톤)와 해외공여용 쌀(3만 톤) 매입 연내 추진 ▲수확기 산지 쌀값 동향 등을 고려해 밥쌀용 수입쌀 방출량 감축 또는 중단 ▲수입쌀 혼합유통 특별단속 실시 ▲사료용 쌀 추가공급, 해외원조 등 특별 재고관리 대책 추진 등이 포함됐다.


농업정책·고령화 등 과잉생산 불러

전문가들은 쌀 과잉생산에 대한 원인으로 쌀에 편중된 농업정책을 꼽는다.

풍작으로 산지 쌀값이 하락할 경우,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가 시장격리 등으로 시장개입하고, 쌀을 제외한 농산물은 가격하락에 대한 제도화된 정책이 없는 반면 쌀은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하락분의 85%를 보전하는 직불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 중앙정부는 생산을 줄이려하지만 지자체는 쌀 농가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한다는 것도 문제다. 2015년 기준, 쌀 관련 지자체 예산은 전년대비 6.8% 증가한 약 7000억 원으로 이중 쌀 생산지원과 관련된 예산은 전체 예산에서 77%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쌀 산업 구조의 문제도 지적된다. 농가 대부분이 고령화 되어있고 쌀농사는 기계화율이 타 작물 보다 높아 작물전환의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 논벼농가 중 60세 이상 비율은 2014년 기준 72.8%에 달하고 벼농사 기계화율은 97.8%으로 밭농사 기계화율 56.3%에 비해 40% 이상 높다. 10a당 노동 투입시간도 참깨 63.1시간, 고추 160.7시간인데 비해 벼농사는 11.8시간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생산조정제 등 중장기 대책 마련해야

농경연은 이날 쌀 수급안정 중장기 대책으로 생산감축 정책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논에 밥쌀로 공급되는 쌀의 재배를 줄이고 대신 사료용 쌀, 콩 등 타 작물 재배를 하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생산조정제를 한시적으로 도입하자는 것이다. 농경연은 기술발달 및 소비감소 등에 따라 사업대상면적이 늘어날 수 있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단기적으로 생산감소 효과는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변동직불금 지급 요건을 완화하는 대책도 제안했다. 벼를 재배해야 지급되는 변동직불금을 벼를 재배하지 않고 타작물을 재배하더라도 지급하는 것으로 지급조건 변경하면(미국의 가격변동대응직접지불제(CCP)와 유사하게 변경) 현재 10만ha 정도는 변동직불금을 포기하고 타 작물 재배하고 있기 때문에 변동직불금 지급조건 변경 시, 벼 재배면적 감소가 예상됐다. 농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급조건 변경 시 약초, 호박, 과수, 오이, 대파, 블루베리 등의 다양한 작물로 전환하겠다는 응답이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생산조정제와 변동직불금 지급요건 완화 정책을 동시 추진 시, 중복지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생산조정제를 실시한 후, 변동직불금 지급조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농경연은 제안했다.

이상미 기자 smlee@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