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연작장해 발생원인과 경감대책
인삼 연작장해 발생원인과 경감대책
  • 편집국 newsfarm@newsfarm.co.kr
  • 승인 2016.11.22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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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성우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과 농업연구관


작물을 같은 장소에서 계속 재배하면 연작장해가 발생한다는 사실은 농사를 지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며, 대개는 돌려짓기를 하면서 연작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작물에 따라 연작장해가 발생하는 정도는 다르다. 벼, 보리와 같은 화본과 작물처럼 종실을 수확하는 작물들은 연작장해가 적은 반면 고구마, 생강, 인삼처럼 뿌리를 수확하는 작물들은 연작피해가 심하다. 뿌리에 전분 함량이 많아 병원균이 좋아하는 영양분이 풍부하고 조금만 상처가 나도 병원균 침투가 쉬워 뿌리가 잘 썩기 때문이다.

그럼 왜 벼는 같은 논에 계속 재배를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일까? 이유는 물을 대고 재배하여 병원균과 식물독소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연작을 하게 되면 뿌리썩음병 등을 일으키는 병원균의 밀도가 높아지고 뿌리에서 분비되는 식물독소가 많아지게 된다. 식물독소는 페놀화합물의 일종으로 알레오케미컬(alleochemicals)이라고도 하며 자기의 생육을 억제하는 자가독성작용을 일으킨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논토양을 이용하여 4년 근 인삼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많다. 그러나 5~6년 근 인삼 재배는 곤란한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5~6년생에서는 병원균의 밀도가 다시 증가하여 병 발생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물을 대주는 것만으로는 뿌리썩음병원균을 완전히 죽일 수 없지만 병원균의 밀도를 떨어뜨리고 인삼뿌리에서 분비되는 식물독소가 희석되는 효과가 확실하다.

인삼의 경우 인삼의 뿌리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다시 심은 인삼의 생육을 억제하는 정도는 다른 작물에 비해 약하다. 그러나 인삼뿌리의 분비물질이 뿌리썩음병원균의 병원성을 강하게 하여 인삼을 다시 심으면 뿌리썩음병 발생이 심해지게 된다.

논토양에서 연작장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름철에 녹비작물을 갈아엎고 물을 대 발효열과 태양열로 수온을 올려주는 방법이 좋다. 그 외 벼를 오래 재배하거나 토양훈증제를 이용하여 토양을 훈증하는 방법이 있다.

밭 토양에서도 논처럼 물을 대줄 수 있다면 좋겠으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경사지가 많고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밭 토양에서 연작장해를 경감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경종적 방법, 물리·화학적 방법, 생물학적 방법을 총 동원하여 종합 방제하는 것이다. 경종적 방법은 윤작물이나 녹비작물을 재배하는 것이나 윤작만으로는 10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물리적 방법은 태양열을 이용하는 것이다.

여름철에 투명비닐을 피복하면 지온이 높이 올라가 살균효과가 높아지지만 심토층은 온도 상승이 적어 살균효과가 떨어진다. 화학적 방법은 토양훈증제를 이용하여 토양을 소독하는 것으로 가장 효과적이나 토양수분이 적절해야 하고 흙덩이가 질 경우 가스 침투가 어려워 소독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생물학적 방법은 뿌리썩음병원균에 길항작용을 나타내는 미생물을 묘삼에 침지하거나 포장에 주기적으로 관주하여 뿌리썩음병을 막는 것인데, 미생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방제효과가 높지 않은 단점이 있다.

따라서 개별적인 방법보다는 이와 같은 방법들을 모두 투입해야만 효과적으로 연작장해를 극복할 수 있다. 먼저 윤작물이나 녹비작물을 재배하여 7월 하순경 토양에 넣어주고 투명비닐로 피복하여 8월 하순까지 태양열 소독을 한 다음 9월에 토양훈증제로 훈증처리하고 토양미생물상을 복원하기 위해 길항미생물을 넣어주면 1~2년 내에 재작이 가능할 것이다.

향후 연작장해 경감기술이 조기에 정착돼 인삼산업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