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아듀 2016' 기자들의 수다
송년특집-'아듀 2016' 기자들의 수다
  • 박지현 jhpark@newsfarm.co.kr
  • 승인 2016.12.27 2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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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 농업계 이슈 세 가지 ‘쌀‧김영란법‧AI’

유 부국장 “쌀 직불금 축소 논의…시대착오적 소탐대실(小貪大失) 실책”
이 부장 “정부, 수치와 통계 함정에 빠져 농가 현장목소리 반영 못해”
이 기자 “AI, 정확한 판단 후 피해 최소화·지원 대책 마련했어야”
박 기자 “농민 vs 소비자 괴리감…쌀값 하락했지만 소매가격 여전”


(한국농업신문=박지현 기자)올 한해 농업계는 쌀값 하락, 김영란법 시행, AI(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여기에 경기침체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 국내·외 상황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돌출 변수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현시점에서 국내는 AI 파동으로 여전히 시끄럽다. 농업인들에게 2016년은 마지막까지 힘든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이에 본지 편집국 기자들이 모여 올 한해 이슈들을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소비 감소 지속, 쌀 산업


▶유은영 부국장

연말 농가를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는 ‘쌀직불금 축소’ 논란이 아닌가 해요. 농가 소득 보장을 위해 논농사를 짓는 농가에 지원하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식량의 자급자족이라는 국가 식량 주권을 이루려는 목적이 컸죠. 그런데 이 지원 금액을 낮추자는 논의가 정부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작은 것(예산절감)을 얻기 위해 큰 것(식량 주권)을 놓치는, 그야말로 소탐대실(小貪大失)성 실책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금 세계 각국은 자국의 산업과 자원을 보호하려는 ‘민족주의’ 경향을 보입니다.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철학에 따라 ‘보호무역주의’로 갈 테고요. 가뜩이나 쌀 소비가 줄고 있는 마당에 직불금 축소 논의는 시대착오적이지 않나 합니다.


▶이은용 부장

쌀 산업은 4년 동안 대풍입니다. 보통 ‘3년 풍년이면 그다음에 흉년이 든다’는 3년 주기설이 올해 깨졌지요. 현재 정부 쌀 재고량은 170만 톤에 입각하고 WTO 저장만 80만 톤에 이르렀습니다. 쌀 시장가격은 80kg기준 12만 8000원대로 떨어졌어요. 정부는 ‘소득보전 직불금으로 95% 보장되니 걱정마라’식의 대안을 내놓지만 농민들은 제대로 된 쌀값을 받고 제대로된 소득을 얻고 싶어 합니다. ‘수치와 통계의 함정’에 빠져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탁상행정을 하는 정부는 빠른 시일 내 이러한 오류에서 나와 실질적인 ‘쌀 수급 중장기대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박지현 기자

유독 ‘쌀값하락’에 대한 걱정이 높은 듯합니다. 이상 기후로 인해 수발아 피해가 생기면서 생산량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쌀값 하락세는 끊임없이 이어졌죠. 분노한 농민들은 전국적으로 벼 야적시위를 벌여 쌀값 하락의 심각성을 호소했지만 결과는 그대로. 지난달 13일, 전북 부안군청 앞에는 톤백(800kg) 400개, 김제 농업기술센터 앞에는 톤백(800kg) 421개가 야적됐습니다. 각 도청은 “수 년 만에 처음”이라며 당혹감을 내비췄죠. 농민들의 쌀값 정상화에 대한 절실함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작 마트의 쌀 권장소비자가는 그대로입니다. 필시 유통과정의 문제가 아닐까요? 아무리 원가가 떨어져도 정작 소비자가격은 변화 없는 이 지경에 농민의 마음을 알아주는 국민은 있을까요?


▶이도현 기자

쌀값문제의 원인이 유통구조에 있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쌀 산업의 유통구조를 줄일 필요는 없지만 간혹 불필요한 유통과정에서 취하는 폭리가 생산자의 고통으로 이어지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쌀 농가들도 쌀값 하락에 대한 시위도 좋지만 축산농가들처럼 연구를 통해 보고서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농가가 힘든 이유를 체계화시켜 다른 사람을 이해시키고 설득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정책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취지는 공감, 경제엔 부적절…김영란법


▶이 부장

농업은 FTA, WTO 등으로 지금까지 희생돼 왔습니다. 여기에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은 사회통념상 꼭 필요한 법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악법이 될 수 있죠. 한우·화훼·인삼산업은 특히 그렇습니다. 이들 산업들은 법 시행 직후 20∼30% 매출이 하락하면서 이를 증명했습니다. 일각에선 농·축산업을 제외시켜 달라 하지만 어떤 한 분야를 예외로 둘 수는 없는 게 또 현실입니다. 현장을 목격한 저는 ‘적용 제외’ 입장을 취하고 싶습니다. 아니면 명절 때만이라도 한시적으로 제외시켜 주는 보완책이 필요합니다.


▶유 부국장

법이 시행된지 어느덧 석달이 다 돼 가는군요. 부정부패를 없애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우리 경제 상황을 보면 개정을 고려해야 합니다. 벌써 한우와 화훼 업계는 매출이 30% 줄었다는 통계도 나왔고, 술자리가 줄어 주류업체들도 타격이 상당하다고 해요. 직격탄을 맞는 건 소상공인이지만 한우식당에 고기를 납품하는 축산농가도 매출하락을 피할 수가 없죠. 정부청사가 있는 세종시는 식당의 절반이 폐업을 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예요. 물론 법 시행이 안정화되면 고가의 제품이 거품이 빠져 서민들 삶의 질이 좋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어요. 그러나 당장 생계에 지장을 받는 농가와 소상공인의 소득을 일정부분 보전해주고 침체된 경기 활성화에 나서려면 현행 3·5·10만원인 식사·선물·경조사비 상한액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 기자

정경유착의 고리가 끊어지고 올바른 행정이 시행되길 바라는 입장에서 이 법의 시행에 찬성합니다. 아무리 작은 단위의 선물이라도 판단을 흐리게 합니다. 예로부터 정(情)이 충만한 농업계가 삭막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우리가 언젠가는 극복해야 할 부분인 거죠. 하지만 김영란법으로 피해를 보는 농축산업에 대해서는 보전을 해줄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피해 규모에 대한 합리적 산출과 의견 수렴을 통해 적절한 대안이 마련돼야겠지요.


▶박 기자

농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법의 심각성에 대해 모두 공감할 거예요. 취재현장에선 한우고기 가게를 하는 사람들은 접대 및 선물이 줄어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울상입니다. 화훼업계도 별반 다르지 않고요. 사회전체를 위해 김영란법의 취지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피해가 우려되는 산업은 예외로 둬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합니다. 정부는 내년까지 지켜본다지만 하루 속히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강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연말에 웬 날벼락, AI


▶유 부국장

김영란법에다 AI 여파로 닭·오리 사육농가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요. 손님이 찾지 않으니 음식점 매출이 반토막 났고 지방은 70%까지 매출이 줄었다고 해요. 2014년 2월에도 AI가 터져 농가들이 곤욕을 치렀는데, 2년만에 또다시 터지니 정부 방역체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네요. 확진농장에 쓰인 소독제가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대다수였다는 국회 분석결과도 나온 상황입니다. 27일 현재 전국 538개 농가에서 2577만 마리가 살처분됐으며 48개 농가 153만 마리가 살처분될 예정이랍니다. 앞으로 이 숫자는 증가할 거라 걱정이 커지고 있어요.

정부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은 AI 발생을 탐지하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전국 35개 주요 철새서식지의 야생조류 시료나 분변을 채집ㆍ분석하는 예찰(豫察)활동을 담당하고 있어요. 국립생물자원관은 겨울철새의 전국적 서식현황과 이동경로를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농림축산식품부와 공유해 효과적인 AI 대책을 세우도록 지원하지요. 이것이 현행 우리나라 AI 방역체계인데, 이번 전파 원인이 야생철새로 지목된 것을 보면 정부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듭니다.


▶이 부장

맞습니다. 몇 년째 반복되고 있는 이 상황을 정부는 왜 예방하지 못하는지 의문입니다. AI 발생 지역에 중국집 배달 오토바이가 왔다갔다 하는 실정과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철저한 방역이 요구되는 시점에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으니 정부는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제대로 살펴야 할 것입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초기 대응이 좋은 본보기죠. 백신을 투입한다고 하는데 닭·오리 합쳐 약 1억만마리 하나하나 어떻게 접종할지 의문이 들 뿐입니다. 지금의 현실은 컨트럴타워가 무너졌다고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이 기자

국내 닭 10마리 중 한 마리가 AI로 나오고 있죠. 2600만~2700만마리가 살처분되고 있는 상황 속에 농가의 심려가 얼마나 크실지 모르겠습니다. 지난달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후 3주간 적극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일했다, 늑장대응이다’ 등 쓴 소리가 계속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16일 첫 의심신고가 접수되고 26일 후 첫 장관 회의가 열렸습니다. 비슷한 시기 AI가 발생한 일본은 AI가 발견된 바로 다음날 방역 수준을 최고 단계로 올리고 적극적인 대응을 한 결과 90만 마리를 살처분 했습니다. 이는 정부가 방역 대책에 얼마나 미숙한지 잘 알게 해줍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가금류가 살처분 될지 모르겠지만 보다 정확한 판단으로 피해를 최소화 하는 동시에 피해 농가에 대한 지원 대책도 빠르게 실시돼야 할 것입니다.


▶박 기자

닭·오리뿐 아니라 ‘계란’의 수급문제도 심각한 실정이에요. 계란 도매가가 계속 상승해 홈ㅇㅇㅇ마트의 경우 142개 전 점포에서 계란 가격을 4.5%나 인상했어요. 살처분된 가금류 중 산란계가 많은 비중을 차지해서인데, 실제로 알 낳는 닭 10마리 중 3마리가 살처분 되고 있습니다. 피해규모가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긴장의 끈을 바짝 조여야 합니다.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AI H5N6형 바이러스는 중국에서만 16명이 감염돼 10명의 목숨을 앗아 갔죠. 따라서 치사율 62%에 이르는 이 치명적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책이 하루빨리 마련되길 바랍니다.


정리=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