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도 경영이예요, 경영마인드로 농사지을 겁니다”
“농업도 경영이예요, 경영마인드로 농사지을 겁니다”
  • 유은영 you@newsfarm.co.kr
  • 승인 2017.01.3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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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된 삶 버리고 농사꾼 택한 김길용 쌀전업농충남연합회 회원

2월 영농조합법인 설립, ‘농사경영’ 준비 완료
극구 반대 아버지 김주연 감사 든든한 ‘후원군’


쌀전업농충남연합회 정기총회장이 갑자기 환해졌다. 평균연령 50~60대의 고참 농부들이 가득 메운 총회장에 웬 젊은이가 햇살을 등지고 들어섰다.


아버지를 이어 농사꾼의 꿈을 키우는 김길용 농민(34, 천안4-H연합회장). 김 농민은 잘 다니던 대학을 중퇴하고 농민의 길로 진로를 바꿨다. 공고를 나와 공대를 다니고 있었으니 졸업만 하면 취업은 보장된 삶이었다. 그러던 그가 돌연 농사를 짓겠다고 천안 연암대 농대 원예과에 들어갔다.


“주변 친구들이며 선배들을 보니 생활의 거의 대부분을 회사와 함께 하더라고요.”


번듯한 옷차림에 대기업을 다녀 외관은 그럴듯하지만 실상은 자유가 없는 삶을 살기 싫었단다.


현재도 아버지 김주연(쌀전업농충남연합회 감사)씨를 도와 벼농사를 짓는 준농사꾼이다. 대학원에 진학해 시설원예를 공부하는 학생이지만 곧 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 취임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그는 벼농사와 토마토 재배를 겸해 안정을 도모하자는 장기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2월 예정된 영농조합법인 설립도 그런 목적에서다.


“벼농사는 단위생산성이 떨어져서 시설원예 쪽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벼농사와 함께 직원을 둬 겸업할 겁니다. 농업도 경영이예요. 경영마인드가 필요해요.”


김 농민은 쌀 농가에 유독 혹독했던 최근의 상황도 ‘경영의 문제’라고 일침한다. 연속 풍작에 쌀값이 떨어졌지만 경영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해결법도 생긴다고. 생산비용을 줄이면 마진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냉철한 그도 작년 한해는 이런 ‘경영마인드’가 통하지 않을 만큼 어려웠다고 한다.


“작년의 경우 총 매출에서 인건비를 빼지 않아도 대부분 농가에서 적자를 봤을 거예요. 농기계가 없고 농지가 1만~2만평이라면 아예 농사를 짓지 않는 게 나았죠.”


김 농민 자신도 중도에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를 심심찮게 목격했다. 새해는 좀 나아지려나 했는데 오히려 더 걱정이다. 쌀 수급조절 정책이 직불금 축소와 타 작물재배 확대 등 쌀 농가에 희생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쉽기만 한 일은 없다고 봐요. 농업을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생산성만 생각하면 돌파구는 나오기 마련이라고 봅니다”며 대차게 말한다.


처음엔 장가 못들까봐 극구 만류했다던 아버지 김씨가 결국 백기를 든 것도 이렇듯 늠름한 아들의 모습을 봤기 때문일 게다.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확실한 철학을 갖고 방향을 내놓는 김 농민의 모습 말이다.


우리나라 발전의 근간인 농업농촌이 언제부턴가 산업의 중심에서 소외돼 왔다. 김 농민처럼 농업을 색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젊은 피가 늘면 농업도 농촌도 ‘힘들어 떠나는 곳’에서 ‘돌아와 안착하는 일터’로 변모할 날이 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