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同床異夢)
동상이몽(同床異夢)
  • 이은용 ley@newsfarm.co.kr
  • 승인 2013.06.05 1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농민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쌀 목표가격을 4000원 인상하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쌀 생산 농가를 중심으로 농업인들은 터무니없는 인상안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전혀 정부와 농업인 간 소통이 안 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예이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3월 제61대 농식품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부터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일환으로 농업인·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이동필의 1234’를 추진하고 있다.

‘이동필의 1234’란 장관이 직접 한 달(1)에 두 번(2)이상 현장을 방문, 세 시간(3)이상 사람(4)들을 만나 소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 장관은 의례적 현장방문 행사가 아닌 내실 있는 현장 소통, 정책성과 점검, 대안 찾기의 장이 되도록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번에 걸쳐 이 장관의 현장간담회를 취재해본 결과 겉으로는 이런 취지로 행동하면서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 지난 3개월 동안 열심히 많은 곳을 쉼 없이 뛴 점은 높이 평가하지만 결코 내실 있는 현장 소통의 장은 아니었다.

분명 현장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지만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일부의 사람들만 만나고 다닌다는 생각이 든다.

단적으로 지난달 11일 경기도 여주군에 위치한 여주농협통합RPC 회의실에서 열린 쌀 관련 간담회가 기억에 남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패널들을 살펴보면 현장에서 직접 활동하고 있는 농민은 거의 없고 대부분 전문가나 RPC 관계자, 정부·지자체 관계자로 채워져 있었다.

특히 내용 또한 이미 정해진 내용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식의 간담회였다. 이런 식의 간담회는 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은 지난 장관들을 통해서 봐 왔던 사실이다.

그렇게 현장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이 장관이 소통인 듯 보이는 불통을 하고 있는 모습에서 우리 농업인의 미래는 밝아 보이지 않는다.

쌀 목표가격에 대한 정부 측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까지 피해와 손해를 봐 왔던 농업인들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생각했었다면 이런 인상안은 제출 못했을 것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간 듯하다. 국회의원들도 선거 때와 당선 된 후 다른 모습을 보여 왔는데 이번엔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