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농사 접고 ‘풀빵 리어카’ 끌고 싶은 심정여~”
“50년 농사 접고 ‘풀빵 리어카’ 끌고 싶은 심정여~”
  • 유은영 you@newsfarm.co.kr
  • 승인 2017.03.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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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중 전북쌀전업농 자조금위원장
간척지 ‘신동진쌀’로 농식품부장관상 수상
뼛속까지 농사꾼 “지난해 같은 어려움은 처음”



수 십 년 전부터 수매 품목 ‘가격 예시제’ 제안
쌀 과잉공급 따른 수급조절 정책보다 효과 확신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쌀은 간척지 쌀이 최고여, 암만. 윤기가 을매나 좌르르~ 흐르는지 밥을 지어놓으면 반짝반짝 빛이 나.”


지난달 22일 대전광역시의 한국농어촌공사 충남지역본부에서 열린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2017년도 정기총회에선 품평회 선정 우수 쌀에 대한 시상식이 진행됐다.


이날 농축산식품부장관상을 받은 김기중 쌀전업농전북연합회 자조금위원장은 지난해 11월 11일 ‘쌀의날’ 행사에 신동진 햅쌀을 출품했다. 중앙연합회는 매해 쌀의날 행사 때마다 품평회를 열어 우수 쌀을 선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신동진쌀에 대한 자부심은 남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신동진쌀은 1년 내내 두고 먹어도 찰질 뿐 아니라 비장을 튼튼하게 해 주고 위를 편하게 해 주는 효능도 갖는다. 소화가 잘돼 체력이 허약한 사람의 기운을 북돋아 주고 혈압 강하 작용을 하는 쌀눈이 살아있어 고혈압환자에게 도움을 준다. 그럼에도 가격이 저렴해 부담이 없다. 한마디로 ‘싸고 좋은 쌀’이 되는 셈이다.


“광활한 옥토에서 바닷바람을 맞고 자라 그리 맛이 좋은 거여.”


이런 그도 작년 같으면 영 농사를 접고 싶었다고 토로한다.


전북 부안 계화간척지 1500평 논에 50년째 벼농사를 지어온, 뼛속까지 ‘농투사니’인 그도 끝을 모르는 쌀값 하락의 여파를 견디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쌀값 추락폭을 비료, 농약 등 농자재값이 따라잡지 못하니 지난해 농사는 마이너스라고.


“딸 넷 아들 하나를 벼농사 지어 다 갈치고 출가시켰어. 어디 가서 도둑질한 건 아니니께 떳떳하지. 그란디 요새는 딱 때려치고 풀빵 리어카나 끌고 싶은 심정여.”


중학교 다닐 때부터 비료 주고 거름 주며 농삿일 배우다가 고등학교 졸업하고는 바로 농업에 투신했다. 그간 물 수급이 안돼 못자리를 다 태워버린 일도 있었고 자연재해로 한해 농사를 순식간에 날려버린 일도 있었다.


“벌써 10년 전이네. 태풍 ‘나비’로 논 전체가 몽땅 엎어졌을 땐 참말로 ‘쫄딱’ 망했다 싶었지. 군인들이 안 도와줬음 지금 살아있을랑가 몰라. 죽을 맛이었어. 근디 지금이 그때허고 똑같어.”


직불금도 없던 시절을 견뎌온 김 위원장은 쌀 재고가 넘쳐나는 현재의 쌀 정책 하에서 농민이 부딪히는 어려움을 자연재해와 견주었다. 그러면서 든 것이 ‘가격 예시제’다.


“가격 예시제를 맨 처음 얘기한 것이 나여. 전두환(전 대통령) 시절부터 가격 예시제를 해달라고 졸랐어. 파종하기 전까지 예시제를 해줘야 가을에 국회의원들이 쌀값 결정한다고 싸움을 안허지. 농민들도 벼를 심을지 다른 작물을 심을지를 결정해서 좋고 말여.”


직불금을 주는 품목은 모두 수매가격 예시제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농민들은 수지타산이 맞는 농작물을 선택해 안심하고 농사에 전념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주장은 당시 상당한 호응을 얻고 모임이나 행사 때마다 거론됐지만 지금껏 이뤄지지 않고 있다.


품질 좋은 쌀을 생산했다고 농식품부장관상까지 받은 그가 이렇듯 어려움을 토로하니 쌀 농가의 고충이 그대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넘쳐나는 쌀의 수급조절에 나선 정부정책에 다소 아쉬워했다.


“벼 재배면적을 줄이고 타 작물을 재배하게끔 유도한다지만, 이건 효과가 없어. 예시제를 해서 자기가 농사짓고 싶은 작목을 고르게 해야 혀. 휴경도 옛날에는 돈 주다가 지금은 안 주니 누가 안 하잖어.”


간척지 쌀 재배농가로서 직불금 지급 대상 농지에서 간척지를 제외하는 현행 법령도 하루빨리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쌀 직불금 대상농지는 WTO 농업협정에 따라 1998년 1월 1일부터 2000년 12월 31일까지 논 농업에 이용된 농지를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새만금과 같은 신규 간척지는 직불금을 받을 수 없다.


국회에서도 직불금 지급 대상 농지에 간척지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미 수 년 전부터 해마다 제기된 거라 법률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옅은 상태다.


쌀 농민 김 위원장의 올해 농사도 장담할 수 없다. 쌀값 하락과 직불금 변동, 수급조절 정책에 따른 부침 등 난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5년째 풍년'을 외친다.


“어찌되앗든 풍년이 들어야 돼야. 흉년이 들면 이웃 간에 인심도 각박해지고 사람이 못 쓰게 되니께.”


본격적인 영농철에 들어서는 3월, 김 위원장의 발걸음은 부지런히 논두렁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