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대비 식량안보 정책 시급히 마련해야”
“통일 대비 식량안보 정책 시급히 마련해야”
  • 이은용 ley@newsfarm.co.kr
  • 승인 2013.06.1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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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 토론회, 쌀 비축제도·남북 협력 시행
여인홍 차관 “북한과 협력체계 만들어 나갈 것”

“우리나라는 현재 식량 자급률이 점점 떨어져 위기에 처해 있으며, 경제 파탄으로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과 통일이 된다면 심각한 식량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가차원의 식량안보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은 지난 11일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주최해 열린 ‘통일을 대비한 우리의 식량정책 이대로 좋은가?’ 원탁토론회 주제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이사장은 식량정책에 대해 ▲통일 초기에 발생하는 식량부족 사태를 대비한 쌀 비축제도 실시 ▲쌀 증산과 자급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수요창출 방안 수립 ▲식용콩 증산과 자급 달성 ▲축산 합리화와 조사료 자급률 향상 ▲수산자원 개발과 수산기술 현대화를 통한 연근해 어업 활성화 ▲농수산업과 가공산업을 연계하기 위한 지역 특성화 계획 ▲식량 확보를 위한 남북 협력사업 시행 ▲통일 한민족 식량영양 상태를 개선하는 기회로 만들기 위한 사전 계획 수립 등의 정책을 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이사장은 “북한의 곡물 수급현황은 2011년 현재 소비량 534만 톤, 공급량 425만 톤으로 약 100만 톤이 부족한 상태”이라며 “우리나라 역시 곡물 수요량 2061만 톤, 공급량 2362만 톤으로 73%를 외국에서 수입해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이 이사장은 또 “문제는 통일 후의 상황이다. 2015년을 통일 시점으로 가정했을 경우, 북한 주민이 칼로리 최소섭취량을 소비하고 통일 10년 후인 2025년에 칼로리 정상소요량을 소비한다고 예측할 때 북한의 1인당 식량수요량은 2015년 195.3kg에서 2025년 301.5kg으로 5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며 “이를 식량으로 환산하면 북한의 연간 식량부족분은 2015년 57만 톤에서 2025년 144만 톤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통일, 시나리오별 대책마련 해야

그러면서 “통일 후 국가경영의 가장 기본이 되는 식량 수급에 관한 예측이나 식량 확충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미흡하다”면서 “지금부터라도 통일에 대비한 한반도 식량정책 수립 및 구체적인 시나리오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특히 “우리나라의 식품산업 규모는 2010년 기준 매출액 133조원으로 농림어업 매출액 2.3배에 달하며, 국내 제조업 총 GDP 중 15.2%에 해당하는 거대 산업분야로 우리나라 식량공급을 책임지고 있다”며 “따라서 통일 특수를 대비한 식품가공 시설을 보다 활용할 필요가 있고, 현재 국내 설치돼 있는 식품공장의 가동률을 평균 45%에서 68% 수준으로 올리는 것만으로도 통일 후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까지 식품산업이 미비한 북한의 식품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전력수급, 인력, 기술교육 등 기반조성을 위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제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문헌팔 한국종자포럼 이사장은 “통일 후 식량대란을 대비하기 위해선 추정치에 불과한 북한의 식량 실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며, 7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북한의 농업생산구조의 개선이 시급하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엔 독일의 통일 시 서독을 모델로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용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일 이후에도 우리가 필요한 식량을 국제무역으로부터 확보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이 때문에 주제발표에서처럼 120만 톤 비축제도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체계며 단 평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쌀을 50~70% 비축하고 나머지 비중은 콩, 옥수수 등으로 비축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또 “개성공단과 같이 특별농업지구를 설정하고 남북한 공동 농업협력사업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적절하지만 당장 시행하기가 어렵고 시행 상 많은 불확실성을 갖고 있는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유충식 aT 신성장사업본부장도 토론에서 “통일 후 식량 확보를 위해선 남북농업협력사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단기적으로 물자지원을 통한 북한의 생산성 제고를 유도하는 측면과 계약재배를 통한 남북한 상호 보완적인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방법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 북한의 농업기술 능력 자체를 개선하기 위한 농업기술을 이전해 영농기반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남북한 공동 해외식량기지 개척

또 “장기적인 관점에서 남북관계가 호전된다면 연해주에 남북한이 공동으로 해외 식량기지를 개척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은 수급 방안과 관련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지속적인 하락세로 생산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쌀의 자급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함과 동시에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조사료도 논을 이용한 답리작 재배 확대 등 안정적인 국내 수급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춘진 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OECD 최하국인 일본보다 낮다. 이는 거꾸로 가는 우리 농업의 현실”이라며 “경지면적 감소, 대책없는 FTA 개방정책, 고령화 사회 등 계속 뒷걸음칠 치고 있는 우리 농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쌀 100% 자급이 될 수 있도록 종자산업 육성이 중요한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방안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여인홍 농식품부 차관은 이와 관련 “식량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선 어떠한 사업도 유지될 수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우리나라보다 농지면적도 많고 자급률 역시 높은 북한과의 협력체계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은 자급률을 높지만 생산기반이 갖춰지지 않아 생산능력이 떨어지고, 남북협력 차원에서 영농기술 보급 등 생산기반 체계를 마련해 미래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식량 비축 역시 매우 중요해, 현재 정부는 쌀 72만 톤을 보유하고 있으며, 통일을 대비해 보유량을 더욱 늘려야 하지만 경지면적 축소 등 국내 여건상 환경적인 요인이 많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