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생산조정제·자동시장격리제 도입’ 탄력 받을까
‘쌀 생산조정제·자동시장격리제 도입’ 탄력 받을까
  • 유은영 you@newsfarm.co.kr
  • 승인 2017.04.19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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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농협 RPC 운영 전국협의회 정총 개최…쌀 산업 회생에 합심 결의

재고량 처분 골몰 “제살깎아먹기식 가격인하 지양” 한목소리
‘적자 극복’ 손익구조 시스템 구축 4가지 대정부 건의안 채택


“정부양곡 도정 참여·시설비 지원율 50%로
논에 타 작물 재배시에도 변동직불금 지급
도정시설 산업용 전기요금, 농사용 전환”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쌀 공급과잉과 소비량 감소로 쌀값의 하향 불안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국 RPC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곡종합처리장(RPC-Rice Processing Complex) 전국협의회는 RPC 손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정부에 요청했다.


문병완 RPC전국협의회장을 비롯한 전국 RPC운영농협 조합장 등 200여명은 지난 13일 열린 ‘2017 농협RPC 정기총회’에서 적자극복에 필요한 실천방안 네 가지를 담은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했다.


건의문에는 ▲농협RPC 정부양곡 도정 참여 ▲건조·저장시설 등 국고지원 확대 ▲생산조정제 정부예산 반영 및 자동 시장격리제 도입 ▲RPC 전기요금의 농업용 적용 등이 담겼다.


문병완 협의회장은 “금년 쌀 시장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쌀값 상승과 RPC의 손익구조 개선 시스템 구축에 힘을 합하자”고 격려했다.




작년 수매량 180만톤…사상 최대
농협중앙회 본관(서울시 중구) 대강당에서 열린 전국 미곡종합처리장(RPC) 전국협의회 정기총회 참석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농협의 쌀 산업 수호 노력이 절실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축사에서 “지난해 쌀 가격이 20년 전으로 회귀하는 등 경영여건의 어려움 속에서도 사상 최대인 180만톤의 쌀을 수매해 농가 숨통을 틔워 주신 RPC 운영농협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올해 농협중앙회는 정부와 함께 쌀 산업 재생의 기본이 되는 생산조정제 도입과 쌀 소비촉진을 반드시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RPC는 벼 매입량 증가에 따른 재고부담으로 건전경영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벼 매입량은 2013년 151만톤에서 2014년 165만톤, 2015년 177만톤, 2016년 180만톤으로 최근 4년 동안 매해 10여만톤씩 늘었다.


쌀 생산량의 약 42%를 판매할 만큼 쌀 산업의 핵심역할을 수행하는 RPC는 지속된 쌀 공급과잉과 소비량 감소로 인한 쌀값 하락의 여파로 경영악화에 놓인 것이다.


경영난 타개 4가지 제도개선 촉구
이에 따라 RPC전국협의회는 경영난을 타개할 4가지 제도개선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손익구조 개선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4가지 실천방안은 ▲농협RPC 정부양곡 도정 참여, ▲우리 쌀 경쟁력 제고 및 RPC 지속 발전을 위한 정부지원 확대, ▲생산조정제 정부예산 반영 및 자동 시장격리제 도입, ▲RPC전기요금 농업용 적용 등이다.


정부양곡 도정참여는 정부가 인수하는 산물벼나 시장격리곡을 농협RPC가 도정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또 RPC의 지속발전을 위해 건조·저장시설 설치비와 고품질쌀 육성사업에 투입하는 국고지원비율을 각각 현행 30%에서 50%로 확대할 것을 요청했다.


특히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는 쌀 공급과잉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선 생산조정제와 자동시장격리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산조정제는 사료용 벼 재배나 논에 벼 이외 타 작물 재배시에도 변동직불금을 주자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벼 재배면적 감축을 위해 논에 타 작물 재배를 권장하고 있지만 벼 재배와 달리 직불금은

지급되지 않아 사전적 쌀 수급관리로서 실효성이 미미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현재 조성중인 40~50ha 규모의 생산조정 시범단지 운영을 통해 10ha당 생산조정에 필요한 예산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안이 나올 예정이다.


예측 쌀소비량 초과물량 정부가 사들여야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1월 ‘2017농업전망’에서 쌀 수급안정정책으로 자동시장격리제를 제안한 바 있다. 이는 쌀 수확기에 앞서 적정 생산량이나 소비량을 산정한 뒤 그 이상의 쌀이 생산되면 초과물량을 시장에서 자동으로 격리하는 제도다.


현행 공공비축제가 도입된 2005년 이후 정부는 쌀 수급이 과잉을 보일 때마다 시장격리로 가격안정을 노려 왔다. 그러나 시장에서 시행이 더디게 진행돼 그 효과가 떨어졌다. 농경연은 적정 생산량의 102.5%를 격리지수로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적정 쌀 생산량이 400만톤인데 415만톤이 생산됐다면, 400만톤의 102.5%인


410만톤을 제외한 나머지 5만톤을 수확기에 정부가 모두 사들이는 것이다.


농사용 전환시 121억 절감
또 하나 큰 현안 가운데 하나는 RPC 전기요금의 농사용 전환이다.


현재 RPC는 한국전력공사의 전기공급 약관에 따라 동일 RPC 내에서도 건조·저장시설의 경우는 농사용 전기요금이, 도정시설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적용된다. 도정시설에 적용되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농사용보다 약 3배 정도 비싸다.


RPC 농사용 전기요금 적용은 201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농가 피해 보상 대책의 일환으로 여야정 협의체가 합의했지만 쌀이 FTA 협상품목에서 제외됐다는 이유로 전환이 좌절됐다.


농협을 비롯한 농민단체는 꾸준히 농사용 적용을 주장해 왔지만 쌀이 관세화로 완전 개방된 2015년 이후에도 농사용 전환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 생산자단체가 운영하는 산지유통센터(APC), 가축분뇨처리장, 굴껍질처리장, 수산물 산지거점유통센터는 2012년부터 농사용으로 적용을 받고 있다.


RPC전국협의회는 2015년 RPC 도정시설 농사용 전기요금 적용을 위한 관련법규(전기사업법) 개정 청원 서명운동을 벌여 30만명의 서명을 받아 청원서와 함께 국회에 제출했지만 끝내 수용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1월부터 한중 FTA 여야정 협의회에서 가공시설 전기요금을 산업용 전력으로 유지하되 요금을 20% 깎아주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연간 30억원의 전기요금 절감효과를 보게 됐지만 농사용 전환에 따른 절감액이 약 121억원에 달하는 것과 비교할 땐 턱없이 적은 것이다.


관련법규 개정안 입법안은 19대 국회 만료와 함께 자동폐기됐지만, 업계는 오는 5.9장미대선 이후 구성되는 새 정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 대선주자들이 쌀 생산조정 등 농업농촌 활성화에 관심을 나타내는 만큼 차기 정부에선 수용이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올해 쌀값 보합세 지속 전망
이밖에 쌀 산업의 또 하나의 현안인 소비촉진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문병완 협의회장은 “RPC 손익구조 개선과 함께 쌀값 상승을 위해 다같이 노력해야 한다”며 “나만의 재고를 처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나친 가격할인은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병원 회장은 “아침밥 먹기 운동은 큰 효과를 거두는 방법은 아니다”며 “쌀가루, 쌀과자, 살전병 등을 만들어 밀가루 소비량의 일정부분을 쌀가루로 대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제분협회 등에 따르면 국민 1인당 밀가루소비량은 연간 약 34㎏. 이 가운데 5㎏만 쌀가루로 대체하면 연간 20만톤의 쌀 소비가 촉진된다.


농협은 경남 밀양 제대농공단지 내에 622억원을 들여 쌀가루 가공공장을 건립중에 있다. 바로 그 옆에는 오리온과 합작투자한 쌀과자 공장이 들어선다. 농협 자체적으로도 오는 5월 농협식품회사를 설립해 쌀 가공식품

을 출시할 예정이다.


한편 국내 쌀 생산량은 2015년 433만톤에서 2016년 420만톤으로 3.0% 감소했으며, 이 가운데 농협 매입량은 177만톤에서 180만톤으로 1.6% 증가했다. 3월말 기준 농협쌀 재고는 84만6000톤이다. 이는 전년 같은 시기의 96만7000톤에서 12만1000톤 감소한 양이다.


쌀값은 20㎏ 정곡 3만2073원으로 전년(3만6058원) 대비 11.1% 하락했고, 전달(2월)에 비해서는 0.7% 하락했다.
김종훈 농식품부 식량정책국장은 “올해 쌀값은 지난해 수확기 시장격리 조치의 영향으로 보합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수 RPC 시상도
정기총회에선 문병완 현 회장의 유임이 전원 만장일치로 결정됐으며 현행 4명 임원을 8명으로 늘리는 안건이 상정돼 통과됐다. 부회장, 감사는 추후 도협의회장 8명으로 구성된 임원선임전형위원회에서 후보자를 추천하고 추대하기로 했다.


한편 ‘2016년 미곡종합처리장 경영대상’과 ‘대표브랜드 쌀 평가’ 우수농협에 대한 시상식도 함께 열렸다.
‘RPC 경영우수 사무소’ 경영대상에 의성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이 선정됐으며 우수상은 만세보령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진천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회현농협, 대야농협에게 돌아갔다.


진천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은 ‘대표브랜드 쌀 평가 우수농협’ 최우수상도 수상했다. 우수상엔 면천농협, 신평농협, 서천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