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오세관 국립식량과학원 수확후이용과 연구관]“기능성 쌀로 밀가루 시장 대체할 것”
[인터뷰-오세관 국립식량과학원 수확후이용과 연구관]“기능성 쌀로 밀가루 시장 대체할 것”
  • 이도현 dhlee@newsfarm.co.kr
  • 승인 2017.05.16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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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루’ 쌀맥주, 밀맥주 비해 영양·맛 우수
저항전분 함유 ‘도담쌀’로 체중조절까지
“파리바게뜨 5%만 쌀로 전환…톤 단위 소비량 증가”
“쌀이 맛있어야 제품 맛도 좋아… 2차 가공 중요”

(한국농업신문=이도현 기자)최근 농촌진흥청은 ‘TOP5 융복합프로젝트’를 수립하고 집중하고 있다. 이중 첫 번째 과제가 바로 쌀가루 산업 활성화이다.

쌀 소비가 계속해 줄어들면서 남아도는 쌀을 처리하는 게 농업계에서 풀어야 할 주요 과제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연간 200만톤이 소비되는 밀가루 시장의 10%만 쌀가루가 대체한다면 20만톤의 쌀 소비가 이뤄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가장 큰 규모로 쌀 소비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주정용을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과연 이런 것들로 쌀 소비 견인이 가능할까.

오세관 국립식량과학원 수확후이용과 연구관을 만나 쌀 소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최근 국산 쌀맥주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데.

“쌀의 대한 대량 소비처를 찾다보면 주정용이 빠질 수는 없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맥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기호가 높습니다. 이에 우리는 맥주를 만드는데 필수조건인 당화에 적합한 품종을 선발했습니다. 바로 전분이 부드러운 연질미 ‘한가루’ 품종입니다.

맥주는 라거 타입과 에일 타입이 있는데 라거의 경우 쌀이 적게 들어가지만 에일 맥주는 쌀을 30~40%퍼센트 들어가게 됩니다. 쌀 맥주는 일반 밀 맥주에 비해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며 맛도 좋습니다. 또 단백질 구조상 혼탁함도 덜하고 색이 투명해 시각적으로도 우수한 장점이 있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쌀 소비촉진법은.

“가장 간단한 방법은 대기업에서 사용되는 밀을 쌀로 대체하는 방법입니다. 현재 안성탕면에는 쌀가루 5% 들어가고 있어 소비가 기대가 되고 있습니다.

또 대량 소비처인 파리바게트 등 프렌차이즈 빵 회사에서 5%만 쌀로 전환해준다면 쌀 소비량이 톤단위로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쌀 원가가 밀가루에 비해 높다는 문제가 발목을 붙잡고 있습니다.

쌀의 새로운 용도를 개발하는 것도 방법이 되긴 합니다. 예를 들면 플라스틱 제품을 대체하는 친환경제품의 생산입니다. 이러한 제품의 경우 가격 경쟁에서 밀린다는 어려움도 공존합니다.

따라서 차별화 강조만이 쌀 소비촉진의 가장 빠른 방법으로 생각됩니다. 같은 빵을 만들어도 기능성 쌀을 가공해 만들어 차별성과 경쟁력을 갖추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쉽지요.”

-쌀이 가진 차별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재료인 쌀이 맛있어야 완성품도 맛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저 밀가루를 대신하는 쌀가루 품종으로는 가능성이 없어요. 경쟁력 없는 재고미나 수입쌀 대신 기능성 국산 햅쌀로 만들면 제품에 차별력이 생기지요. 어떤 쌀을 이용하면 맛도 좋고 영양도 높을지. 특히 요즘처럼 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을 채울만한 쌀이 무엇일지, 성인병, 비만 예방 등 트렌드를 선도하는 쌀 품종을 선택해 사용해야 합니다.

‘도담쌀’엔 저항전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 과자와 빵을 만들게 되면 다이어트, 설탕 조절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찾는 제품을 만들면 소비창출로 이어지게 되는 겁니다.”

-한때 인기 많던 막걸리 소비 감소 원인은.

“제조업체들이 원료 수급이 원활하면 막걸리 원료로 쌀을 사용하고 원료가 떨어지면 밀을 사용하곤 합니다. 막걸리를 보시면 초록색 뚜껑은 밀, 하얀색 뚜껑은 쌀막걸리인데, 맛이 떨어지는 막걸리는 밀로 만든 막걸리임을 확인 할 수 있을 겁니다.

요즘처럼 원료 쌀이 저가로 공급되면 쌀 막걸리가 생산됩니다. 기업의 ‘고집’이 없다면 막걸리 산업은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울 것입니다.

또 정부의 시범적·한시적 사업 지원으로 기업이 부담을 떠안아 폐업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쌀 가공 업체들은 한결같이 쌀 가격, 원가가 문제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저가 공급이 우선 진행돼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정부의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도시락용 밥 소비가 눈에 띄는데.

“싱글족과 샐러리맨들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간편식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도시락과 컵밥 등이 쌀소비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햅쌀을 사용하며 회사간 경쟁구도 속 차별성 있는 맛있는 도시락을 만들기 위해 품종 선택부터 수확까지 철저한 품질관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식량원도 편의점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쌀 소비 활성화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을 진행중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