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명진 서산시쌀연구회(서산농장작목반협의회) 회장]
[석명진 서산시쌀연구회(서산농장작목반협의회) 회장]
  • 이은용 ley@newsfarm.co.kr
  • 승인 2017.06.22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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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지구’ 농사 불능…포기 직전까지 와”
‘800억’ 피해 예상…실질적 대책 마련해야
비상대책위 구성, 끝까지 ‘투쟁’에 나설 것

“염도가 너무 심해 모가 다 타들어가고 있어…사람으로 치면 ‘식물인간’ 상태”

“청와대, 국회, 농식품부, 농어촌공사 본사까지 트랙터 끌고 목소리 전달할 것”

(한국농업신문=이은용 기자)

충남 지역의 쌀 생산량 10~15%를 차지하고 있는 간척지 ‘천수만AB지구’ 들녘이 가뭄 때문에 거의 농사 불능 직전까지 이르게 됐다.

이곳에 지난 5월까지 누적강우량은 90.0㎜로 평년대비 35.0%, 전년대비 31.2% 수준이고 6월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여기에 농업용수를 관리하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 천수만사업단이 간월호 농업용수를 농민들과 상의 없이 방류한 사실이 드러나 가뭄뿐만 아니라 농어촌공사의 무단방류로 인해 피해가 더 커졌다는 사실에 농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지난 20일 ‘천수만AB지구’ 농민들은 트랙터 50여대, 1톤 트럭 50여대 이상을 이끌고 천수만사업단을 항의 방문하는 시위도 가졌다.

앞으로 더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석명진 서산시쌀연구회(서산농장작목반협의회) 회장을 만나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상황은.

“정말 최악의 상황입니다. 앞으로 6월 말까지 100~200mm이상 큰 비가 오지 않는다면 농사를 포기해야 할 지경입니다. 현재 이곳 농민들은 사상 처음으로 모내기를 두 번 할 정도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입니다. 모내기를 두 번 하더라도 염도가 너무 심해 모가 다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식물인간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이다 보니까 모를 심어도 제대로 활착을 하지 못하고 있고, 새끼를 치지 못하고 간신히 생명줄만 잡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올해 농사를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말 요즘은 하늘만 바라보며 지내고 있습니다.”


-문제 원인은.

“가장 문제는 비가 너무 안 오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예년에 비해 비가 너무 오지 않아 간월도 바닥이 드러난 만큼 심각합니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1차적인 문제는 이런 가뭄을 예상하고도 농어촌공사 천수만사업단에서 세 차례 걸쳐 담수호의 물을 방출했다는 것입니다. 농민들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버드랜드 행사와 양수장 공사 편의만을 위해 물을 빼낸 것이 이런 사태를 유발했다고 생각합니다. 이곳 농민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만약 세 차례 물만 안 빼냈다면 이렇게 심각한 지경에 이르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남은 물의 상태는.

“지금 물의 상태로는 농사를 지을 수가 없습니다. 일부 농민들은 쓸 수 없는 물이라도 공급해달라고 하고 있지만 염 농도가 높아져 염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큽니다. 천수만B지구의 경우 매년 염해피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 정도입니다. 지난 19일 충남도 농업기술원에서 로 모가 다 말라 죽어가고 있습니다. 지역 여러 곳을 다니면서 염 농도를 측정한 결과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정도로 수치가 높게 나왔습니다. 심한 곳의 염 농도는 10000ppm을 넘는 지역도 있습니다. 3000ppm이 넘으면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인데 이곳은 훨씬 정도가 넘은 상태입니다. 그나마 이 물을 이용해서라도 농사를 지으려면 100mm이상 큰 비가 내려야 하는데 여전히 큰 비 소식은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농사를 안 지어도 농사를 지어도 올해 농사는 끝났다고 보는 농민들이 태반입니다.”


-트랙터 시위는.

“그동안 몇 차례 농어촌공사 본사와 충남도, 농식품부에 무단 방류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 처벌, 진정성 있는 사과, 실질적인 보상책 마련을 요구했는데 아직까지 깜깜무소식입니다. 그래서 더 이상은 안 된다는 것이 이곳 농민들의 생각이기 때문에 십시일반 모아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가뭄피해의 당사자인 천수만사업단을 항의 방문했고, 앞으로 더 철저히 준비해 청와대, 국회, 농식품부, 농어촌공사 본사까지 트랙터를 끌고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정말 이곳은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800억원 이상 피해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농업재해보험으로 피해를 보상받으라고 하는데 이걸로는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특히 도나 중앙 정부 지원도 턱 없이 부족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농민들의 마음만 더욱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특별법을 조속히 마련해 온전히 피해를 보상 받을 수 있게 정부와 국회, 도가 노력해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농어촌공사도 물 관리 실패의 책임과 진정성 있는 사과, 보상대책을 세워주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매년 반복되고 있는 가뭄문제에 대한 항구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주시길 바랍니다. 또 이곳 수질이 안 좋은데 수질개선책도 마련해주시길 요청합니다. 저희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투쟁에 나설 것입니다.”

이은용 기자 ley@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