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계] AI방역 개선대책 토론회
[현장중계] AI방역 개선대책 토론회
  • 유은영 you@newsfarm.co.kr
  • 승인 2017.07.1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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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냐 조화냐…AI 대책 ‘평행선’

가금농가 “현장과 소통 부재, 책임만 전가”
가금산업 멸망 vs 보호…입장 명확화 요구

5년간 3회 발생시 허가 취소 ‘삼진아웃제’
“보상금 삭감․사육제한에 가중처벌” 반발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닭 사육농가 등 가금산업 종사자들은 지난 6일 열린 토론회에서 정부가 4월 발표한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 개선대책’의 수정·보완을 요구했다. 특히 양계농가는 정부 대책이 법과 제도를 강화했을 뿐 현실성이 결여됐다며 가축전염병 발생 책임을 농가에 전가한 결과라고 반발했다.


정부는 농장의 밀식사육과 차단방역 미흡이 AI 확산의 주범이라고 보고 케이지면적 확대 의무화와 중복발생시 축산업 허가를 취소하는 삼진아웃제 등 농가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AI대책에 반영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주최하고, (사)대한양계협회·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회·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가 공동 주관했다.


▶케이지 면적 확대…복지 기준 아냐
정부는 이번 AI 개선대책에 산란계 사육면적을 기존 한마리당 0.05㎡에서 0.075㎡로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양계농가 측은 현행 케이지 면적을 유지할 것을 주장했다. 국내 사육면적은 미국이나 일본과도 차이가 없으며, 학계와 해외사례를 찾아봐도 AI와 사육면적과의 관계는 찾아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EU에서도 동물복지는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라며 “지금의 케이지 면적은 수십년에 걸친 가금 육종학에서 최고의 생산성을 올릴 수 있도록 정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세계적으로 일부 유럽국가를 제외한 57.6%의 국가에서 케이지 사육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진아웃제’… 보상금 삭감에 더한 가중처벌
생산자들은 ‘삼진아웃제’ 도입 계획에 가장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삼진아웃제는 5년간 AI가 3회 발생하면 해당 농가의 축산업 허가를 취소하는 제도다. 농가는 AI 발생 책임을 농가에 전가하는 대표적인 정책이라며 즉시 철회를 요구했다.


양계농장 관계자는 “AI 발생은 야생조류에 원인이 있고, 백신 공급 정책도 없다”며 “차라리 반복 발생 등 위험지역 농장에 겨울철 휴업제를 실시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특히 반발하는 이유는 AI 발생농장에 보상금 감액과 사육을 제한하는 처벌과 함께 가중처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진아웃제 도입은 농가의 방역 및 소독관리 책임을 강화한 것이다. 정부는 질병신고를 하지 않거나 미뤄 방역의무를 소홀히 한 농가에 대해선 정책자금 지원을 주지 않기로 했다. 또 소독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농가에 물리는 과태료를 2~3배 올릴 계획이다. 보상금 감액율도 현행 5%에서 20%로 높였다. 농가는 “AI 발생농장은 오히려 정책자금을 투입해 방역시설을 갖추게 해야 한다”며 자금지원을 유지할 것을 요청했다.


▶지자체장이 소농 사육제한…85%가 100마리 미만
이번 대책의 특징은 100마리 미만 사육 농가에 대한 수매·도태 권한을 지자체장에게 주었다는 것이다. 지자체장은 위험농장과 지역에 육용오리와 토종닭의 사육제한을 명령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현권 의원은 “우리나라 전체 가금 사육농가 중 85%가량이 100마리 미만 농가”라며 “대농가로부터 소농가로 질병이 번졌는데 소농을 강제로 없앤다고 AI를 방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금 필요한 취미용 닭 한 마리도 정기 검역할 수 있는 방역인력과 조직”이라며 “규모가 큰 농가들은 전문 주치의를 두어 가축의 이동과 출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신접종 Q&A]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 레스 심스 박사


“백신, 인체감염 우려보다 장점이 더 커”


이날 토론회에선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레스 심스 박사가 백신의 AI 예방효과에 대해 소개했다. AI가 수년 동안 지속 발생하는 가운데 가금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 백신 사용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반대하는 쪽은 바이러스 변이에 따른 인체감염 위험과 농가의 방역 소홀 초래를 우려하고 있다.


1996년 중국 광둥성의 거위에서 H5N1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됐다. 이후 97년 이 바이러스는 홍콩에서 사람과 닭에 심각한 감염을 일으켜 첫 인체감염 사례로 꼽힌다.


심스 박사는 더 이상 차단방역만으로는 AI 감염을 막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가 주장하는 백신정책의 가치를 질의응답식으로 정리했다.


-백신 사용이 효과가 있을까.
한국은 2003년 이후 고병원성 인플루엔자가 거의 매년 유입되고 있다. 중국과 인접한 어떤 나라보다도 빈도가 높다. 이런 추세는 향후 10년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작년 산란계의 35%가 살처분당했다. 이젠 경제적 해결방안의 모색과 함께 차단방역만으로는 방역에 한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적절한 백신을 사용하면 작년과 같은 대량의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다른 나라 사례는 어떤가.
홍콩은 2002년부터 사육과밀지역에 백신을 시작해 2003년 모든 양계농장으로 확대했다. 전체 백신도입이 완료된 2008년 AI 발생은 2건에 불과하다. H5 백신 투입결과는 6월과 12월 시장과 농장에서 항원형변이가 출현하기 전까지 모두 성공적이었다. 백신은 미국의 저병원성 AI 예방과 통제에서도 효과를 증명했다.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는 AI가 상재화된 이후 백신을 사용한 나라들이다. 이런 국가에선 백신 사용으로 청정화를 기대할 수 없다. 사람과 조류에서 감염빈도를 낮추기 위해 사용할 뿐이다.


-한국에서 적합한 백신 방법은.
질병을 예방하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 마리당 2회 백신 비용은 200원으로 1만원이 드는 살처분 비용보다 훨씬 적다. 백신이 적용되면 모니터링으로 변이를 찾아내고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은.
백신에 의한 변이 가능성은 없지 않지만 중국의 경우는 백신을 하지 않아도 변이가 얼마든지 일어난다. 백신이 부적절하게 사용되면 변이가 더 빨리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항원변화를 주의깊게 추적하고 백신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인체감염 우려가 큰데.
예방백신은 항원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낮다. 오히려 농장에서 바이러스 배출량이 현저히 줄어 사람감염 위험도가 낮아진다. 홍콩과 베트남은 인체감염을 줄일 목적으로 백신을 쓴다. 간혹 백신이 농장 내 전파를 막기도 한다. 홍콩은 백신사용 이후 전파 빈도가 낮아졌다.


심스 박사의 주장은 예방백신 사용에 따른 인체감염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예방효과가 크고 전파율을 낮춰준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AI 상재화 조짐을 보이는 한국도 서둘러 접종해야 한다는 의미로 요약된다. 다만, 백신 사용을 주저하는 큰 이유가 인체감염 가능성에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