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잔류기준 초과 농산물 쏟아진다
농약 잔류기준 초과 농산물 쏟아진다
  • 유은영 you@newsfarm.co.kr
  • 승인 2017.07.2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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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PLS 시행, 부작용 점검부터
소면적 재배작물 종류 다양…부적합률 높여
등록 농약 수 적어 비슷한 방제 농약 오남용
제조업계, 경제성 부족…품목 확대 어려워

농업인 ‘혼란’, 농약회사 ‘울상’, 소비자단체는 ‘환영’
‘수입식품 비중 절반’ 식탁안전 보호위해 제도 도입
농약 판매상 전문성 강화․농업인 교육 의무화 필요
미등록 제품에 부여 ‘잠정기준’도 폐지 말고 유지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박완주(천안을)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안전한 농산물을 위한 농약관리제도 개선방안마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농약 잔류허용 기준을 초과한 부적합 농산물의 발생원인을 알아보고 대책마련과 전면시행 예정인 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Positive List System, PLS)를 사전점검하기 위해 열렸다.


박완주 의원은 “최근 전 세계적 이상기후 현상으로 다양한 병해충이 출현하면서 농약사용이 늘어났다”며 “생산에서 유통단계까지 농약 잔류허용 기준을 초과한 부적합 농산물이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 농가의 올바른 농약사용을 위한 농약관리의 제도적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장억 한국농약과학회 학회장을 좌장으로 진행됐으며, 이규승 충남대 명예교수가 ‘안전한 농산물을 위한 농약관리제도 개선방안’을, 심재한 전남대 교수가 ‘부적합 농산물의 원인과 대책’을 각각 발제했다.

토론 참여자는 황규석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국장, 박선희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기준기획관, 조성필 한국작물보호협회 이사, 임무혁 대구대학교 교수,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상임이사 등이다.


기준 미설정 작물 많아
PLS 전면도입시 우려되는 문제점 중 가장 큰 하나는 잔류농약 허용기준을 넘는 부적합 농산물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규승 충남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소면적 재배작물의 종류가 다양해 농약 잔류허용 기준을 미처 설정하지 못한 작물이 많아 부적합률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소면적 재배작물은 재배면적이 1000ha 이하인 농산물을 말한다. 산채류, 엽경채류와 특용작물 등이 이에 속한다. 최근 수요 증가에 따라 생산량이 매년 증가 추세여서 안전성 여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해당 작물에 발생되는 병해충을 방제하도록 등록된 농약의 수가 적어 농민들이 비슷한 방제효과를 가진 농약을 오남용하는 것도 부적합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판단된다. 농약 회사는 재배면적이 적은 작물은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농약의 품목을 확대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농약 판매처에서 해당 작물에 등록되지 않은 농약을 추천해 파는 유통상의 문제점도 있다.


심재한 전남대 교수는 “농약의 오남용 방지와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채소류에 발생되는 다양한 병해충을 방제할 수 있는 약제의 등록과 농약 안전사용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잠정기준 적용도 2018년 폐지
정부는 잔류허용 기준이 설정돼 있지 않은 농작물에 잠정기준을 적용해 부적합 농산물을 줄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PLS가 본격 시행되는 2018년 12월에는 이 잠정기준도 함께 폐기된다.


식약처는 지난 2011년 11월 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Positive List System, PLS)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제도는 국내에서 사용되는 농약에는 잔류허용 기준을, 수입 농산물은 수입식품 잔류허용 기준을 설정해 관리하고 기준이 설정돼 있지 않은 농약은 0.01㎎(kg)의 일률기준을 적용해 관리하는 제도다.


2016년 12월부터 견과종실류(참깨, 들깨, 땅콩, 호두 등) 및 열대과일류(키위, 망고 등)를 대상으로 우선 시행되었으며, 오는 2018년 12월 31일부터 모든 농산물로 확대해 시행된다.


식품안전성 확보에는 도움
현재 국내 200여 작물, 460여종 농약에 대해 7000개의 농약 잔류허용 기준이 설정돼 있다. 국내 사용등록 또는 잔류허용 기준(MRL)이 설정된 농약 이외에 미등록 농약을 사용하거나 안전사용기준을 지키지 않아 잔류농약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농산물은 전량폐기, 출하연기, 용도전환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되고, 생산농가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이에 따라 농약 살포시 반드시 해당작물에 등록된 농약인지 살펴보고, 사용시기와 사용횟수를 지켜야 한다.


식약처는 수입식품 비중이 50%를 훌쩍 넘는 우리나라에서는 국민건강을 위해 미등록 농약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고 식품을 통해 섭취할 수 있는 농약의 일일최대섭취량을 비교적 정확하게 산출해 식품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이 제도 도입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2012년 잔류허용 기준 설정지침을 마련하고, 2013년부터 농촌진흥청과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해 오고 있다.


그룹별 기준 설정 확대해야
장시간이 걸리는 소면적 재배작물에 대한 잔류농약 기준 설정의 대안으로 그룹 잔류허용기준(MRL) 제도가 제시되고 있다. 이는 대표작물에 대한 실험결과를 그 대표작물이 포함돼 있는 작물군 전체에 적용하는 것이다.
식약처는 소면적 작물 군별로 선정된 5개의 대표 작물에 잔류허용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15개 농약성분을 대상으로 포장시험을 수행중이다.


이규승 교수는 “PLS 전면시행시 그룹 잔류허용기준(MRL) 설정을 확대해야 한다”며 “동시에 잔류허용 기준 미설정 농작물에 적용한 잠정기준도 폐기하기보다 당분간 운영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황규석 농진청 국장도 “재배 작물의 종류와 방제 대상 병해충의 종류가 많아 PLS 시행 전까지 충분한 농약 등록이 어려우므로 소면적 작물에 대해서는 현행 제도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줄 것”을 제안했다.


농약판매상 전문성 보완 시급
농약안전관리제도 개선 방안에 외국 정책을 모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 일본, 대만 등은 모두 PLS를 시행하고 있다.


이규승 교수는 “농약 관리를 지방정부로 이관하는 경우 대만과 같이 농약의 바코드화, 농업경영체 등록자에게만 농약 판매, 농약판매상의 입력정보의 농업기술센터 DB 동시입력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지금처럼 중앙정부가 중심이 되더라도 농약판매상에 대한 교육 강화와 판매기록부 작성이 꼭 필요하며 농약판매상의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식물의약사(가칭)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무혁 대구대 교수도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PLS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실정에 알맞게 PLS를 점진적으로 개선해 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조사, 시험비용 부담 감축 요구
농약 생산자들은 PLS 시행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졌다.


PLS가 시행되면 2019년 1월 등록하는 농약부터 전 세계적으로 인정이 가능한 GLP(우수실험실운영기준) 기준에 맞는 잔류시험 성적서를 제출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독성분야만 GLP 성적이 요구돼 왔지만 앞으로는 잔류 분야도 GLP 수준의 성적서를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10년이 경과해 재등록을 해야 하는 품목들도 과거 Non-GLP로 등록된 것들이어서 GLP 시험성적서를 새로 제출해야 한다.


시험포장수도 1포장에서 다포장으로 늘어난다. 잔류시험 포장 수는 벼의 경우 3포장, 적게는 2포장, 많게는 4포장까지 시험을 실시해 성적서를 제출해야 한다.


업계는 시험비 증가에 따라 잔류시험 성적을 원제사 등 동일 조건 하에서 시험된 성적서도 상호 인정해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조성필 이사는 “현재 농약 회사들은 소면적 재배작물 외에는 대부분의 작물에 등록시험을 추진했지만 2018년부터는 시험비용 증가로 인해 대면적 재배작물 중심으로 등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농약제조업 및 수입업체는 총 133개이며 최근 몇 년간 농약사용량과 매출액 정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작물보호협회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업계는 매년 약효·약해시험, 독성 및 잔류시험비용으로 약 15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조 이사는 “최근 우리나라의 재배작물 다양화와 기후 온난화에 따른 병해충 종류의 증가로 모든 작물과 병해충 방제를 위한 농약등록이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농업인 교육 병행
반면 식약처와 소비자단체는 하루빨리 제도 시행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선희 식약처 식품기준기획관은 “PLS는 잔류농약 안전관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며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빠른 시일 내 정착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상임이사는 “미등록된 농약사용을 금지하는 PLS는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며 “다만, 농업인의 피해가 없도록 철저한 교육이 뒷받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