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풍요 속의 씁쓸함
[데스크칼럼] 풍요 속의 씁쓸함
  • 유은영 you@newsfarm.co.kr
  • 승인 2017.09.1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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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전업농 도 회원대회가 남긴 것

 

(한국농업신문=유은영 부국장) “중국은 우리보다 못한 중진국이지만 1무(200평)당 직불금을 한화로 8만원씩 줍니다. 거기다 가구원 1인당 4만원씩 또 줘요. 한국은 300평에 10만원 주면서도 온갖 눈치를 주지요. 쌀농사는 우리가 짓는데 눈칫밥 먹어 배가 불러요.”

 

 

한국쌀전업농연합회 각 도 회원대회가 9월 9일 경남도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전국 쌀전업농들은 바쁜 농사철이 지나고 수확철이 시작될 즈음인 8~9월 영농으로 쌓인 고단함을 풀고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한마당 잔치를 격년제로 열고 있다.

 

그야말로 흥겨워야 할 잔치에 축하와 격려 대신 걱정과 불안이 넘쳐나 모순이다. 때로는 원망 섞인 비판도 나온다. 쌀값 걱정, 쌀 재고량 걱정은 농가소득 위축과 농가인구 이탈 심화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져 종내는 식량주권 기반에 대한 불안으로 치닫는다.

 

각 도 회장들의 개막식 대회사는 하나같이 이런 걱정과 염려로 시작해, 현실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대 정부제안과 함께 희망을 주며 끝났다. 잔치에 초대된 내.외빈들 역시 위로와 격려로 점철된 축사를 낭독했다.

 

지난해까지 최근 4년 동안 연이은 풍년 속에 쌀산업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을 거듭했다. 쌀 업계엔 ‘최악’,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고 농심(農心)도 흉흉해졌다. 역대 최고 쌀 재고량 351만톤, 사상 최초 우선지급금 환수, 쌀값의 30년 전 회귀…. 최악의 상황이 만들어낸 결과다.

 

올해 또 5년째 풍년이 예상되고 있다. 2018년산부터 적용되는 쌀 목표가격을 산정하는 해이기도 하다. 특히 올초 들어선 새 정부가 농업을 챙기겠다고 대선공약부터 선언하고 나섰다. 쌀산업이 바닥을 치고 반등할지, 내리막길을 계속 걸을지를 가르는 기점인 것이다.

 

가을 잔치가 이토록 뒤숭숭한 이유는 평생 농사짓던 땅에서 앞으로도 계속 농사지을 수 있기를 바라는 쌀농가들의 염원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목표가격 21만5000원’을 힘모아 외치는 이들에게 “나랏돈 퍼주기”라는 비난대신 ‘생명산업’ 수호자로써 인식의 전환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