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이철호 이사장 “쌀은 통일 이끄는 ‘무기’…벼 재배면적 늘려야”
[창간특집]이철호 이사장 “쌀은 통일 이끄는 ‘무기’…벼 재배면적 늘려야”
  • 유은영 you@newsfarm.co.kr
  • 승인 2017.10.2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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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인터뷰-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북한에 보내줘야 할 쌀 120만톤, 항시 비축 체계 만들어야
매해 60만톤씩 격리, 2년 후 쌀 가공업자에 방출 ‘삼석삼조’
영세민 구호 쌀도 1인당 매달 10키로씩…17만5천톤 소비 증가

쌀전업농 20년 앞으로 20년 : 특집 인터뷰

한국 곡물자급률 24%, 한 해 쓰는 식량의 70% 수입

식품산업이 식량공급의 주체…식량정책 전환 필요 시점

농수산업-식품산업, 양축 이뤄야 …‘농업진흥’ 해제는 안돼

쌀 비축 4800억. 무상지원 8천억...통일부.외교부 예산활용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은 대학에서 식품저장학을 전공하고 식품공학과 교수를 지냈다. 식품저장학이라는 건 많이 생산됐을 때 잘 뒀다가 모자랄 때 쓰는 것이다. 결국 ‘식량안보’로 연결된다. 동시에 이 이사장이 재단을 설립하게 된 배경이다.


이 이사장은 "30년 동안 교육하면서 느꼈던 게, 우리나라는 흉년이 들어 식량이 모자라면 농업지원 해야 한다고 야단이 나다가 그 다음해 풍년이 들면 '언제 그랬냐' 한다"며 "식량안보 정책이란 것도 없기 때문에 누군가가 계속 식량안보를 걱정하고 준비하는 노력을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금의 쌀 정책을 통일 이후까지 내다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쌀전업농 창설 20주년이 됐다.


전업농은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분들이다. 우리 농업을 지켜 주식인 쌀을 공급하는 분들이지 않은가. 농업도 전문화해야 투자가 일어나고 거기서 최대 소출을 낸다. 함께 덕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질텐데, 그런 시스템이 없어 아쉽다. 쌀은 우리의 양식이자 통일 수단이다. 그런 면에서 충분히 자부심을 가지셔도 된다.

-쌀이 통일 수단인가.

‘사흘 굶어 남의 집 담 안 넘는 사람이 없다’는 속담도 있다. 북한에서 2014년 생산된 쌀이 216만톤이다. 필요한 식량 소요량은 500만톤이 넘는다. 북한에 굶는 사람이 천지인데 그들이 언제까지 이념에만 목을 맬 수 있을 거라고 보는가. 통일이 되면 우리 한반도에 120만톤 정도 쌀이 부족하다고 나온다. 따라서 통일에 대비해 120만톤을 항시 비축해야 한다.

북한에 쌀 보내는 근거 법령도 미리 마련해 둬야 한다. 120만톤을 비축해 뒀어도 당장 통일되면 북한에 바로 보내주지도 못한다. 여름에 입은 수해 지원금도 국회 통과하느라 겨울에 나온다.

-단순한 쌀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쌀 문제는 농민들이 외롭게 싸울 문제는 아니다. 국가가 백년대계인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의 하나로 쌀 산업을 생각해야 한다. 농민들이 정부에 이렇게 저렇게 해 달라고 할 문제가 아니다. 통일이 한반도의 중요한 이슈이고, 쌀 산업이 통일을 이끄는 대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지금 국제 정세로 볼 때 북한에 쌀 보내면 미국 트럼프가 한국과 상대 안 하려고 할 거다. 그러니 적어도 비축은 해 두자. 남한이 북한 주민들 위해 쌀을 항시 비축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통일 메시지다. 이런 걸 정부가 생각해야 한다.

-예산이 문제다.

통일 대비 쌀 비축에 4800억원이 든다. 이건 농식품부 장관이 책임질 게 아니라 통일부, 외교부와 얘기를 해야 한다.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비축미 예산을 받아라. 그렇게 60만톤을 매년 격리하는 거다. 60만톤씩 2년간 보관했다가 쌀 가공산업계로 방출하는 걸 법제화하자. 매년 60만톤이 방출되면 쌀 가공산업자들도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받게 되고 쌀 생산농가도 쌀값 걱정을 안 해도 된다. 원료공급이 안정화되면 쌀 가공산업자들이 시설 투자를 하게 된다. 쌀 재고가 모자랄 때 싼 값에 원료를 공급받지 못하니까 기업들이 투자를 마음 놓고 못하는 거다. 올해 정부가 72만톤 격리한다고 하지만 이 방법을 쓰면 ‘삼석삼조’다.

통일 대비하고 가공산업 발전시키려면 오히려 쌀 생산을 늘려야 하는데 벼 재배면적을 줄여가고 있으니…. 통일준비위원회는 모여서 뭘 하는지 모르겠다.

-쌀 소비가 줄어 난리인데.

남한에서 저소득 영세민에게 무상 지원하는 제도를 세워야 한다. 7% 정도의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게 매달 1인당 10키로씩 줘 봐라. 그러면 쌀 소비가 꽤 늘어난다. 영세민들이 라면을 많이 먹는데 집에 쌀이 있으면 라면보다 아무래도 쌀을 더 많이 먹는다. 이렇게 했을 때 소비가 늘어나는 게 1년에 17만5000톤이다. 물론 여기에도 예산 8000억원이 든다.

-농정 예산도 많지 않다.

8000억원은 보건복지부 예산의 1%도 안 된다. 복지부 장관이 국회에 가서 예산 달라고 해야 한다. 지금 하는 건 쌀값의 반을 주는데, 대상 규모도 굉장히 적다. 무상지원해야 진정한 복지국가 아닌가. 적어도 배고픈 국민은 없어야 한다.

이런 걸 농민들이 주장해야지. 배곯는 사람도 없고 농민은 마음 놓고 경작할 수 있으니.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한다고 한다.

농지를 훼손하는 것은 너무나 잘못된 정책이다. 도시 근교의 땅은 다 서울 사람들이 사고 있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쌀 투기하려고 근교에 땅 사놓고 있는데, 농지 해제하면 투기를 도와주는 꼴이다. 농지는 시멘트를 부어놓으면 영원히 쓸 수 없는 땅이 되고 만다.

-생산조정제는 효과가 있을 것 같은데.

쌀 외의 전환 작목 선택에 정부의 긴 안목이 있어야 한다. 생산조정제 목표를 콩의 자급률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으면 한다. 논콩을 심어 정부가 수매해서 소득을 보전해 주고 콩 자급률도 높이고. 식용콩의 자급률이 30%가 안 된다. 국내 생산 콩이 키로당 5000원인데 수입콩은 1200원이다.

국산콩 생산량을 늘려 쌀 가공산업자에게 수입콩을 사는 양만큼 국산콩을 사라고 하고, 우리가 관세할당분을 얼마 주는 제도를 만들면 하루아침에 콩 자급률이 50% 이상으로 올라간다. 걸림돌이 있겠지만 해결책 찾는 것은 연구기관이 할 일이다.

-우리나라도 곡물자급률이 높지 않다.

일본이 지금 곡물자급률이 29%인데 우리가 24%다. 일본은 식량자급 노력을 끊임없이 한다. 한해 쓰는 식량의 70%를 수입한다고 하는 것은 쌀 이외의 거의 모든 곡물을 외국에서 사들여 가공 유통하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이 일을 맡아서 하는 식품산업이 식량공급의 주체인 셈이다. 이제 농수산업과 식품산업이 양축을 이루는 식량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이런 얘기들을 수 없이 해 왔다. 누군가는 이 얘기를 듣고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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