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은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연구사]오이 육종의 지름길 ‘분자 표지’ 활용
[기고-이은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연구사]오이 육종의 지름길 ‘분자 표지’ 활용
  • 이도현 dhlee@newsfarm.co.kr
  • 승인 2017.11.1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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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형질 도입 방법 ‘여교배’…시간 소모 커
여교배 집단 적용 가능한 마커세트 구축돼야



오이는 여러 쓰임새가 있는 채소이다. 오이에서 수분이 약 95.5% 정도로 많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물을 대신할 수 있는 천연 갈증 해소제로 이용된다.


각 품종의 장점을 살리면서 초봄의 저온과 여름철 고온에 잘 견디고 열매가 많이 달리며 병에도 강한 품종들이 여러 종묘회사에서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일반 관행육종에서는 새로운 형질을 도입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어 최근에는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하여 육종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채소 작물에서 새로운 형질을 도입하는 방법 중 하나로 ‘여교배’가 있다. 이는 부모와 교배하여 나온 자손에서 다시 부모 중 하나와 교잡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품질이 우수한 계통이지만 1~2가지 형질의 개량이 필요할 때 사용되는 방법이다.


하지만 교배를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그 이유는 첫 교배 후 특성 회복을 위해 우수 계통으로 지속적으로 교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여교배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면 전체 오이 품종을 개발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여교배 횟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이 있을까? 교배 시 개체들의 효율적인 선발을 위해서 생명공학기술의 일종인 ‘분자표지 혹은 분자마커’ 기술을 이용하면 가능하다.


여교배 시 우수친의 유전적 특성으로 많이 회복된 개체들을 조기에 선발할 수 있다면 총 교배 횟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이 염기서열이 해독되고 이를 바탕으로 일반 오이 계통들의 서열을 읽을 수 있게 됨에 따라 각 계통 간의 염기서열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어느 한 유전자 자리에서 염기서열 하나가 차이나는 것을 ‘단일염기다형성’이라고 하는데, 이를 기반으로 분자표지를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이 계통에서 한 DNA 부위가 ‘아데닌(A)’이고 다른 계통에서 ‘구아닌(G)’이라고 한다면 이 부위에서 유전적으로 다양성을 보이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계통의 구분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 분자마커 기술을 여교배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마커가 포함된 세트 형태로 구성되어야 한다.


1회 여교배 후 나온 집단의 각 개체에 마커 검정을 통해 우수한 계통의 유전적 특성을 많이 회복된 것을 조기에 선발하고 이를 반복함으로써 회복되는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다수의 마커를 신속히 여러 개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칩(chip)’ 형태로 구성된다면 실제 오이 육종 현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육종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이에 투입되는 노동력, 시간 또한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여교배 집단에 적용이 가능한 마커세트가 구축되어야 한다.


다양한 형질을 가진 오이 계통을 아우를 수 있는 마커세트를 개발한다면 오이 육종에 ‘지름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