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쌀과 역사
[전문가 칼럼]쌀과 역사
  • 편집국 hbjy@newsfarm.co.kr
  • 승인 2017.12.2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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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희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

 

 

 

우리 쌀이 수급불균형에 의한 여파로 그 가치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수급불균형의 가장 큰 원인은 생산량보다 소비량이 더 작기 때문이다. 왜 쌀 생산량보다 소비량이 적게 되었을까?

 

쌀은 우리의 주식인데, 식량안보의 주역인데, 우리 농산물의 대표 품목이며, 쌀을 생산하는 논 농업은 온도조절, 공기정화, 홍수예방, 토양유실방지 등 많은 공익적 다원기능을 가지고 있는 친환경 산업인데 왜 소비자에게 외면당하고 지속적으로 줄여야만 하는가?

 

매년 한두 차례 이상 개최되는 ‘쌀 소비촉진’토론회의 전문가들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그동안 주식이었던 쌀(밥) 외의 먹거리 증가, 그리고 적지 않은 시간과 고민을 통해 밥상을 차려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쌀 소비가 줄었고 더 감소할 것이라고 말한다.

 

쌀 산업 종사자의 쌀 소비촉진에 대한 촉구는 지속돼 왔지만 매년 60억 넘게 사용되는 예산에 비해 그 효과는 미비하다고 말한다. 특히 비만, 탄수화물 중독, 성인병, 충치에 대해 쌀을 주범인 냥 내세우는 몰지각한 마케팅 수단에 대해 대응력이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우리는 쌀에 대한 재인식을 위해 보다 더 노력해야 하며 정당한 가치가 유지될 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쌀(벼)과 논 농업의 역사를 알아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기존, 벼의 기원설은 인도 또는 중국 황하강 유역 기원설이 대세였으나 충청북도 청주시(전 청원군)의 1만5000년전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토탄층에서 출토된 소로리 볍씨로 인해 한반도 기원설까지도 등장했었다.

 

과학적 증명으로써 우리 조상들이 벼를 재배하여 쌀을 먹기 시작한 것은 약 3000년 이전인 신석기시대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 농경사회를 시작으로 고조선이 태동하고 이때부터 쌀은 이보다 훨씬 앞서 들어온 보리와 밀, 피, 기장, 조, 수수 등을 밀어내고 꾸준하게 식량으로서의 위치를 강화해 왔다. 삼한시대에는 논벼 재배를 위한 용수 확보를 위해 대규모 저수지(김제 벽골지)를 축조하는 등 국가적인 차원에서 벼농사를 보급하고 장려했다.

 

삼국시대에는 쌀이 밥의 주된 재료로 사용되었고 고려시대에는 쌀이 화폐로도 사용되었으며 물가의 기준이 되기도 했다. 쌀이 주식으로 자리잡은 것은 조선시대부터다. 조선 창업 이후 권농정책이 활발하게 추진되어 쌀 생산이 꾸준히 증가한 결과다. 이후 우리의 세시풍속은 거의 쌀농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한 해의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한마당 노는 것이 정월 대보름 잔치요, 일과 놀이를 신명나게 하는 것은 풍물이요, 정성껏 가꾸어온 곡식을 조상에 제사 지내고 수확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잔치가 한가위다. 우리나라 농촌에는 두레라는 독특한 협동체가 있었으며 농가에서 쓰는 각종 도구 중에는 볏짚을 쓰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였다.

 

이렇듯 우리와 쌀은 그 역사를 함께 해왔다. 때문에 주식, 식량주권과 안보, 그리고 경제재로서의 쌀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정서적인 가치도 매우 크며 우리 국민의 신뢰도 역시 높다.

 

수급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지금은 국민의 신뢰를 어떻게 소비와 연결시키는가와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가에 집중해야 한다. 역사 되돌아보면 미래의 대안도 만들어질 수 있다.

 

혹자는 1960년대와 1970년대 정부의 ‘혼분식 장려운동’으로 인해 우리의 주식이 쌀과 보리에서 쌀과 밀로 바뀌었고 그 결과 라면과 빵 등 서구식 음식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쌀 소비촉진을 중심으로 우리의 밥상문화를 채울 정부의 보다 적극적이고 가시적인 장려운동이 시작되어야 한다.

 

‘쌀’은 한 지붕 아래 돼지를 키우며 살던 가족(家族)이 함께 무릎을 맞대고 밥상을 받는 식구(食口)의 주식이며, 이를 통해 사회가 형성되고 문화가 발전했으며, 경제사회가 만들어졌다. ‘쌀’은 우리의 주식이고 정서이며 역사임을 우리 스스로부터 재인식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