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광섭 제10기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회장
[인터뷰] 김광섭 제10기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회장
  • 유은영 you@newsfarm.co.kr
  • 승인 2018.01.0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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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도 둘째도 쌀 농가 소득보장”

올해 숙제 목표가격 21만5천원·공공비축미 6만원 달성
회원들에 권리 요구 위한 정부정책 협조·사명감 당부

강원도 양양 강현면서 40ha 쌀농사
9기 이어 10기 회장 재선…어깨 무거워
절체절명 심정으로 농가현실 정부 전달
안심하고 신명나게 농사짓는 세상 만들 것
한영숙 여사 “지구 반바퀴 돌 각오…내조에 최선"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지난 1일 무술년(戊戌年) 새해 시작과 함께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의 제10기 집행부도 문을 열었다. 지난달 21일 쌀전업농연합회는 제21차 정기대의원총회를 열고 투표를 통해 제10기 중앙회장으로 김광섭 전 회장을 선출했다. 김광섭 회장은 대의원 300명 가운데 245명의 직접투표로 146표를 얻었다.


지난 2년 동안 9기 회장으로서 쌀전업농을 이끈 김광섭 회장은 올해부터 앞으로 2년 동안 또다시 쌀전업농의 단합과 쌀 산업 발전을 위해 선두에 선다. 그는 강원도 양양 강현면 장산뜰에서 쌀농사만 40ha(12만평)를 짓는 쌀 농사꾼이다.


김 회장은 정부와 쌀값 안정을 위한 유기적인 협의를 지속할 것과 쌀의무자조금 조성, 쌀 목표가격 상향 등 쌀 농가의 소득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가장 절실한 걸 주장한 게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2년 동안 정부와 합리적인 방법으로 쌀값 대책을 세우고 쌀 수급 안정시키려 노력했던 영향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김 회장은 9기 쌀전업농연합회 회장이던 지난해 우선지급금 4만5000원을 계속 주장하며 정부와 농협중앙회와의 협의를 이어나갔다. 2017년산 공공비축미곡 매입가격은 1등급 40kg 포대당 5만2570원으로 확정됐다. 다만 지난해는 예년과 달리 시장 쌀값을 유인하는 효과가 있다는 이유로 우선지급금을 지급하지 않고 40kg당 3만원씩 중간정산액을 지급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7월 쌀전업농연합회 20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2016년처럼 우선지급금이 3만원대일 경우 회장직을 내놓겠다고 천명했었다. 아울러 쌀 목표가격 21만5000원을 선포하면서 쌀전업농 회원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아직 목표가격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수확기부터 산지쌀값이 계속 상승세를 타는 것을 감안하면 21만5000원 설정도 그리 무리가 아니라는 것이 주변의 반응이다. 10~12월 수확기 산지쌀값은 2016년 12만9807원(80kg)에서 2017년 15만3213원으로 대폭 올랐다.


김 회장의 쌀값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자세에 쌀전업농연합회 뿐 아니라 다른 농민단체, 쌀농업단체에서도 상당한 호응을 보냈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


-회장직을 걸었을 때의 마음이 어땠는가.
이걸(쌀값 안정) 못하면 회장직을 내려놓으려고 했다. 농식품부, 농협, 청와대에 쌀 생산농가들의 현실을 직접 전달했다.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심정으로 호소한 게 소기의 성과를 올린 것 같다. 인적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재선 회장으로서 역점 사업에 대해.
앞으로가 더 문제다. 어깨가 굉장히 무겁다. 대한민국에서 안정적으로 농사지을 수 있는 품목은 오로지 쌀이라고 생각한다. 또 도시근로자 못지않은 소득을 올릴 수도 있다. 다만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올해 시행되는 쌀 목표가격 설정이 중요하다. 올해 수확기에는 6만원 근접하게 갈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하는 것이 업무 1순위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명시하는 것이다.


-농업 공익적 가치의 헌법 명시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는 반대급부로 축산업 환경규제 강화와 토양오염에 대한 패널티를 물릴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농가는 막중한 부채 부담과 경영비 상승, 소득취약 등 현실적인 문제에 짓눌려 한치 앞을 그려볼 수 없는 상태다. 가끔 토론회에 나가면 직불금 폐지해라, 보조금 주지 마라 하는데, 그러면 농사지을 사람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일단 농민에 대한 소득 보장을 해 주고 농민이 지켜야 할 것들은 순차적으로 따라가면 된다. 이미 30년 전 농업 가치를 헌법에 명시한 스위스 선진농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최저수입 보장제를 통해 농민 소득을 보장해 주고 있다.


-농민소득과 관계된 것이 직불제다. 올해 공익형 직불제로 개편한다고 한다.
직불제에 대해선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특단의 농정이 나오지 않는 한 지금의 제도를 보완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제도 개편에 앞서 무엇보다 생산자 입장을 먼저 들어 봤으면 한다. 공익형 직불제를 하든 뭘 하든 쌀 농사 짓는 우리 의견을 최대한 듣고 우리와 같이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언론도 직불제에 관한 한 생산자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문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셨는데.
현 정부는 생산자, 농민단체의 의견을 반영하려고 애를 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일 때부터 기대가 컸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목표가격 결정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또 김영록 장관이 농해수위 간사로 계실 때 쌀값 20만7000원을 주장했었다. 그때보다 시간이 상당히 흘렀기 때문에 대통령도 21만5000원은 충분히 받아주실 거다.


-지난달 청탁금지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김영록 장관 취임 후 업적이다. 어렵고 힘든 숙제를 해내셨다. 농산물은 100% 제외시키자는 게 농민들 주장이었는데, 그래도 10만원으로 선물 상한을 올린 것은 농민들의 형편을 살피고 의견을 받아들인 결과다. 이번 개정으로 위축된 농축수산물 매출이 큰폭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한쪽에선 농축산물의 청탁금지법 제외를 계속 주장하는데.
물론 농민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농축수산물의 청탁금지법 제외다. 곧 시작되는 한미FTA 개정협상에서 농업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한우농가들은 매우 힘들 것이다. 당장 제외는 어렵지만 농민들의 염원이고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면 언젠가 이뤄질 것이다.


-쌀 농가들은 그닥 피해가 크지 않아 청탁금지법에 관심이 없다고들 한다.
절대 그렇지 않다. 쌀농사만 가지고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거의 대부분의 쌀농가들이 복합영농을 한다. 쌀농사 지으면서 과수농사도 짓고 버섯도 키우고 한우도 기른다. 농민 중에 청탁금지법 대상에서 빠지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절대 그렇지(관심이 없다)않다는 것을 거듭 말씀드린다.


-10기 회장으로서 포부와 회원들에 대한 당부.
쌀전업농과 쌀산업의 발전을 이끌려면 무엇보다 단합이 우선 돼야 한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소득이 보장이 돼야만 농사도 신명나게 지을 수 있다. 소득보장을 얻어내려면 정부정책에 협조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올해부터 5만ha면적에 대해 실시하는 생산조정제에 적극 동참해 쌀 수급균형 맞추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우리 쌀전업농들이 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정부에 요청할 걸 요청하고 얻어낼 건 얻어내 쌀농사 짓는데 애로사항이 없도록 하자. 올해 목표는 크게 목표가격 21만5000원 설정, 공공비축미곡 매입가격 6만원 달성이다. 용기 잃지 마시고 국가 생명산업 수호자로서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기를 바란다.


김 회장이 지난 2년 동안, 더 길게는 쌀전업농강원도연합회 집행부 국장부터 부회장과 회장까지 역임하는 10여년 세월을 옆에서 묵묵히 지원하며 함께한 사람이 있다. ‘환자보다 간호하는 사람이 더 힘들다’고 으레 이야기한다. 한영숙 여사는 12월 21일 10대 회장 선거일에 후보자 본인보다 더 가슴을 졸였다. 김 회장을 도와 이제껏 숨죽이며 쌀전업농의 발전을 이끈 그다.


“보통 출장을 가면 500~600㎞는 기본으로 달렸어요. 저도 12만평 농사를 짓는 사람이라 남의 일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어딜 갈 때마다 마음속으로 자그마한 성과라도 가져오길 바랐지요.”


-또 다시 쌀전업농 수장의 내조를 맡게 됐다.
전업농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여태껏 해왔던 대로 묵묵히 뒷바라지 하겠습니다. 큰일 하는 사람이 자그마한 일에 신경 쓰면 안 되죠. 다시한번 지구 반 바퀴 돌 각오 하고 있어요. 전업농의 행복을 위해서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