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농업분야 최저임금 후폭풍
‘가난한’ 농업분야 최저임금 후폭풍
  • 유은영 you@newsfarm.co.kr
  • 승인 2018.01.1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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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소득 1천만원, 근로자 1명 고용도 힘들어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한다지만 효과 한정적
업종·지역별 특성 고려 차등 둔 금액 재산정해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농업분야에 닿는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가 상당할 전망이다. 2018년 최저임금 7530원은 작년 6470원에서 16.4% 오른 것으로 예년보다 상승폭이 커 소상공인 및 영세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인건비 비중이 높은 농업분야에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게다가 정부는 지난 15일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한다며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 명단 공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3년간 2회 유죄 확정을 받은 경우 신용제재 등 강력 규제할 방침이어서 소득은 낮은 반면 인력 의존도가 높은 농가경영에 애를 먹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농가 평균소득 3719만원 중 농업소득은 1000만원에 불과하다. 외국인노동자 1명을 고용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월 소정근로시간 209시간을 일한다고 치면 157만3770원의 월급을 줘야 한다. 숙식비, 퇴직금을 넣지 않아도 당장 농가가 인건비로 지불해야 할 돈이 벌어들이는 소득의 배를 넘는다. 2017년 국내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4만8300명이다. 이들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취업비자를 받고 들어와 최저임금 적용을 받고 있다.


비단 농업뿐만 아니라 편의점, 치킨.피자가게 등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들은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직원들의 휴게시간을 늘리는 등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런 부작용은 작년 최저임금 산정 때부터 예견됐던 것이다. 당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측은 노동시장 특성을 반영해 업종별 지역별 최저임금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하지만 모든 산업과 지역에 최저임금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와 관련 농업분야에 지역별 업종별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최저임금위원회에 이미 전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추가적인 간접지원 방안도 시행중이다. 농업인의 인건비 부담과 일손부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농촌인력 중개, 법인취업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농업법인이 청년층을 고용할 경우 6개월간 월 100만원을 지원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업분야는 노동집약적이고 규모가 영세해 타 분야에 비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에 취약할 우려가 있다”며 “이런 특성을 고려해 5인 미만 농가는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안정자금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안착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대상에 농업분야도 포함됐다. 이 대책에 따라 2018년 인상률 16.4%에서 최근 5년간 평균 인상률 7.4%를 제외한 추가인상분 9%를 지원한다. 1개월 이상 고용유지된 월 보수액 190만원 미만 노동자 1명당 월 13만원을 지원하며 외국인노동자도 지원대상에 포함된다. 고용부 두루누리 사업을 통해 사회보험료 부담액을 경감하는 방안도 시행중이다. 지원금 신청도 세무사, 노무사 등 보험사무 대행기관에서 무료로 대행해준다.


그러나 최근 10년 동안 1000만원에 머무르고 있는 농업소득이 갑자기 오를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 정부지원자금의 효과는 한정적이어서 인건비 상승의 부담은 농가가 고스란히 안을 것으로 보인다.


충남 논산에서 시설하우스 채소를 재배하는 A씨는 “농촌 고령화로 일할 사람이 없어 외국인노동자를 쓸 수밖에 없는 형편인데 인건비가 오르면 그마저 쓰기 쉽지 않아 농사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농사를 접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양동산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부회장은 “해당 산업의 소득수준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며 “지역별, 업종별 특성을 무시한 일률적인 최저임금 적용은 가까스로 지탱해온 농업의 후퇴를 재촉할 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