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석군 한국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장
[인터뷰] 윤석군 한국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장
  • 유은영 you@newsfarm.co.kr
  • 승인 2018.01.24 21: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년 ‘농지은행’ 사업 최고실적”

올해 예산 113% 증액, 사업 규모 커질 전망
고객지원업무 분리… 농지 임대․매매 올인

겨울가뭄 지속 봄 농업용수 부족 대비 만전
기후변화․지진대비 시설 개보수 사업 전념
청렴․투명한 사업 추진… 국민 신뢰 일순위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한국농어촌공사의 최대 관심은 역시 ‘농지은행’에 있었다. 농지은행 사업은 은퇴농이나 농지 소유자의 논 밭 과수원을 농지은행을 통해 후계농 또는 전업농, 영농법인 등에게 저렴한 가격에 빌려주거나 팔고 은퇴농에게는 매달 일정 금액을 월급처럼 지급해 주는 제도다. 고령농의 생활보장과 후계농 육성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 농부가 아닌 농지 소유자도 농지를 맡기면 강제처분명령을 피할 수 있고 땅을 놀리지 않아도 된다.


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는 작년 농지은행 사업에서만큼은 상당한 성과를 이뤘다. 공사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시범사업으로 시행한 건데, 효과를 톡톡히 봐 전남지역본부가 최고 성적을 냈다.

윤석군 한국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장은 “농지은행 사업에서 타 본부보다 월등한 실적을 내 올해 예산이 작년 대비 113%나 증액됐다”며 “본래 농지은행부에서 담당하던 고객지원업무를 떼내 직원들이 농지의 임대 매매 회생 부분에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농지은행 사업에서 월등한 성적을 낸 비결은.

각 지역본부에 농지은행부가 있다. 전남지역본부만 지난 한해 동안 고객지원부와 농지은행부를 분리해 운영해 봤다. 지사에서 채권업무까지 취급하다보면 다른 일을 할 겨를이 없다. 본부에서 채권관리 등 이른바 총무 역할을 해 주니 지사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농지 임대나 매매, 회생 등 농민을 위해 움직여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예산이 113%나 증액됐다면 농지은행 사업도 확대되겠다.

작년 전남본부가 시범적으로 시행한 게 성과가 좋아 다른 지역본부도 고객지원부를 분리할 것 같다. 업무부담을 던 직원들이 농지은행 사업에 전력하면 성과가 또 좋을 테고 자연히 사업규모가 커지지 않을까 한다. 올해는 농지은행부 여·수신 분리를 역점사업으로 추진한다.

-또 분리할 게 있나.

농협처럼 여신과 수신을 분리하는 거다. 농지 매매나 임대를 하는 경우 팔 사람, 살 사람이 있어야 하고 내 놓는 사람, 빌려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여신과 수신을 분리하면 맡길 사람은 자유스럽게 맡기고 빌려갈 사람은 자유롭게 빌려가게 된다. 농지은행 사업이 더 활발해질 것이다.

-걸림돌이 있다면.

인식 문제다. 농지연금 부분을 확대해야 하는데 자녀들이 꺼려해 좋은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상속 문제가 결부돼 있어서다. 고령농이 농지를 공사에 맡기면 주택 모기지론처럼 생존해 있는 동안 매달 일정액을 받아 생활비로 쓸 수 있다. 가입자가 사망하면 공사가 농지를 매각 후 그동안 지급했던 연금액을 제하고 남은 금액을 상속인에게 돌려준다. 연금액을 제하고 남는 게 없다면 공사가 부담한다. 배우자에게 소유권을 이전할 수도 있다. 또 연금을 받는 도중에 원하면 언제든 그간 받은 연금액을 돌려주고 농지를 되돌려받을 수 있다.

-참 좋은 제도인데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

농지를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과 상속받고 싶은 자녀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도회지에 나가 있는 자녀가 농지를 소유한다고 해도 애물단지가 될 것이다.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의 농지 소유를 강하게 규제하는 정부 방침도 있고.

저도 부모님이 농사를 짓는데, 용돈을 드려도 얼마 못 드리니까 농지연금을 들어 노후를 편안히 보내신다. 자녀들도 부양 부담을 덜어 좋은 제도인데, 이런 부분이 홍보가 덜 된 것 같다.

-영농 규모화 사업도 농지와 연관이 깊지 않나.

1970년대 중반, 그때부터 농어촌공사가 영산강 농지개발 사업을 시작으로 현재 4단계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소농이 대부분이라 ‘쪼가리’ 농지가 많다. 앞으로 20년, 30년 가면 농사지을 사람이 남아 있겠는가? 그래서 정부가 경지 정리를 통해 농지를 분할, 규합해서 영농 규모화를 하려고 했다. 공사도 농지를 합쳐 3000평 정도 논으로 만들려고 대구 지역 경지 정리를 추진했지만 결국은 다시 나눠졌다. ‘내 논이 가장 좋다’는 인식을 깨뜨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둑을 없애면 3000평이 되는데 둑을 만들어 ‘네 논’ ‘내 논’ 표시를 하더라.

-결국 농업농촌의 지속성과 관계된 일이다. 대안은 있는가.

2030세대 창업농과 영농조합법인 등 기업농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그들에게 농사지을 땅을 확보해 주면 영농 규모화로 자연히 이어지지 않겠나. 지금도 열심히는 하고 있지만 괄목할 성과는 나지 않는다. 단시간 내 변화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차근차근 밟아나갈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올해 청년농을 농지은행 예산 지원대상 1순위로 정한 게 아닐까 한다.

-겨울 가뭄이 심각하다고 한다.

현재 저수율이 55%로 평년 78%에 견줘 수위가 아주 적다. 특히 전남 나주호는 1월 10일 현재 26%로 심각 단계에 들어섰다. 가뭄이 극심했던 작년 봄에도 60% 이상을 유지했던 나주호다. 그런데 지금은 1억600만톤의 물이 차 있어야 하는데 2600만톤밖에 없다는 얘기다.

눈이라도 많이 와주면 좋은데, 겨울 가뭄이 봄까지 이어지면 문제가 상당히 심각해 질 거다.

-공사가 손 놓고 가만있지는 않을 텐데.

이달 2일부터 전남도와 함께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가동에 들어갔다. 나주호는 너무 커서 양수 펌핑은 불가능하다. 나주호로부터 뻗어나온 간선수로들의 조그만 저수지(그걸 보조수원이라고 하는데), 그 보조수원에 물을 양수로 퍼 담고 주민들에게 논물 가두기를 미리 해서 못자리 용수 때 대비하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래도 안 되면 영산강이든 어디든 물이 있는 곳에서 끌고와 간선수로에 집어넣을 준비를 하고 있다.

-가뭄대책도 비가 안 내리면 아마 효과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큰일이다. 작년 연평균 강수량이 1390㎜까지 내려온 적이 있는데 최근 900㎜대로 떨어지고 있다. 과거엔 비가 이틀 삼일 연속해서 내려 땅을 적셔주고 저수지로 흘러갔는데 최근엔 이삼십미리 내리고 안 온다. 그것도 10㎜, 20㎜씩 오기 때문에 저수지까지는 가지 못한다. 생활용수댐도, 다목적댐도 물이 안 찬다.

-쌀 생산조정제가 본격 실시된다.

전남도도 생산조정제 면적 1만ha를 할당 받았다. 갈수록 쌀에 대한 농경지면적이 줄어들까봐 우려된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져 농사지을 환경이 열악해지면 쌀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다. 거기다 논까지 줄어든다면…. 태양광 시설 등이 아닌 농토복원이 가능한 작목재배로만 간다면 별 문제는 되지 않는다. 어차피 밭작물 자급률도 높여야 하고 농업용수가 밭에도 많이 쓰이기 때문에 공사도 관심이 크다. 장성호만해도 밭쪽에서 끌어가는 수량이 많아 민원이 자주 제기된다. 요샌 기후변화도 있지만 벼 재배방식이나 농업여건이 변화해 물 소비량이 훨씬 많아져 15일 걸리던 모내기가 한 달 걸린다. 농민들이 예전 자기 논 물꼬관리를 했던 것처럼 물을 귀하게 썼으면 좋겠다. 농업용수는 공짜라 넘치도록 놔두니 물이 부족하다. 중간에 새는 물을 다시 퍼서 보내려니 비용이 많이 들고 물이 부족한 하류부 주민들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

-수량뿐 아니라 수질에도 부쩍 신경쓰던데.

과거 쌀이 부족하던 시절엔 쌀 양이 중요했다. 일반벼에서 수량이 많은 통일벼로 전환 재배한 것도 그 때문이고. 하지만 이젠 품질이 중요하다. 고품질 쌀 생산을 위해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본사 지시에 따라 수질환경 개선에 역점을 둔다. 다만 저수지 상류쪽 관리를 지자체가 담당해 공사는 단속권한이 없다. 농약 비료 퇴비 축분 등 비점오염원 관리에 공사 역할이 필요한데 여건이 안 된다. 저수지 수질을 개선해도 안 좋은 물들이 들어오면 바닥에 오염원들이 쌓여 물이 뿌옇게 된다. 지자체와 공동단속도 벌이고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올해 역점사업을 정리하자면.

일단 가뭄극복에 최선을 다하겠다. 과거 1년 단위로 했던 수리시설 개보수 사업이 준설부분에서 5개년 계획으로 바뀌었다. 중장기 계획을 세워 착실히 추진하고 기후변화 대비 물그릇 키우기와 지진대비 시설 개보수 사업에 전념하겠다. 청년농업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맞춤형 농지은행 사업을 추진하고 태양광발전사업으로 취약한 재정자립도를 제고시키려고 한다. 고흥만 담수호에 수상태양광발전시설을 연내 착공한다. 자체적으로 3메가급 정도의 발전시설을 3곳에 설치할 생각이다. 4차산업혁명에 부응한 스마트팜 확대와 관련, 강진, 고흥 등 두 지구에 106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현재 모니터에 전국 공사관리 3400개 저수지의 저수율이 다 표시된다. 올해 광주 담양 화순 장성 함평 등 5개 시군을 묶어 이런 시스템을 구축해 전남 농업용수 자동화 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청렴.투명한 사업 추진으로 신뢰받는 농어촌공사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