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농 꿈꾸는 16세 '소년농부' 한태웅
대농 꿈꾸는 16세 '소년농부' 한태웅
  • 황보준엽 hbjy@newsfarm.co.kr
  • 승인 2018.02.1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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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너머로 배운 농사…이제는 베테랑 농사꾼
농촌 젊어지기 위해선 정책적 지원 필요해
대농 되고 싶지만…행복하지 않으면 의미없어


(한국농업신문=황보준엽 기자)한태웅 군은 “어서오세유”라는 구수한 인사로 기자를 반갑게 맞이했다. 교복이 잘 어울리는 나이 16세, 교복보다 작업복이 더욱 익숙하다는 태웅 군을 지난 9일 만났다. 벌써 7년차 농사꾼인 태웅 군은 새벽같이 일어나 축사를 돌며 동생 같은 염소, 한우, 닭들의 상태를 살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태웅 군은 추운날씨에도 농번기가 다가옴에 따라 농사를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의 손은 궂은 일로 부르터 있었다.


아프긴 해요. 하지만 작물이 자라나고, 가축이 잘 자라는 모습을 보면 아픔도 싹 잊어버릴 만큼 기뻐요.”


처음 농사를 시작한 계기가 된 것은 할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농사를 짓는 모습을 보면서다.

“5살부터 바쁘신 부모님을 대신해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돌봐주셨어요. 할아버지와 경운기를 타는 것도 작물을 심는 것도 너무 재밌었어요. 힘들기도 했지만 즐거움이 더 컸죠”

태웅 군은 논 1600평, 고추·들깨밭 2000평, 염소 40마리, 소 10두를 기르고 있다. 이제는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모든 일을 척척 해낸다. 어린나이부터 시작해 어려웠던 농사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여느 농민보다 농사만큼은 더 잘할 자신이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7년가량을 할아버지가 일하시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배우기도 했고 동네 어른신들께 여쭤보면서 하나씩 배웠어요. 물론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죠. 농사지식이 전무한 상태다보니 각종 병해충, 질병에 대해 잘 몰라서 농사를 많이 망치기도 하고 염소를 먼저 떠나보내기도 했어요”

할아버지 한영운(73)씨와 태웅 군의 부모님은 태웅 군이 농사를 처음 시작한다고 했을 때 크게 반대했었다. 한영운 씨는 “농사일이 얼마나 힘든 줄 아니까 처음에는 엄청나게 반대했쥬. 그냥 손주가 다른 학생들처럼 공부하면서 힘든 일은 하지 않았으면 했어요”

할아버지는 끝내 태웅 군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하나 둘 농사일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한때의 치기이겠거니 했던 부모님도 태웅 군의 진실한 모습을 보고 든든한 후원자로 돌아섰다. 이제는 ‘태웅농장’으로 상호도 변경했다. 공식적인 농장주는 할아버지이지만 태웅 군이 성인이 되는대로 후계 작업에 돌입할 생각이다.

한영운 씨는 “끝내 배우겠다고 하니 어떻게 하겠어요. 하게 해줘야지. 대신 눈물 쏙 뺄 정도로 엄하게 가르쳤어요. 그만 두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너무 잘 따라 오더라구요. 이제 상호도 변경했어요. 완전히 태웅이 농장이라고 보면 돼요. 아직 쟤(한태웅)가 미성년자라 농장주는 저지만 곧 이것도 넘겨줄 생각이에요”

엄하게 가르침을 받은 태웅 군은 할아버지 덕에 이만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엄하게 가르치신 것을 전혀 원망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태웅 군의 소망은 하루 빨리 성인이 되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이 많지만 미성년자라 제약이 많다.

“임대차를 통해 재배 농지를 늘리고 싶어도 아직 미성년자라서 농지은행에서는 받아주지 않아요. 그리고 농어민후계자 신청도 성인부터 가능해요. 저는 후계농으로 선정돼 지원을 받아서 대농을 위한 첫발을 내딛고 싶어요”

태웅 군은 농업고등학교에 진학해 전문적으로 농사에 대해 배우고 싶었으나, 현재 거주 중인 안성에는 농고가 없다. 타 시군에 위치한 농고는 농사를 병행하며 통학이 어려워 공업고등학교 진학을 계획하고 있다.

“사실 여주자영농고에 가고 싶지만 농사일과 병행하며 2시간 거리의 학교를 등교한다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근처 공고로 진학을 생각하고 있어요. 공고에 가더라도 계속해서 농사와 관련되게 농업에 활용될 수 있는 공부를 할 거에요. 대신 대학은 연암대 축산학과나 한경대 농대에 입학해 농업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쌓고 싶어요,

마을에는 태웅 군과 비슷한 나이대의 농민이 없다. 농촌에서 도시로 나가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동네에서 제 바로 위는 50-60대 분이세요. 비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농촌후계자 육성을 위해 정책적인 지원이 수반돼야 우리 농촌도 활기를 띄고 점차 고령화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태웅 군은 여전히 ‘대농’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대농보다는 더욱 중요한 삶의 가치가 태웅 군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대농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복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대농이 돼서 타인에게 베풀고 가족들 행복하게 해주면서 살고 싶어요. 그리고 이전부터 말해왔던 트랙터도 꼭 구입할 거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