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신수요 창출로 쌀과 농업 가치를 키우자
[전문가칼럼]신수요 창출로 쌀과 농업 가치를 키우자
  • 편집국 hbjy@newsfarm.co.kr
  • 승인 2018.02.2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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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전무이사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 1862년 농무부를 신설하면서 그 명칭을 ‘People's Department(국민의 부처)‘라 한 것은 농업이 모든 국민과 관련되어 있고 그 만큼 농업이 중요하다고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2017년 농축산물 수출액은 1,405 억 USD로 이 분야 무역흑자가 213억 USD에 이른다.

 

반면에 베네수엘라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농업을 소홀히 하지 않고 국민의 주식을 자체 해결할 수 있도록 식량안보를 튼튼히 하였더라면, 그래서 원래의 농업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변화하지 않았더라면, 중산층까지 쓰레기통을 뒤지는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지 않았을까?

 

농업은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공기와 수질을 정화하며 문화와 결합된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등 비교역적 기능과 함께 그 가치의 크기를 헤아리기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의 쌀 중심의 농업은 전통적인 주식산업과 문화의 뿌리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기능성식품, 의약품이나 첨단 신소재 등 고부가가치 상품을 창출하는 분야로 농업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쿠즈네츠는 농업의 선진화 없이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하였는데 미국을 비롯한 영국, 프랑스 등 강대국이 모두 농업선진국일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농업에서 미래의 성장동력과 희망을 찾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쌀과 농업에 대한 인식은 주곡의 자급달성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럽지 못하다. 우리나라의 농업생산액은 2016년 약 27조원으로 국내총생산액의 1.8% 수준이고 농가인구는 총 인구의 5% 정도다. 농업인 중 벼 경작자가 약 40%를 차지하는데 대부분의 벼 경작자는 정부의 직불금에 의존하고 있고, 잉여 쌀의 재고관리 등을 위해 적잖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쌀농사가 갖고 있는 엄청난 공익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재정지원을 통해 쌀농사가 유지되고 비경제적이라는 이유로 그 가치가 상쇄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따라서, 쌀의 수요 확대를 통해 쌀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쌀을 원료로 한 글루텐프리 식품으로 소비트랜드를 선도하고 국내 시장을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쌀 소비 루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밥 위주의 전통적인 소비처 외에 쌀가공산업을 활성화하여 수출을 확대하고 새로운 수요처를 찾아내야 한다.

 

우리나라 쌀가공산업은 정부의 가공용 쌀 공급정책 덕분에 25년여의 짧은 기간에 눈에 띄게 성장하였다. 간편한 무균가공밥, 밀가루 보다 기름섭취가 적은 쌀부침가루, 조청을 이용한 무설탕 라이스잼, 안전한 유아용 쌀과자, 쌀아이스크림, 쌀음료 등 쌀가공식품이 무한 변신하고 있으며, 3분이면 요리가 완성되는 컵떡국떡이나 쌀국수, 영양가 높은 볶음밥 등 현대 소비자의 니즈와 트랜드에 맞춘 HMR(가정간편식) 신상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수출액도 2015년 55백만불에서 2017년 72백만불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며 수출대상국이 중국, 일본, 미국 중심에서 동남아, 유럽, 호주, 중동, 인도 등으로 다변화 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그 결과 가공용 쌀 소비량이 2016년 659천톤에서 2017년 708천톤으로 7.4% 증가하였다.

 

또한, 쌀을 필요로 하는 신 수요처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 쌀은 이미 화장품, 그릇, 핫팩, 장난감, 의료기기 등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성장촉진제로 쓰이는 라이신도 쌀을 원료로 만들 수 있다고 하니 이것이 실현될 경우 원당 수입대체효과와 함께 쌀의 수요가 대폭 늘어날 수 있다. 앞으로 쌀가공산업 활성화 정책이 보다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부가 가공용 쌀 공급목표량을 장기적으로 설정해서 운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농업인 스스로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한 언론 보도에 의하면 최근 일본의 경우 식품업체들의 원료용 쌀 가격이 ㎏당 248엔에 달하고 쌀이 모자라 구입하기 어려운 지경이라고 한다. 일본 농가가 주식용(개인과 식품·요식업체 소비용)에 대한 쌀 생산을 줄이는 대신 고급쌀 생산에 눈을 돌리게 된 결과인데 그 배경을 연구하여 선험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였다. 농업인을 주축으로 경쟁력 있는 쌀을 생산하고 정부나 관련단체, 쌀가공식품 제조업자가 함께 지혜를 모아 쌀의 신수요 창출을 위해 노력할 때 우리 쌀과 농업의 가치는 한층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