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기 집행부와 茶 한 잔①] 임인성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수석부회장
[10기 집행부와 茶 한 잔①] 임인성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수석부회장
  • 유은영 you@newsfarm.co.kr
  • 승인 2018.02.23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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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농부 인생 후회 없어…농정엔 실망”

생산자·소비자 보호 농업선진국 기틀 마련했어야
농자재값 오르는데 쌀값은 하락…빚만 잔뜩
중앙회 임원으로 ‘묵은 숙제’ 해결 주력할 것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지난해부터 쌀값이 회복세를 띠고 있지만 수년간 쌀 산업에 산적한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 없다.

 

가장 큰 숙제인 쌀 수급조절은 작년 정부의 선제적인 격리 대책으로 숨통이 트인 듯하다. 그러나 창고에 쌓아놓은 물량이 시장에 언제 풀릴지 몰라 농가들은 조마조마하다. 물량이 풀리는 날, 또다시 공급과잉 숙제를 떠안고 쌀값에 시름해야 한다.

 

평생 쌀농사만 지어온 농가에 벼 재배면적 감축 정책은 또다른 ‘함정’이다. 수십년간 쌓여온 재배 노하우와 농기계 등 장비를 포기하고 생계의 일부분을 책임질 ‘다른 것’을 찾아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김광섭 회장 당선과 함께 10기 집행부를 새롭게 구성하고 이런 해묵은 숙제들을 해결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한국농업신문은 집행부 임원들의 담담한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차례로 싣는다. 임인성 수석부회장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연합회 창설 때부터 활동하셨으니 감회가 새롭겠다.
쌀전업농연합회가 창설된 1995년 한수웅 초대 중앙회장을 도와 면회(面會)를 조직했었다. 연합회도 벌써 10기에 들어섰으니 세월이 빠르다는 걸 새삼 느낀다.

 

-흘러온 세월만큼 나아진 게 있나.
45년 농부로 산 것은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농정(農政)은 ‘꼴불견’이었다. 많이 생산하면 시장경제에 맡긴다고 하고 모자라면 수입해와서 똥값을 만들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펴서 농업선진국으로 가는 기틀을 마련해줘야지, 그때그때 급한 불만 끄기에만 바빴다.

 

1974년 농사를 시작한 초기에는 보람이 있었다. 해가 갈수록 정권이 바뀔수록 삶의 질이 떨어졌다. 없다고 초가집에 살 수는 없지 않나. 남들 다 갖는 휴대폰도 사야하고 자동차, 농기계도 사야 하는데 쌀값은 떨어지고 농자재값은 올라 빚만 늘었다. 중앙회 임원으로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진력할 생각이다.

 

쌀값 내려가 끌어다 쓴 빚 많아
회복세 탔지만 이자 갚기 바빠
농민 소득 보장해줘야 하지 않나
쌀 가지고 물가 잡겠단 생각 안돼

 

농기계 사고 자녀 키우려면
농지 3만평, 5만평은 필요해
4050 기존농도 지원해 달라

 

귀 열고 대화, 소통 해야지
칼자루 휘둘러서 쓰겠는가

 

전국 회원대회, 전업농 자존심
주인의식 갖고 연합회 동참하길

 

-45년 동안 가장 힘든 때가 언제였나.
요 몇 년 동안이다. 前 정권이 가장 실망스러웠다. 쌀값이 내려가서 끌어다 쓴 빚도 많아 이자 갚기도 바쁘다. 쌀이 남으면 정부가 쥐고 있다가 농민들 소득을 보장해줘야 하지 않나, 그걸 제대로 못해서 아주 힘들었다.

 

문 정부는 잘한다. 정부 바뀌고 쌀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쌀을 6~7월에 풀 걸 지금 빨리 풀고 7~8월 생산시기에는 풀지 말아야 한다. 9월 본격 쌀이 나올 때 가격이 확 내려가기 때문이다. 어느 정권이든 농민들을 희생시키지 말아야 한다. 쌀 가지고 물가 잡겠다고 생각한다면 그 공무원은 관둬야 한다. 귀를 열고 대화, 소통을 해야지, 내가 칼자루 들었다고 맘대로 휘두르면 쓰겠는가.

 

-정부가 농민을 홀대했다는 말인가.
외국에서 들어오는 물량(TRQ)이 한해 약 41만톤인데, 그게 우리 생산량의 12~13%다. 그게 안 들어오면 아무리 쌀을 적게 먹는다고 해도 농가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쌀만 유일하게 자급률이 100%인데 농사꾼을 우대해 줘야 하지 않나, 적게 먹어도 아예 안 먹을 수 없는 게 쌀이지 않나. 단적으로다가, 먹고 살만 하면 젊은이들이 안 들어오겠어?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올만한 쌀값은 얼마인가.
한 가마(80kg)에 30만원은 돼야 한다. 내 귀농 전 직장 다닐 적에 공무원 월급이 쌀 한두 가마 값이었다. 지금 초봉을 157만원으로 치면, 1인당 62kg을 먹으니 한달 월급으로 10년을 넘게 먹는 셈이다.

농민들은 그만큼 희생을 한 거다. 농업가치 헌법 반영은 진작 했어야지. 논 타작물 재배(쌀 생산조정제)사업도 우리 전업농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실패할 거라고 본다.

 

-창업농을 집중 지원한다고 한다.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들려면 농가 자녀들을 지원해야 농지 물려받아 어느 정도 살 수 있지, 지금 ‘생짜’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기반 못 닦아 떠날 수밖에 없다. 농기계 사고 자녀들 키우고 하려면 3만평, 5만평은 지원해 줘야 하는데 농지은행에서 빌려주는 건 최대 1만5000평이다. 한창 교육비 들어가는 4050도 함께 지원해야 농촌을 지킨다.

 

-연합회 회원들에게 하실 말씀은.
올해 전국 회원대회가 개최된다. 전업농의 자랑이면서 자존심인 이번 대회를 여느 해보다 훌륭하게 치러 전업농의 위상을 빛낼 수 있기를 바란다. 가화만사성이라고 하지 않나. 안에서 소통이 잘 돼야 밖에 의견도 내고 할 수 있다. 연합회는 정책 건의를 할 수 있는 창구다. 내 권리를 찾으려면 의무를 다해야 한다. 자신을 위해 회비도 내고 모임에도 참석한다는 생각을 갖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