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계]한국농수산대 제19회 학위수여식
[현장중계]한국농수산대 제19회 학위수여식
  • 유은영 you@newsfarm.co.kr
  • 승인 2018.02.2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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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업 예비 CEO 454명 나왔다

한농대, 1997년 개교 이후 4733명 졸업생 배출
평균 나이 31세·가구 평균 소득 8910만원
허태웅 총장 “4차산업 선도 새 바람 일으켜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지난 2015년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국립한국농수산대학(총장 허태웅, 한농대)이 ‘전주 시대’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한농대는 지난 23일 교내 대강당에서 제19회 학위수여식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비롯한 농수산업 관련 기관 및 단체장, 내·외 귀빈, 졸업생 가족 등 700여명이 참석했다.


김영록 장관은 축사를 통해 졸업을 축하하며 “농업의 미래를 이끌 인재라는 자부심을 갖고 농업인으로서 윤리의식과 책임감, 경쟁력을 갖출 것”을 당부했다.


전문학사 368명, 학사 86명 등 454명 배출
한농대는 이번에 전문학사 368명, 학사 86명 등 454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전문학사를 받은 368명은 한농대가 지난 2015년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해 입학한 학생들로 새롭게 조성된 캠퍼스에서 3년을 공부한 첫 졸업생이다.


한농대는 3년제 전문대학으로 전문학사 학위를 수여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재학생, 졸업생 대상으로 학사학위 취득이 가능한 전공심화과정(1년 과정)을 운영 중에 있다.


이날 강동윤(30세, 버섯), 김재원(21세, 과수), 김아람(32세, 화훼), 김상현(22세, 중소가축) 졸업생이 전문학사 부문 농식품부장관상을 받았고, 박시만(27세, 수산양식) 졸업생이 전문학사 부문 해양수산부 장관상을 받았다.
2014년 식량작물학과 졸업 후 전남 함평에서 벼농사와 한우 사육을 하는 박재광 졸업생은 학사 부문 농식품부 장관상을, 2013년 수산양식학과를 졸업하고 충남 태안에서 새우양식을 하는 강승원(26세) 졸업생이 학사 부문 해수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날 전문학사를 받은 368명은 한농대가 지난 2015년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해 입학한 학생들로 새로 조성된 캠퍼스에서 3년을 공부한 첫 졸업생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김정호(27세, 버섯 19기)·최근혜(23세, 특용작물 18기) 부부와 박조흔(29세, 특용작물 17기)·이지오(21세, 특용작물 19기) 부부, 이정욱(25세, 수산양식 16기)·송현민(25세, 수산양식 19기) 부부 등 재학시절 캠퍼스에서 선후배 관계로 만나 반려자의 인연을 맺은 졸업생들이 주목을 받았다.


졸업생 86% 농수산업 종사
지난 2000년 209명의 졸업생을 처음으로 배출한 한농대는 현재까지 4733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들 중 전공심화과정을 통해 학사학위를 받은 졸업생은 506명(10.7%)이다.


한농대 졸업생들의 평균 나이는 31세이며 2017년 기준 85.9%(3705명)가 농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졸업생 가구 평균 8910만원의 소득을 올린다.


허태웅 총장은 “새롭게 출발하는 368명과 전문성을 한층 무장한 86명의 졸업을 축하한다”며 “대한민국 농수산업의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 농업농어촌의 젊은 리더로서 새 바람을 일으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농업농촌 지킴이’ 우뚝 선 선배들


20년 동안 농업현장으로 배출된 한농대 졸업생 4733명 중 86%가 농수산업에 종사한다. 이들은 명실상부한 농업 CEO로서 젊은 마인드와 의지, 열정으로 농업농촌에 혁신을 불어넣고 있다. 청년창업, 영농승계, 6차산업, 시장개척 등 다양한 농업현장에서 저마다의 꿈을 가꾸는 졸업생들의 일화를 들여다본다.


표고 기술 배우러 전국서 방문
최병국 표고장이영농조합 대표(특용작물학과 2000년)



서른 살 넘은 늦깎이 대학생이었던 최병국 졸업생은 현재 어엿한 표고버섯 장인으로 변신했다.


“20~30년 전만 해도 버섯 재배기술은 배울 방법이 없었어요. 농촌진흥청 같은 곳에나 가야 배우지, 농장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한농대 입학을 결심했던 게 어느덧 20년 전이다. 이미 농장을 경영한 그는 2학년 실습 때 농업과학기술원으로 가 1년간 살다시피 했다. 표고버섯 재배사 5동을 지은 게 2000년 무렵이다. 그 후 성장을 거듭해 현재는 1만3223㎡(4000여평) 규모로 생육동 12개동을 비롯해 작업동, 배양동, 저온저장고를 갖추고 별도 교육관과 직원 숙소까지 지을만큼 규모가 커졌다. 올해 추가로 건물을 더 지을 예정이다.


외형의 성장만큼 입소문이 나 전국에서 표고 재배 비법을 배우러 35~40명이 관광버스를 타고 찾아온다. 버섯 농가는 물론, 퇴역을 앞둔 군인부터 귀농귀촌 예비자들까지 다양하다. 최병국 표고장이영농협동조합 대표는 누구에게나 재배기술을 아낌없이 공유한다.


“우리 조합원들은 서로를 경쟁자라 생각하지 않아요. 살아보니 문을 열고 사람을 받아들일 때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하게 되더군요.”


설립 4년만 40억 매출
한성안 생금들 친환경법인 대표(식량작물학과 2011년)



12회 졸업생 한 대표는 군산에서 쌀과 보리 등 미곡류를 생산·가공하고 자체 판로를 확보해 연 40억원 내외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생금들에서 나온 제품들은 대부분 친환경공급센터나 농협 등에 판매된다. 유기농 쌀은 농업기술센터나 친환경인증기관들로부터 정기적인 교육을 받아 높은 품질을 유지하고 있으며 보릿가루는 군산시 자체 브랜드인 ‘진포빵’의 재료로 널리 쓰인다.


유통과정 최소화로 양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자 사람들이 찾아들었다. 연간 1000여명의 소비자들이 홈페이지나 전화를 통해 직접 주문을 한다. 설립 4년만에 40억 매출을 달성한 비결이다.


영농후계자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현장 교수로서,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그가 실습을 나온 학생들에게 꼭 해 주는 말이 있다.


“이곳엔 한농대 학생들 외에 농업기술원의 4-H회 등 수많은 영농후계자들이 견학을 와요. 그 친구들에게 저는 늘 ‘한 가지에만 주력하라’고 조언하죠. 농사를 지으려면 농사만 짓고 가공을 하려면 가공만 하라는 말입니다. 이것이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방법이죠.”


첨단기술로 화훼시장 개척
홍해수 HS플라워 대표(화훼학과 2012년)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HS플라워는 카네이션과 제라늄을 키우는 농장이다. 이곳의 경쟁력은 ICT 융복합. 정보통신기술을 농장 운영에 접목했다는 것이다. 모바일을 통한 농장관리부터 인공재배환경까지 구축한 HS플라워는 고객과 접점을 늘려가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홍 대표는 어렸을 때 컴퓨터학원 강사였던 삼촌에게서 받은 286 컴퓨터에 재미를 붙였다. 컴퓨터에 친숙해지자 아버지가 키운 꽃들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팔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 궁금증은 2009년 한농대 입학으로 이어졌다.


홍 대표의 가세 이후 HS플라워는 카네이션과 제라늄 분화농장에서 5000평(약 1만6529㎡) 규모의 블루베리와 아로니아도 기르고 있다. 최근엔 식물공장 준비를 거의 마쳤다.


식물공장은 LED 빛을 이용한 인공태양 아래에서 식물을 기르는 방법이다. 온도나 습도, 수분을 모두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 공장식으로 지어 층층이 쌓을 수 있다. 외부 날씨와 관계없이 계속 출하할 수 있다는 점과 ICT 기술을 토대로 환경을 제어해 편리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홍 대표의 식물공장은 약 16평(53㎡) 규모로 꾸며졌다. 몇 가지 보완을 마치면 소국화를 본격적으로 키울 예정이다.


“아버지 시대 호황이었던 분야도 시대가 흐르면서 쇠락하기도 해요. 농장을 이끌어 나갈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