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계] ‘흙의날’ 심포지엄
[현장중계] ‘흙의날’ 심포지엄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8.03.1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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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가치 통해 농업 다원적 기능 증명”


제3회 흙의날 기념 심포지엄 열려
농업 가치 헌법반영 당위성 강조

토양 경제적 가치 281조원 달해
흙 보존 중요…농업생산성 생각해야
흙 가치 이어나가는 농업에 혜택을

제3회 흙의날 기념식이 열린 지난 9일 '흙의 공익적 가치와 국민건강'이란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왼쪽부터 김수일 농식품부 농기자재정책팀장, 유찬희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윤종철 농촌진흥청 농업환경부장(좌장), 황선옥 소비자모임 상임이사, 장수옥 농민신문사 부국장.
제3회 흙의날 기념식이 열린 지난 9일 '흙의 공익적 가치와 국민건강'이란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왼쪽부터 김수일 농식품부 농기자재정책팀장, 유찬희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윤종철 농촌진흥청 농업환경부장(좌장), 황선옥 소비자모임 상임이사, 장수옥 농민신문사 부국장.

(한국농업신문= 기자)우리나라 토양의 경제적 가치가 무려 28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은 흙의날(3월11일)을 맞아 강원대에 의뢰해 환산한 토양의 공익가치 평가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토양의 가치는 280조6000억원이다. 기능별로는 양분 공급 179조8000억원, 자연 순환 79조1000억원, 식량 생산 10조5000억원, 탄소 저장 6조5000억원, 수자원 함양 4조5000억원 등이다. 특히 우리나라 논밭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7천만톤과 비슷한 수준인 9천만톤의 토양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이는 지리산국립공원 171개의 이산화탄소 흡수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수자원 저장가능량은 39억톤이나 된다. 한 해 동안 팔당댐 16개에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흙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한 ‘흙의날’ 기념식이 올해 3번째로 지난 9일 농협(서울시 중구)에서 열렸다.

‘흙의날’은(매년 3월11일) 흙의 소중함과 보전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2015년 법정기념일로 제정했다. 이번 행사는 오전에 기념식을 오후에 윤종철 농촌진흥청 농업환경부장을 좌장으로 ‘흙의 공익적 가치와 국민건강’이란 주제의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에서 토론자로 나선 정부와 학계, 농민 및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흙의 공익적 가치를 통해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 증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흙 보존-농업생산성 균형점 찾아야
김수일 농식품부 농기자재정책팀장

정부는 농업생산의 기반이자 국민의 삶의 터전인 흙을 유지하고 보전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토양검정을 통한 맞춤형 시비처방을 지원해 적정사용량의 비료사용을 유도하고 토양에 잉여 양분이 공급되지 않도록 지도·교육한다. 중금속 등 유해 성분에 의한 토양오염을 막고 농약안전사용기준을 설정해 토양을 보호한다.

올해도 국비 2051억원을 확보해 친환경농자재를 지원한다. 산성토양을 개량하고 흙의 물리·화학성 개선을 위해 토양개량제를 지원(54만1000톤, 528억원)하며 농림축산부산물의 재활용 촉진 및 농지의 유기물 공급을 통한 지력 증진을 위해 유기질비료(298만톤, 1490억원)를 지원한다.
‘흙의날’은 3년 전 법정 기념일로 제정됐지만 그 이전부터 흙의 소중함을 기리는 행사를 개최해 왔다. 친환경 농업 육성 등 정책적으로 흙의 보존을 위해 노력해 왔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흙의 보존도 중요하지만 농업생산성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정책적으로 농자재 업계와 소통을 통해 그 균형점을 찾아 농업을 건강하게 발전시키겠다.

건강한 흙 ‘공짜’ 아냐
장수옥 농민신문 편집부국장

사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결국 흙의 공익적 가치를 말하는 것이다. 스위스는 1996년 연방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가치와 농지보전의 필요성을 명시했다. 또 농민 기본소득이라 불리는 ‘보편적 직불제’를 도입했다. 따라서 스위스는 직불금이 농가소득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15%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스위스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한 흙이 저절로 주어지는 것처럼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 대한 반성과 함께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흙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종합적 평가다. 흙의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가치, 역사적 가치, 생태학적 가치 등 다각적인 차원에서 가치를 검증해 일반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또 폐비닐, 농약병 등 폐농자재를 적극적으로 수거하는 구체적인 실천이 따라야 한다. 마지막으로 흙을 가꾸고 보전하는 핵심주체인 농민들을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농업헌법을 세계 최초로 만든 스위스는 직불제를 도입하기 위한 기초로 ‘생태학적 성과증명’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직불금을 주는 만큼 엄격한 책임도 부과해 실천에 따른 보상을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그 결과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아름답고 깨끗한 농촌, 세계가 부러워하는 농업강국이 됐다.

민자보 토지구입 정책 열어라
문대명 한국4H중앙연합회 대외협력 국장

농업의 기본은 경종이라고 생각한다. 경종분야의 최고봉인 수도작은 과량생산으로 인해 더 이상 면적을 늘리지 않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는 민자보 토지구매 및 대출 사업이 없어지거나 줄어들었다. 2030세대가 농지은행을 통해 농지를 구입할 때 지원금 이외의 평당 구매금액은 부담으로 돌아온다. 기본 인프라가 있는 농지의 경우 10만원 이하는 찾아보기 힘들다. 설혹 있다 해도 부대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땅값이 비싸고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 청년 농업인들이 아무런 연고 없이 귀농한다고 하면 일용직을 하거나 취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농민 60% 이상이 하는 수도작으로 계산을 해보겠다. 수도작(논벼) 실질소득은 10a당 49만원인데 3인 최저생계비를 맞추려면 54a가 필요하다. 이조차도 대출시 이자 비용을 제외한 금액이다.

이처럼 최저 생계비와 경영비를 따지면 수도작은 어렵다. 현시점에서 자본과 인프라가 없는 청년농업인들이나 귀농인들의 가장 현명한 선택지는 시설채소다. 그러나 경작인원이 많아지면 가격폭락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기반없는 청년농업인이 시설채소에만 몰리지 않는다면 농업은 더욱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1차 농산물과 소비자 입맛에 맞는 농산물을 생산하고, 과량 생산품은 수출할 수 있는 정책으로 가야 한다. 농업에 뜻이 있는 청년들을 위해 민자보로 토지구입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열어주시기를 바란다. 지자체에서 관리가 힘들면 지자체 채권 부기등기로 해결할 수 있다. 농지은행도 상한선을 늘리고 답에서 조사료 생산시 보조를 더 해주는 방법도 생각해 보길 바란다. 

PLS 반드시 도입해야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상임이사

흙도 생겨나고 성숙하며 병들고 죽는, 생명이 있는 자원이다. 정부, 농업인, 소비자가 모두 흙의 공익적 가치와 국민건강을 지키는 역할에 대해 알고 삶속에서 흙의 보존을 실천해야 한다. 농사에서 나오는 비닐과 농약봉지, 남은 농약의 처리를 철저히 하자.

농축수임산물의 포장도 개선돼야 한다. 소비자시민모임은 명절에 과일선물세트에 대한 포장공간비율 위반 여부를 조사한다. 과대포장이 다수 나타나고 있다. 1회용품 사용이 도시, 농촌을 막론하고 생활화돼 있다. 개인 컵, 장바구니, 손수건을 사용하자.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정책적으로 윤리적 가치를 실현해 달라는 것이다. 친환경 농산물, 동물복지 농장의 농산물을 소비자가 사지 않는 이유는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PLS(농약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를 반드시 도입하고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농산물을 생산해 달라.

스위스 농업가치 헌법반영은 ‘시민운동’
유찬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

최근 불거진 살충제 계란 파동 등은 소비자가 원하는 다원적 기능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서 발생한 일이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소비자가 농업부문에 기대하는 역할이 달라진다. 발전초기에는 식량생산이 가장 중요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식량의 안정적 공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고 다른 기능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지역 특산물이나 친환경 농산물, 1990년대부터 시작된 농촌관광, 2012년 처음 모습을 드러낸 로컬푸드, 최근 본격화한 도시농업, 논의가 시작된 동물복지 등이 그 예다.

그렇다면 농업계와 소비자 간 기대의 차이를 어떻게 메우느냐, 먼저 생산의 근간인 흙의 상태를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 흙의 양분수지는 OECD 회원국 중 압도적인 1위다. 또 하나는 인력과 예산 문제다. 사후관리 담당 기관은 하나같이 시료 채취, 분석, 토양시비 처방 등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고 고민을 토로한다.

특히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이를 사회구성원들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치유농업이나 사회적농업 등도 이러한 맥락에서 중요하다. 스위스의 1996년 국민투표 가결은 농업계와 소비자의 연대 속에 이뤄진 강력한 시민운동이 앞섰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1995년 투표에서 농업가치를 헌법에 반영하자는 것에 국민 51%가 반대했다. 불과 1년만에 76% 찬성을 얻은 것은 농업인들이 우리가 변할테니 참여해달라고 국민들을 설득한 물밑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농업계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사회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정책적으로도 정당한 대가를 지급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