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창고에 가둔 쌀, 새 수요처를 찾아라
[전문가 칼럼]창고에 가둔 쌀, 새 수요처를 찾아라
  • 편집국 기자 hbjy@newsfarm.co.kr
  • 승인 2018.03.2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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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통일 대비 비축·완전미 100% 유통…83만톤 수요 발생

 

일정 수준의 소비가 이뤄진다면 쌀값은 하락하더라도 마지노선을 넘기지 않는 적정선을 유지할 것이다. 창고에 쌀을 가둔 지금, 그 쌀을 소비할 곳을 알아보는 일이 시급하다.

국내산 쌀의 완전미 생산은 두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째는 쌀의 품질을 높여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며 둘째는 완전미 100% 쌀을 생산 유통할 경우 발생하는 쇄미(싸라기) 부산물을 쌀 가공산업에 저가의 원료로 공급해 쌀 가공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

쌀 가공산업 활성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밀 대비 높은 원료가격과 가공비용, 그리고 불안정한 원료공급을 들 수 있다. 그간 쌀 가공산업 관련 정부 정책은 과잉 재고시에는 가공용쌀의 가격인하 및 공급확대, 시설자금 및 R&D 지원, 주정처리 등의 소진 정책을 추진하고 재고부족 시에는 가격인상 및 공급량 축소, 육성정책 중단 등 일관성이 없었다. 따라서 쌀 가공산업은 쌀의 생산량과 정부의 가격 정책과 공급 정책에 따라 원료 수급이 불안정하여 투자계획을 세울 수 없으며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없었다.

농작물의 특성상 기상의 영향을 크게 받아 매년 정확한 수확량의 예측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지만 과잉 생산된 국내산 쌀을 가공용으로 활용하는 계획의 수립이 필요하다. 현행과 같이 일시적으로 긴급 처분하는 방식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정부양곡을 가공용으로 방출하는 계획 수립이 요구된다.

통일 대비 120만톤 쌀 비축제가 운영된다면 매년 60만톤 규모의 가공용 쌀이 안정적으로 시장에 공급될 수 있어 쌀 가공식품산업체들이 시설 확장이나 수요예측을 좀더 정확하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통일을 대비해 현행 양곡관리법에 쌀 비축량 120만톤을 명시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매년 60만톤의 쌀을 2년간 비축하고 2년 후 쌀 가공산업의 원료로 방출한다. 비축 쌀 60만톤 중 40만톤은 MMA 수입쌀 전량을 사용하며 국내산 쌀 20만톤을 추가한다. 2012년 기준으로 비축쌀 구입예산과 보관비용, 여기에 매년 60만톤의 방출수입을 고려하면 쌀 비축에 필요한 추가예산은 4844억원으로 추산된다. 통일·외교부가 일정 부분의 예산을 부담하면 된다.

통일 대비 비축미 연간 60만톤에다 완전미 100%쌀 생산 유통시 저가로 가공산업에 공급되는 23만톤의 파쇄미를 합치면 총 83만톤의 추가 수요가 발생되고 쌀 가공산업체에 가공원료로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연 480만톤의 쌀이 생산되어야 한다.

그런데 갈수록 쌀 생산량이 줄고 있다. 2016년 420만2000톤에서 2017년엔 397만2000톤으로 37년만에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통일의 궁극적인 목적은 대치상태에서 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데 있다. 남한의 식품과소비와 식량낭비를 줄여 식량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북한의 식량생산을 늘려 북한주민을 굶주림과 영양실조에서 해방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이 일은 온 국민이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식량증산과 식량을 아끼는 일에 동참할 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