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농사만 지으라고 육성해 놓고…
벼농사만 지으라고 육성해 놓고…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8.03.2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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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농가 ‘타작물 재배’ 머뭇거리는 이유
현행 지원금, 농지 임대료 주면 남는 거 없다
'논 타작물 재배' 신청이 좀처럼 늘지 않는 가운데 벼 농사 대비 타작물 재배 소득의 불확실함과 밭농사용 농기계 구입의 어려움 등 때문에 쌀 농가들이 사업신청을 주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 타작물 재배' 신청이 좀처럼 늘지 않는 가운데 벼 농사 대비 타작물 재배 소득의 불확실함과 밭농사용 농기계 구입의 어려움 등 때문에 쌀 농가들이 사업신청을 주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정부가 농가들의 ‘논 타작물 재배’를 이끌기 위해 콩 전량 수매 등 유인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선 반응이 그닥 시원찮다.

이번 대책은 지난 2월 1차 대책에 이은 두 번째 활성화 방안이다.

쌀 농가들은 타작물 재배에 선뜻 참여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소득보전’ 대책의 미비를 꼽는다. 현재 설정된 ha당 평균 340만원의 지원금으론 벼를 재배했을 때보다 소득이 더 낫다고 보지 않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재배한 타작물의 판로확보와 밭작물 농기계 작업의 불리함을 든다. 이런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주무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콩의 전량수매와 조사료의 농협 계약재배면적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농기계·재배기술도 타작물 단지를 중심으로 집중 지원한다. 그러나 농가들의 구미를 당기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전남의 한 쌀 농가는 “콩, 총체벼가 소득이 낫지만 인삼이 더 낫고, 과수 심으면 더 좋고, 또 시설원예가 그보다 낫다”며 “투자 대비 뽑을 수 있는 걸 계산하니까 미적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확기부터 오름세를 거듭하는 쌀값에 대한 기대감도 농가들의 참여를 가로막는다.

이 농가는 “쌀값 전망을 17~18만원선으로 바라보는데 타작물을 재배할 때 ha당 순이익이 벼보다 낫게 나와야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판로에 대해선 “조사료도 다 사줘야 한다. 총체벼 심고 싶지만 누가 가져가야 심지, 절반밖에 안 사주면 나머지는 거름으로 쓸 수밖에 없다. 소를 기르는 농가는 시도할 수 있지만”이라고 2차 대책도 더 보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쌀농사만 전문으로 짓는 쌀전업농은 밭작물 농기계화의 미비를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는다. 벼 재배에 필요한 농기계를 모두 갖췄는데 밭농사용을 따로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농기계 한 대 구입하려면 수 억 원씩 든다. 가격도 그렇지만 벼농사만 짓던 농민이 밭작업 농기계를 운용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란 짐작이 가능하다. 쌀 농가 80~90%가 거의 임차농이라는 점도 있다.

충남의 한 쌀전업농은 “타작물 지원금 받아봐야 농기계 원금하고 이자 내 주고 농지 임대료 주고 나면 나머지 남는 돈으로 먹고 생활하면 끝이다”며 “대농(大農)은 단지화한다면 모를까 쉽게 뛰어들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에서도 타작물 재배 단지화를 추진한다고는 했지만 진행상황을 좀더 지켜보려는 심리 때문에 신청 마감기한인 4월 20일까지 참여율이 끌어올려질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현재 쌀전업농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일각에선 전문 벼농사꾼으로 육성한 쌀전업농에게 타작물 재배를 권장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식량 안보를 위해 쌀농사꾼으로 육성해 놓고 밭농사를 지으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차라리 소농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경남의 한 농가는 “농지임대 순위도 4순위로 뒤로 밀렸는데, 타작물 참여를 안 하면 공공비축미 배정도 안 한다고 하니 계속 희생만 요구하는 것”이라고 지탄했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