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2015년 쌀 전면개방…대토론회
이슈분석-2015년 쌀 전면개방…대토론회
  • 이은용 ley@newsfarm.co.kr
  • 승인 2013.08.2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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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전면개방 “해야돼” VS “현상유지” 찬반 ‘팽팽’
찬성론 “국제규범‧장기적 관점…관세화 할 수밖에”

반대론 “DDA 협상 타결 때까지 현상유지 바람직”

최근 쌀 시장 전면개방(관세화)을 둘러싸고 ‘개방을 해야 한다’는 측과 ‘현상유지를 해야 한다’ 측간 의견대립이 날로 심화돼 가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는 ‘2015년 쌀 전면개방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찬성 측과 반대 측간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이날 토론회는 김춘진, 박민수, 김선동 국회의원은 주최로 열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이 ‘쌀 개방문제, 무엇이 최선의 선택인가?’, 박동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장이 ‘쌀산업과 관세화’에 대해 주제 발표를 가졌다.

지정토론에는 김병석 변호사,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박수진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이 참여했다.


WTO “모든 회원국은 관세화”

이날 토론에서 관세화를 찬성하는 측은 2014년 이후에도 쌀 관세화를 유예하는 것은 유일하게 의무면제(waiver)를 얻어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만약 유예가 됐다고 해도 WTO 이해관계국들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엄청난 대가를 보장해야 하는데, 최종 의무수입물량(2014년)이 40만9000톤인데 이 보다 더 많은 의무수입량이 늘어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쌀 산업 자체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세화를 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들은 WTO규정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WTO규정에는 명확히 ‘모든 회원국은 관세화를 해야 한다’는 대원칙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관세화를 유예한다는 것은 국제 규범을 안 지키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 관세화는 국제적 의무이기 때문에 반드시 WTO 회원국들은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것이 맞으며, 2015년에는 반드시 관세화를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아직 WTO/DDA 타결 안돼”

반면 현상유지를 해야 한다는 측은 현행처럼 관세화 유예를 계속 유지하면서 동시에 의무수입 물량도 더 늘리지 않고 40만9000톤으로 고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직 WTO/DDA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모든 회원국들이 각각 2000년과 2004년의 개방 수준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추가적인 개방조치 없이 현상유지를 하는 것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WTO 모든 회원국들은 동등하게 의무를 이행하고 있으며, 우리도 이에 맞는 정당한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찬성론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관세화가 되면 높은 관세율로 인해 국내 쌀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의무수입량 이외의 물량은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한미 FTA 혹은 한중 FTA와 연계돼 관세장벽 자체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 관세화가 되면 우리나라 농업기반 자체가 붕괴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강조하며 반드시 현상유지를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처럼 이날 토론회에서는 찬성 측과 반대 측 간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었다. 이날 펼쳐졌던 토론 내용을 찬반양론으로 나눠 정리해 본다.


◆‘반드시 관세화 해야 한다’ 찬성론


농경연 설문 77.7% 관세화 찬성

이날 박동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장은 발제를 통해 먼저 쌀 시장개방 필요성의 중요 근거 중 하나로 대외적인 시장상황을 설명했다. 최근 국제 쌀 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국제 쌀 가격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특히 우리나라 쌀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 미국과 중국의 쌀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경우 쌀 생산량 감소로 국제 쌀 가격이 톤당 748달러 수준으로 지속적인 오름세가 전망되며, 중국의 쌀 가격도 최근 들어 1.6배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수출은 감소하고 수입은 증가하는 추세라고 예측했다. 이는 이들 국가의 쌀이 국내 시장에 유입돼도 국내 쌀 가격 경쟁력이 충분히 있어 관세화로 전환해도 수입물량은 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박 센터장은 또 2015년 이후 관세화 전환 시 관세 감축이나 국내외 쌀 가격차이가 커서 TRQ외 쌀의 초과 수입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과거 일본과 대만의 경우 관세화로 전환 했을 때 추가 수입물량은 미미했다고 외국의 사례도 소개했다.

박 센터장은 특히 최근 농경연이 이해 당사자인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농가의 77.7%가 관세화에 찬성했다면서 농가들도 관세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화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만약 관세화를 유예한다면 쌀 소비량 감소와 도정물량 감소로 쌀 농가와 도정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돼 우리 쌀 산업의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원목 교수 “의무수입량…막아”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토론에서 현행유지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최 교수는 2014년 이후에도 쌀 관세화를 유예하는 것은 유일하게 의무면제를 얻어야 가능하다면서 이 경우 협상에서 상응하는 대가를 보장해야 하는 부정적인 측면이 커 우리에게 더욱 불리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다시 말해 40만9000톤 의무수입 물량을 유지하며 재유예를 할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는 것이다.

또 FTA 협상에 있어 쌀도 FTA 관세철폐 협상의 대상이 된다는 주장에 대해 FTA 협상은 서로의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타협의 결과 관세철폐 예외품목이 결정되므로 쌀이 WTO에서 관세화 됐는지 여부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또 쌀 시장 관세화는 국제적으로 타당한 정책임은 물론이고 수입쌀의 의무수입물량의 증가를 막아 그만큼 국내 쌀값의 하락폭을 감소시켜 국내 쌀 농업의 붕괴를 막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관세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대내외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서둘러 의견수렴 및 정책결정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수진 과장 “관세화 국제적 의무”

토론에 함께 참석한 박수진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 과장은 국제규범 상 관세화는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박 과장은 WTO규정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WTO규정에는 명확히 ‘모든 회원국은 관세화를 해야 한다’는 대원칙이 있기 때문에 2015년에는 반드시 관세화를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관세화는 국제적 의무이기 때문에 반드시 WTO 회원국들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과장은 또 현재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DDA 협상 타결이 타결될 때까지 현행을 유지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분명한 것은 UR협상과 DDA협상은 별개의 협상이기 때문에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는 사실상 현행유지는 어렵다는 게 정부입장이라는 것이다.

박 과장은 아울러 관세화 유예 시 MMA 물량이 계속해서 증가하면 그만큼 제고를 관리하는 데 정부 부담이 크게 든다면서 외국의 사례를 보면 일본과 대만의 경우 관세화를 추진했을 때 MMA 물량이 미미하게 들어왔다는 점을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유리한 관세율 적용 노력

그러면서 지금 문제는 관세화 시 관세 수준이 중요하므로 국내가격과 국제가격은 무엇을 기준으로 할지에 대해 논의돼야 하며, 정부는 국내 농업 현실에 유리한 관세율이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박 과장은 이어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이하 녀름)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농업인들 가운데 관세화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 부분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면서 현장을 돌아다니며 알리고 홍보활동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런 토론의 자리를 많이 마련해 각계 의견수렴을 통해 농민과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현상유지가 바람직하다’ 반대론


유예는 WTO 회원국 권리 주장

장경호 녀름 부소장은 토론회 발제에서 쌀 관세화 유예는 WTO 회원국으로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장 부소장은 쌀의 관세화 유예는 WTO 농업협정문에서 특별취급(special treatment) 조항으로 규정돼 있다면서 특별취급 조항도 농업협정문의 일부이며, 관세화 유예 및 의무수입 방식의 개방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회원국들이 농업협정문의 범위 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의무 이행의 한 방식인 것이기 때문에 특혜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의무를 이행하는 방식의 하나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부소장은 또 정부와 통상관료 그리고 개방론자들은 관세화로 전환할지 아니면 재협상을 통해 의무수입 물량을 추가로 더 늘려야 할지, 이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5년 이후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협정문의 적용과 의무이행은 WTO 회원국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원칙을 기준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회원국, 2004년 상태 현상유지”


장 부소장은 이어 다른 모든 회원국들이 이미 2000년과 2004년 상태에서 현상유지를 해 오고 있는데, 한국만 지난 10년의 추가적인 의무이행에 이어 또 다시 한 번 더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는 전혀 없다면서 현재 정부는 현상유지에 대해서는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지고 있어 이 상태로 가만히 둔다면 2004년 쌀재협상에서 범했던 과오를 또 다시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은 매우 시급하고, 또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2015년 이후에 우리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는 WTO 농업협정문에 달린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김병석 변호사 “현상유지 가능해”

김병석 변호사는 토론을 통해 농산물 협정과 관련해 WTO 회원국들 중 선진국들은 1995년부터 2000년까지 6년간 약속한 의무를 이행했으며, 개발도상국은 1995년부터 2004년까지 10년간 약속한 의무를 이행한 상태라고 소개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그런데 타결되리라 예상됐던 DDA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게 돼 선진국들은 농업협정에 따른 의무이행이 종료된 2000년의 현상(의무이행수준)을, 후진국들은 2004년의 현상(의무이행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 역시 2004년 재협상의 결과를 현상으로 유지하고 추가적인 의무를 부담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또 기본적으로 WTO 회원권들은 자국이 양허한 사항을 제외한 사항에 대해서 동등한 권리를 갖으며, WTO는 ‘모든 것이 합의되기 전에는 아무것도 합의된 것이 없다’는 일괄타결을 원칙으로 삼고 있어 현상유지방안은 가능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해영 교수 “FTA…관세 무력화”

토론에 참석한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관세화론은 상당히 취약하고 불확실한 가설에 기반한 사상누각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FTA를 염두에 놓고 볼 때 이런 관세장벽이 영구히 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당장 눈앞에 닥친 한중 FTA가 그렇다고 염려했다. 그러면서 만에 하나 한중 FTA에서 합의된 쌀 관세율이 WTO에 통보한 관세 상당치보다 낮을 경우, 한미 FTA ‘미래 최혜국대우(MFN)’ 조항에 따라 미국 역시 그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고, 따라서 이런 관세장벽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DDA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는 현상유지를 하는 것이 중요하며, 지금부터라도 장기적 대책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나 정부 관련 기관이 객관적인 사실이 아닌 여론조사 결과를 이용해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농경연에서 얼마 전 ‘77%의 농민들이 관세화에 찬성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자기들 입맛에 맞는 질문을 내고 찬성 응답을 유도하는 식의 조사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관세화라는 정치적으로 극히 예민한 사안을 놓고 이렇게 여론조작이 있었다는 것은 돌이키기 어려운 일이라고 질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