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조정, 정부와 농가 '동상이몽'
생산조정, 정부와 농가 '동상이몽'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8.04.02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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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들 판로ㆍ농기계 때문에 망설인다지만
농협 책임판매 조사료 7500ha도 신청 안해
정부 "걱정 없애겠다" 약속에도 불신 큰 듯

농식품부ㆍ농협, 쌀전업농과 간담회 개최
김종훈 차관보 "판로대책 충분히 마련" 약속
김원석 농업경제 대표 "수매, 농기계 지원 최선"
김광섭 쌀전업농회장 "걱정 덜어준다면 적극 협력"
농식품부와 농협은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와 공동으로 지난달 29일 강원도 양양에서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생산조정제) 성공 추진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농협경제지주 김원석 농업경제대표이사(사진 오른쪽), 농림축산식품부 김종훈 차관보(사진 가운데), 김광섭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사진 왼쪽) 등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농식품부와 농협은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와 공동으로 지난달 29일 강원도 양양에서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생산조정제) 성공 추진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김광섭 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 김원석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대표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정부가 생산조정제 최대 걸림돌 중 하나인 판로문제를 확실히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와 김원석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대표는 지난달 29일 강원도 양양에서 김광섭 (사)한국쌀전업농연합회장 등 임원진과 '쌀 생산조정제 성공추진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생산조정제 사업신청 마감일인 4월 20일이 임박한 가운데 농가들의 신청을 독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농가들의 생산조정제 참여 신청 면적이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김종훈 차관보는 "3월 3주차까지 매일 500ha씩 신청이 들어오다가 28일부터는 750ha로 부쩍 올랐고, 조사료 신청도 굉장히 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마감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목표면적 5만ha 중 1만5000ha를 모았을 뿐이다. 나머지 3만5000ha를 채우려면 쌀전업농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다.

지난 3월 25일자 산지쌀값은 17만356원(80kg)에 이르렀다. 애초 생산조정제 논의가 쌀값 회복을 위한 수급조절의 필요성에서 출발한 것을 두고 보면 쌀값 인상이 생산조정제 참여실적을 저조하게 만드는 큰 원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쌀 농가 중에는 현재 쌀값을 기준으로 단순계산해서 1ha에 100만원 이상이 상승했다며 올해 10월 벼 출하시 이 가격이 유지되면 타작물 신청자에게 추가로 100만원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결국 생산조정제에 대한 정부와 농민의 입장차는 쌀값 상승을 바라보는 엇갈린 관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수 년에 걸친 공급과잉으로 20년 전으로 내려간 쌀값을 끌어올리기 위해 벼 재배를 줄이는 생산조정제를 계획한 것인데, 제도의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쌀값이 올라가니 생산자인 농민들은 제도에 참여할 동기가 없어진 것이다.

정부는 쌀값 상승의 원인을 바로 알고 생산조정제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김종훈 차관보는 "쌀값이 오른 것은 작년 대대적인 시장격리 때문이다. 쌀을 언제까지 창고에 가둬놓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타작물 재배사업은 전업농가들이 강력히 요구했었다. 그래서 기재부가 1700억원 예산을 세웠는데 그걸 안 해놓고 가을에 가서 수급불안 문제 생겼다고 어떻게 해 달라고 말할 수 없지 않나. 파종기 전까지 우리가 모든 노력을 다하고 그 다음 가을에 가서 얘기해야 한다"며 서둘러 생산조정제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농가들 큰 걱정은 판로와 농기계

농가들은 생산조정제 동참을 위해서는 판로대책과 농기계 마련의 고민이 없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콩은 정부가 전량수매를 약속했지만 조사료는 농협이 할당면적 1만5000ha 중 7500ha만 판매를 약속했다.

정응태 쌀전업농충북도회장은 "정책적으로 볏짚을 논에 환원시킨다면 축산겸업 농가들이 조사료 재배에 나설 것이다. 그러면 조사료 면적 5~10%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현 충남도회장은 "총체벼만큼은 농협이 전량수매 해라. 그러면 농가들이 따라오지 말라고 해도 따라간다"고 강조했다.

김원석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대표는 "농가들은 판로가 없다고 하지만 농협이 팔아주겠다고 약속한 조사료 7500ha도 면적 확보가 안 되고 있다"며 "확답은 못하지만 전량수매 쪽으로 가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무이자자금 등 동원해 지원할 것이다. 농기계 관련해선 자체 사업이든 지자체 협력사업이든 얀마 콩 수확기 열 대를 지원한다고 걸어놨다. 5만ha는 지켜놓고 나중에 정부한테 큰 소리 치고 떼를 쓰든 할 것이 아니냐. 농협도 농민 대변하는 생산자단체다. 도와 달라"고 말했다.

농협은 전국의 시ㆍ도 지역에 생산조정제 참여를 당부하고, ▲무이자자금 2천억원, ▲타작물 재배시 농기계 지원예산 20억원을 편성하고, ▲농업인의 농작업 편의를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범 농협 임직원이 직접 전국의 농업 현장을 방문해 쌀 생산조정제 시행 목적과 기대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참여를 안내하고 있다.

◆조사료 전량수매ㆍ콩 수매단가 인상 필요성도

이밖에 농가들은 작년 자율적 참여농가에 대한 50% 지원 문제와 콩 수매단가의 4500원으로의 인상, 제도의 한시성 등에 대한 염려를 드러냈다.

김종훈 차관보는 먼저 "작년 자율적 참여 면적 1만6000ha가 그대로 들어오면 생산조정제는 성공하지만 벼 재배면적 감축은 미달하기 때문에 50% 지원으로 결론 난 것"이라며 "내년에는 100% 다 지급해 드리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콩 수매단가는 4100(kg)원에서 4200원으로 올린 건데 한번 더 검토해보겠다. 기계는 별도 예산을 잡아놨지만 충분하지 않아 시.도에서 줄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내년도 예산이 더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판로 문제는 농협과 충분히 상의해서 걱정이 없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제도의 한시성에 대해선 "수급상황과 연계되지 않는 변동직불제 개편은 의미가 없다. 과잉생산이 예상될 때 생산조정 형태의 타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시스템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 방향을 올해 정해 내년 예산 계획 세울 때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모내기 철이 다가오는 요즘 쌀 산업의 최대 현안은 생산조정제의 안정적인 시행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금 농가들을 독려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농가들의 요구를 최대한 정책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김광섭 쌀전업농연합회장은 "정부와 농협이 판로와 농기계 걱정을 덜어주신다고 약속했으니 쌀 농가들도 생산조정의 성공적인 추진에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