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90년 만 최악 가뭄…감귤·당근 등 피해 비상
제주 90년 만 최악 가뭄…감귤·당근 등 피해 비상
  • 이상국 newsfarm@newsfarm.co.kr
  • 승인 2013.08.2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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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단체협의회, “제주 특별재난지역 선포하라”
제주가 90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시달리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27일 이후 50일 넘게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고 불볕더위와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제주 생명산업인 감귤을 비롯해 당근, 콩 등 주요 농작물 생육에 비상이 걸렸다.

제주도농업인단체협의회는 지난 20일 제주농어업인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7월 이후 계속되는 가뭄으로 당근 등 농작물 피해액만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 된다”며 제주도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협의회는 당근의 경우 220억원, 고구마 150억원, 감귤 810억원, 이 외 가축과 브로콜리 등 월동작물 파종 지연 등을 포함하면 가뭄으로 인한 피해규모는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협의회는 또 안정적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성읍저수지 조성사업에 대한 정부 투자 증액도 촉구했다. 협의회는 성읍저수지가 당초 2003년 착공, 2010년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지연되고 있고, 내년에도 30억원만 투자된다며 조기 완공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편 지난 7월 한 달간 제주지역에는 고작 14.7㎜의 비가 왔다. 평년 강수량 239.9㎜의 6% 수준이다. 이는 1923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90년 만에 최저 강수량이다. 이번 달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8월 현재까지 누적 강수량은 평년의 10~20% 안팎에 머물고 있다. 특히 한라산 백록담과 계곡,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이미 중산간 지역에 위치한 11개 마을에는 격일제로 급수되는 등 주민들이 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농작물 피해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파종기와 맞물린 당근은 발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고사될 위기에 처해 있다. 도 조사한 결과 제주시 구좌읍 지역 1552㏊ 가운데 250㏊에서 발아가 제대로 안 돼 재파종 해야 하는 상황이다.

콩과 밭 벼 등의 작물도 생육이 부진해 생산량이 예년보다 20~3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가뭄에 비교적 강한 감귤 역시 평년에 비해 크기가 작거나 잎이 마르고 낙과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제주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오랜 가뭄으로 과실생육이 부진 감귤 과실의 크기가 평년(지름 28㎜)에 미치지 못해 1번과 등 소과 발생이 우려된다”면서 “특히 조기 낙엽현상으로 내년 발화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 된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가뭄위기 극복을 위해 비상대책상황실을 설치하고 농작물 급수에 총력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15일부터는 가뭄피해 현장에 간부공무원들을 배치해 가뭄대책 이동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