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의무자조금]“특별법 제정하고 시‧군 조직 동원해야”
[시선집중-의무자조금]“특별법 제정하고 시‧군 조직 동원해야”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8.05.1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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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의무자조금 조성…현행 법령으론 난항 끝 난항
쌀 농가 81만, 회원가입 규정부터 ‘걸림돌’
2ha 이하 농가 제외하면 8만명으로 ‘뚝’
“정부·국회 지원 없이는 불가능” 한목소리

김광섭 회장 “지금 조직으론 한계, 싱크탱크 필요”

양동산 부회장 “준비위원회 설치로 추진동력 갖춰야”

진의장 부회장 “재배면적 기준 납득할 근거 마련을”

왼쪽부터 김광섭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 양동산 정책부회장, 진의장 기획부회장, 이상민 쌀전업농경북도연합회장.
왼쪽부터 김광섭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 양동산 정책부회장, 진의장 기획부회장, 이상민 쌀전업농경북도연합회장.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의무자조금 가입 안 하면 직불금 안 준다 방송 내보내소. 그럼 다 한다.”

지난 4일 열린 김응철 충남대 자조금연구센터 연구실장의 ‘의무자조금’ 특강에서 질의응답 시간에 나온 이상민 (사)한국쌀전업농연합회 경북도회장의 말이다.

이 회장은 “국제 룰(규정) 때문에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타작물 재배처럼 참여 안 하면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쌀 현안 해결을 위해 의무자조금 조성은 필수적인데 복잡한 설립 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보자는 자구책인 셈이다.

쌀은 수년째 공급 과잉과 소비량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농가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작년 대대적인 시장격리로 가격이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정부가 4월 산물벼 8만3000톤을 방출하고 추가적인 공공비축미 방출도 예상됨에 따라 올가을 수확기까지 지금 가격이 유지될는지 장담할 수 없다.

실제 4월 25일자 산지쌀값은 80kg당 17만2020원으로 전순대비 상승폭이 0.1%에 그쳐 쌀값 회복세가 더뎌졌음을 보여준다.

생존 문제가 달린 농가 입장에선 농가들 스스로 홍보와 소비촉진활동을 추진할 수 있는 자조금 조성을 마다할리 없다. 다만 의무자조금 조성 절차의 어려움 때문에 진척이 더딘 것뿐이다.

진의장 기획부회장은 “자조금 추진을 위해서는 자가소비하고 유통까지 할 수 있는 농사 면적이 어느 정도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재배면적에 기준을 둬 절차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행 의무자조금 설치관련 법령에 따르면 전체 농가 수의 절반 이상이 의무자조금위원회에 가입해야 하고 또 회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비로소 자조금 설립이 가능하다. 쌀 농가가 81만(2016년 농업경영체 등록 현황)에 이르는 상황에선 엄청나게 까다로운 조건인 것이다.

이 때문에 쌀전업농연합회는 자급자족하고도 시장에 매매를 할 수 있을만한 면적을 기준으로 잡아 그 이하는 잘라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자조금의 주요 용처인 소비촉진 활동이 필요한 농가를 대상으로 자조금 가입 인원을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 자가소비를 하고 유통까지 하는 재배면적을 2ha 이상으로 본다. 그 이하는 제외하면 회원가입 대상이 되는 농가 수가 8만으로 뚝 떨어진다. 여기서 시작하면 자조금 조성이 훨씬 수월해진다.

연합회는 이러한 예외 규정이 가능하도록 쌀 의무자조금 설립을 위한 ‘특별법’ 마련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해 왔다. 설훈 농해수위 위원장도 3월 쌀전업농과의 면담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문턱을 가로막는 게 또 있다. 바로 2ha 기준을 설득할 구체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인데, 80만 농가의 소득과 재배면적, 시장 유통량 등등을 일일이 조사하려면 어마어마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 민간단체만으론 역부족이라 정부 지원이 절실한 대목이다.

양동산 정책부회장은 “쌀은 농가 수가 많아 먼저 의무자조금 설치위원회를 만들어 추진동력을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 부회장은 “친환경 의무자조금도 정부가 읍면동에 할당을 줘서 의무적으로 회원가입 신청서를 받게 했다. 쌀도 정부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응철 연구실장은 “세계적인 브랜드인 뉴질랜드 제스프리키위는 자조금 만들기 전에 정부가 나서서 5년 동안 캠페인을 벌였다고 한다”며 “국회에서 법 개정 작업을 안 해주면 어렵다고 본다. 제도적 경쟁력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제도도 농업선진국 수준의 지원쳬계를 갖춰야 한다”고 동조했다.

김광섭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은 “자조금 조성에는 싱크탱크가 필요하다. 지금의 인력, 자금, 조직으로는 한계가 있다. 먼저 연합회가 단결해 적극적인 자세로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자”고 격려했다.

한편 우리나라에는 자조금 제도가 지난 2000년 도입됐다. 올해 초 과수를 비롯해 농수산물 분야에서 총 9개 품목이 의무자조금으로 전환됐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