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PLS' 비산농약 해결책 '오리무중'
[이슈진단]'PLS' 비산농약 해결책 '오리무중'
  • 황보준엽 기자 hbjy@newsfarm.co.kr
  • 승인 2018.05.1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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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산농약 농가 자체적인 해결방법 없어 ‘깜깜’
미허용 성분 검출시 출하연기·용도전환·폐기
비의도적 오염 구제책 없다…농가 책임져야

농진청, “바람 불지 않는 날 방제”…농가 반발
비산농약 자료 부족…당장 해결책 마련 어려워
[사진제공=산림청]
[사진제공=산림청]

(한국농업신문=황보준엽 기자)농약허용물질관리제도(PLS)가 농가에게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전남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한 농민은 사용치 않은 농약 성분이 검출될까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한다. 그는 “논과 밭, 과수원의 경우 서로 가까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드론으로 공중에서 농약살포가 주로 이뤄지는데 바람이 부는 날 농약이 날아와 검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PLS 시행이 7개여 월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수확 작물은 작목별 허용 검출기준 검사를 거친 후 출하가 된다. 하지만 관계기관은 비산농약 문제의 대응책을 내놓지 못해 농민들의 불안감만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도 시행 전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PLS는 국내 사용등록 및 농약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된 농약 이외에는 사용을 금지해 먹거리 안전을 도모하는 제도다. 등록농약 외 설정된 기준이 없는 성분은 일괄적으로 0.01ppm 검출기준을 설정해 농약 오남용을 방지 하겠다는 것이다.
 
농약 성분을 규정해 둠으로써 수입농산물의 유입을 방어하겠다는 의도 또한 포함돼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농가는 PLS 시행을 동의하는 한편 제도적 미흡으로 오히려 국산 농산물에 피해가 오지 않을까 우려도 표하고 있다.
 
특히 비산농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가장 크다. 비산농약이란 날아서 흩어지는 것이다. 이는 주로 드론 및 헬기를 통한 항공방제로 발생하며 최대 반경 1km까지 검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계 관계자는 “비산농약은 오래전부터 불거진 문제로 농가자체에서 해결할 방도는 없다”며 “방제 성분을 다소 완화하는 것과 농가 자체적으로 바람이 적게 부는 날 농약을 살포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 농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등장한 것이 드론이다. 농가의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줄여줘 농업계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비산농약 문제가 불거지며 드론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도 생겨나고 있다.
 
이에 드론 업계의 한 관계자는 “드론의 경우 헬기와는 달리 옆으로의 분사가 아닌 밑으로 분사한다. 이에 따라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지만 바람이 부는 날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산림방제도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산림방제의 경우 헬기로 농약을 살포한다. 이때 살포 위치가 드론보다 높아 바람에 날려 먼 거리까지 비산될 가능성도 증가한다.
 
아울러 산림청은 내달 말까지 소나무재선충병 예방을 위해 헬기 10대를 투입하며 5601ha에 항공방제를 실시할 것이라 밝혀 농가의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비의도적 비산 농약 검출 가능성 배제 못해
비산농약의 경우 비의도적인 오염으로 농가에선 자체적으로 해결할 방도가 없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농업계의 중론이다.
 
농민이 실제 사용하지 않았지만 미허용 농약 성분이 수확 작물에 검출될 경우 출하연기, 용도전환, 폐기 등의 이행명령 조치(미 이행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가 내려진다. 이에 더해 해당 농민은 100만 원 이하, 약제 추천 판매상은 5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에 산림청은 항공방제에 사용되는 성분을 농산물 임산물 등에 검출기준을 완화해 적용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림방제에 사용되는 성분은 기준을 다소 여유있게 설정하는 방안도 고려해봄직하다"고 말했다.
 
실제 실험결과 비산농약이 검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산림청 관계자에 따르면 “비산농약 문제가 될 것으로 인지해 다양한 작목에 실험을 거쳤다”며 “2달 정도 지난 작목의 경우 방제 성분이 검출이 되지 않았지만 그 이전 기간의 경우 PLS 검출기준을 적용해 본 결과 대다수의 작물이 검출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례로 벼의 경우 10월 경 수확이 이뤄지는데 산림방제가 9월에도 활발하다는 점을 미뤄볼 때 산림방제에 사용되는 성분이 검출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주무부서인 식약처 또한 비산농약 문제는 인지하고 있지만 당장 해결책 마련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비산농약 관련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비산농약 우려가 큰 것을 알고있다"면서도 "하지만 비산농약에 대한 국제적인 기준도 없어 당장 활용할 자료가 부족하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산림청 및 농림부에서 관련 실험을 통해 자료를 수집 중에 있다"며 "자료가 어느정도 마련되면 비산농약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의도적 오염에 대한 구제책도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제도 미흡의 대한 책임은 온전히 농가가 지게 됐다. 이에 따라 PLS 제도를 두고 세부적인 사항이 미흡한 제도가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선 또한 적지 않다.
 
농진청 관계자는 “구제책은 마련된 바 없지만 논의의 가능성을 열려있다”면서도 “지금 당장은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농업기관 대응책 마련 노력했나
 
주무부서인 식약처는 비산농약의 문제 등 농업계 현안에 밝지 못해 농촌진흥청,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업을 꾀했다.
 
그럼에도 이렇다 할 방안이 나오지 않자 정부부처가 모두 비산농약 해결에 손을 놓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특히 비산농약의 문제를 두고 수차례 해결책을 마련하라는 농업계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을 코앞에 둔 지금까지도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원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게다가 PLS의 시행이 1~2년 새 갑자기 추진된 것이 아닌 식약처가 지난 2011년 11월 PLS도입을 발표하며 시행을 예고해 왔기 때문에 농업계 기관들은 업무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주무부서 관계자는 “비산농약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바람이 강하게 불지 않는 날 또는 낮에 항공방제를 실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농업계에서는 이는 전부터 되풀이 된 답변으로 대응책 마련에 진척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비판했다. 경북의 한 쌀전업농은 “PLS와 관련해 비산농약이 가장 큰 걱정”이라며 “농민단체 교육 때마다 비산농약 문제에 대해 지적하지만 항상 바람이 불지 않는 날 시행하겠다는 답변밖에 내놓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농가는 적어도 지금이면 비산농약 대응책이 마련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수확되는 작물부터 PLS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아무런 대비 없이 PLS를 맞이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PLS의 성공적인 정착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