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풍년의 역설로 신음하는 농촌 대책 시급하다
[사설] 풍년의 역설로 신음하는 농촌 대책 시급하다
  • 편집국 기자 hbjy@newsfarm.co.kr
  • 승인 2018.05.1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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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이 들면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진다는 ‘풍년의 역설’이 쌀 뿐만 아니라 다양한 농작물에서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산지에서 애써 키운 농작물을 폐기하는 일이 수년간 반복되면서 농민들의 시름도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쌀값이 20년 만에 최저수준인 13만원대까지 폭락했다. 이에 2016년 쌀 소득은 전년도에 비해 20만원 이상 줄었다. 쌀값이 2013년 수준인 17만원대까지 회복한 지난해에도 직불금을 포함한 쌀 소득은 1h당 720만2882원으로 2016년 대비 2.7%가 감소했다. 지난해는 15kg 한 상자에 4만~5만원 하던 대봉감의 가격도 절반인 2만원대로 뚝 떨어져 수백톤을 산지에서 폐기했다.

올해는 양파가 풍년으로 가격이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예초기로 양파대를 잘라내는 산지 폐기에 나서고 있다. 전남에서만 1600여농가가 양파 수확을 포기하고 폐기 보상금을 신청했다.

이 같은 양파의 산지 폐기는 지난해 양파가격이 오르자 가격안정을 이유로 수입산 양파를 시장에 풀고 생산량도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이다. 햇마늘도 풍년의 역설에 동참할 기세다. 햇마늘 재배면적의 증가로 생산량이 평년 대비 13% 증가한 35만2000톤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쌀도 또 다시 풍년의 역설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수급조절 방안으로 생산조정제도를 도입해 목표 대비 70% 내외의 성과를 거뒀지만 지금과 같은 기후가 지속된다면 풍년을 예고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양곡의 방출과 밥쌀용 수입쌀 판매 재개로 쌀값 상승률이 둔화되면서 수확기 쌀값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결국 풍년의 역설은 수급조절의 실패에서 빚어진 결과물이다. 산지 폐기할 경우 주어지는 보상금은 생산비도 안 되는데 농민의 피해는 크지 않다는 시각도 팽배하다. 따라서 수년간 반복되는 풍년의 역설을 멈추기 위해서는 믿고 따를 수 있는 수급조절 정책이 필요하다. 가격이 오르면 수입 농산물을 풀어 안정시키면 그만인 수급 정책으로는 농민의 시름은 더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