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계]한반도 토양유실 가속…‘농작물 생산기반’ 흔들
[현장중계]한반도 토양유실 가속…‘농작물 생산기반’ 흔들
  • 황보준엽 기자 hbjy@newsfarm.co.kr
  • 승인 2018.05.2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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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양비료학회 춘계학술대회
OECD 허용값보다 3배, 대책마련 시급
기후변화 영향 2050년 집중호우 일수 2배로
필지단위 영농관리방안 모델 개발로 유실 예방
토양보전농법, 공익형 직불제 연계로 손실 보전
(사)한국토양비료학회(학회장 이진호)는 지난 17~18일 양일간 농촌진흥청에서 ‘한반도 농업환경보전을 위한 방안’이라는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사)한국토양비료학회(학회장 이진호)는 지난 17~18일 양일간 농촌진흥청에서 ‘한반도 농업환경보전을 위한 방안’이라는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한국농업신문=황보준엽 기자)한반도 단위면적당 토양유실량 논 0.3 이하·임야 3.5·과수원 11.1·밭 37.8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따른 토양유실이 가속화됨에 따라 토양보전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토양보전을 위해서는 지형조건과 기후에 맞는 실행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한국토양비료학회(학회장 이진호)는 지난 17~18일 양일간 농촌진흥청에서 ‘한반도 농업환경보전을 위한 방안’이라는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진호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남북관계 회복이 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할 수 있다는 희망이 커지고 있다”며 “학술대회를 통해 토양비료분야에서 우리의 역할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농업분야에서 남과 북의 현황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옥도 문제, 농경지토양의 가치 등의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성공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전국토 73% 경사지
‘한반도 경사지 밭 토양보전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장용선 농진청 토양비료과 연구관은 “농업은 기후, 지형, 토양 등 자연환경조건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분야”라며 “토양의 유기물 함량이 낮고 토양구조가 약하다. 전 국토의 73%가 경사지에 분포해 있어 여름철 집중 강우로 토양유실이 심화되고 있다”고 농작물 생산기반이 위험에 처했음을 시사했다.
 
IPCC(유엔 산하 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기후 예측 시나리오 RCP 8.5 기준에 따르면 2050년에 이르면 한반도의 온도는 2.2도, 강우는 5.2% 증가하고 집중호우 일수는 2.7일에서 4.5일 폭염일수는 7.5일에서 11.6일로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강수량 증가에 반비례해 일조시간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곧 국내의 토양이 온도상승으로 인해 농경지 유기물 분해가 촉진돼 지력이 감소하고 폭염으로 인한 봄·가을철 가뭄과 함께 강우세기와 강수량 증가로 토사유출의 발생을 촉발할 것을 예고한다. 따라서 농작물 생산기반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고랭지 농업지대 토양유실 심각
실제 전국토에서 발생하는 토양유실량이 비정상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농업토양의 감소로 농업이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한반도의 단위면적당 토양유실량(MT/ha/yr)은 논 0.3 이하, 임야 3.5, 과수원 11.1, 밭 37.8정도다. 이 중 밭의 경우 OECD에서 권장하는 11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토양유실이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고랭지 농업지대는 토양유실이 더욱 심각하다. 무상기간이 짧아 경작 시기인 6~8월을 제외하고는 나지상태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토양유실은 주로 강수로 인해 발생하는데 이를 막아주는 것이 식생이다. 하지만 농경지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식생의 감소를 필요로 해 농업계는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고랭지 농업의 경우 높은 해발고도로 잦은 안개와 밤낮 일교차가 심해 가뭄피해가 적고 단경기 농산물 생산으로 소득이 보전돼 고랭지 농업의 확대가 예상돼 식생의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반도의 경우 집중호우가 4.5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토양유실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필지단위 실행모델 개발 필요
장용선 연구관은 토양유실 문제를 해결한 방안으로 토양보전농법 시행과 지형조건 및 기후에 맞게 응용 할 수 있도록 필지단위의 실행모델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필지단위의 최적영농관리방안(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농업생태계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적, 경제적, 행정적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실현 가능한 영농방법)을 실천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간다면 토양유실 문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의 시행에는 다소 제약이 존재한다. 토양보전농법은 농민에게 추가적 노동력과 생산면적의 감소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장 연구관은 환경보전을 통한 공익기능 증대를 위한 직접지불방식을 정책적으로 연계시켜 자발적인 농가수행 프로그램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양 보전…농촌지도사 활용을
한편 이날 자리에서는 토양 환경 보전을 위해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김필주 경상대 교수는 이날 행사의 소극적인 분위기를 지적하며 “비료를 통한 환경 오염이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국내 많은 양의 비료가 사용되고 있다”며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지속적으로 정책적인 노력을 통해 비료 사용을 줄여왔다. 우리도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환경보전 프로그램 개발과 정책적인 노력 등이 시급하다며 정체성을 잃어 가는 농촌지도직 공무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