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 사람!] 김무현 김포시 농정과장 “농지(農地), 제가 있는 한 절대 못 내줍니다”
[현장, 이 사람!] 김무현 김포시 농정과장 “농지(農地), 제가 있는 한 절대 못 내줍니다”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8.06.0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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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 욕심 투기목적 농지 가치 전락에 아쉬움 토로
천혜의 자연조건 ‘김포 금쌀’ 자랑…수호 의지 다져
현장과 긴밀 소통, 문제점 진단 해결하는 농정 전문가

메수수도 3년 심으면 차수수 될 정도로 기름진 옥토

땅·물·기온…삼박자 두루 갖춘 ‘한반도 최초 쌀 재배지’

경자유전 ‘옛말’ 외지인 농지소유 비율 많아져 ‘한숨’

김무현 김포시 농정과장.
김무현 김포시 농정과장.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산업단지 만든다고 우량농지, 그것도 몇 만 평을 내놔라 하는데, 제가 있는 한 절대 내주는 일 없어요.”

5월 마지막날 만난 김무현 김포시 농정과장의 목소리는 저녁 서늘한 날씨마냥 시원시원 했다. 김포에서 나고 자라 일생을 시정(市政)에 투신한 그는 기자를 보자마자 김포 쌀 자랑부터 늘어놓더니 갈수록 줄고 있는 농지와 농업현실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일순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곧 농토 수호 의지를 다지며 예로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할 만큼 밥맛 좋은 ‘김포 금쌀’을 지켜내겠다고 뚝심있게 말하는 그는 역시 ‘김포 토박이’ 농부이자 농정 전문가다.

“김포 쌀이 맛있어요. 수리시설을 잘해 놓은 덕이긴 하지만 본래 김포가 가진 토질, 수질, 일조량 덕도 상당해요.”

김 과장의 말을 요약하면, 김포는 수리시설이 잘 돼 태풍이 들어도 물이 잘 빠져 안전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고, 하해혼성충적토(河海混成沖積土, 하천이 범람해 상류에 운반된 토사가 퇴적되어 이루어진 토양)라 토질이 좋아 미질(米質)이 좋을 수밖에 없는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는 것. 김포평야는 한강 지류인 굴포천과 걸포천이 범람하면서 만든 땅이 대부분이다.

특히 기상조건을 빼놓을 수 없다. 벼가 익는 시기의 적정온도는 21~23℃인데 김포 평균 온도는 22℃다. 일교차도 10℃로 벼가 익는 시기의 적정일교차(6~10℃) 기준을 딱 맞추고 있다. 물도 맑은 한강 물만을 농업용수로 사용한다. 한 마디로 땅, 물, 온도 등 쌀농업에 필요한 삼박자를 완벽히 갖춘 지역이다. 그래서 ‘김포 금쌀’은 예로부터 으뜸쌀로 알려져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했다.

“메수수도 3년 심으면 차수수가 된다는 말이 전해 내려올 정도로 땅이 기름져요.”

무엇보다 김포가 지닌 역사적 의미는 ‘한반도 최초의 쌀 재배지’라는 데 있다. 김포 통진면 가현리 일대의 토탄층에서 약 4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탄화미가 발견됐다. 우리나라에 쌀이 도입된 시점으로 추정되는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더구나 탄화미가 섞인 토탄층은 방사선탄소연대측정법을 이용한 연구조사 끝에 최고 BC 5440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5000년 이전에 우리나라에서 쌀 재배가 시작됐다는 추정이 가능한 것이다.

한반도 최초의 쌀 재배지가 될 만큼 지리.자연적 조건이 좋은 가현리 일대는 밥맛이 가장 뛰어난 쌀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통한다.

 

김무현 과장은 김포 농정에만 투신해온 공무원이지만 직접 농사를 짓는 농사꾼이기도 하다. 김 과장이 농사철 트랙터를 몰고 있다.
김무현 과장은 김포 농정에만 투신해온 공무원이지만 직접 농사를 짓는 농사꾼이기도 하다. 김 과장이 농사철 트랙터를 몰고 있다.

이토록 농사짓기에 최적의 조건인데도 갈수록 농지는 줄고 있다. 김 과장은 농업을 등한시하는 풍조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경자유전’은 예전 말이예요. 사람들이 땅값에나 관심있지 농사엔 도통 관심을 두지 않아요. 지키고 싶지만 힘들어….”

경자유전(耕者有田)은 농업인과 농업법인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해 놓은, 농민이 아닌 사람의 투기적 이유의 농지 소유를 방지하기 위한 우리나라 헌법과 농지법 규정이다. 그러나 1996년 개정된 농지법에 따라 도시 거주인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됐다. 그러자 영농이 아닌 땅값 상승을 노리고 외지인이 농지를 사들여 현재 김포시 농지도 외지인 소유가 많다는 것이 김 과장의 설명이다.

“농사는 아무데서나 못 지어요. 지역, 기후조건이 맞아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김포는 문화재로 지정해도 손색 없는 곳인데, 사람들이 당장 눈앞의 이익만 좇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그가 이토록 아쉬움이 큰 것은 논이 주는 가치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벼 생산 기능에서 장마철 물을 가두는 댐 역할을 하며 자외선을 흡수해 기후온난화를 지연시킨다. 요즘 부각되는 환경보호 면에서도 상당한 가치를 가진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시간이 지나 은퇴하겠지만 제가 이 자리에 있는 한 김포 농지가 줄어들도록 절대 놔 두지 않을 겁니다. 내놓으라고 해도 안 내줘요”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사실 김 과장의 대학 전공은 농업과는 거리가 멀다. 중어중문과를 나와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축산 전문가가 됐다. 김포시 공무원으로 입문했을 때 맡은 업무가 축산쪽이었기 때문. 이론이야 몰라도 실무에서만큼은 주위에서 인정하는 베테랑이다. 지난 4월 김포시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은 데는 그의 공이 상당했다. 철저한 방역과 선제적인 예방조치로 구제역 공포는 한달도 안돼 사그라졌다.

게다가 농업현장과의 소통경영으로도 그를 따를 사람이 없다. 특히 국민 주식인 쌀만큼은 항상 농민과 문제점을 공유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쌀전업농김포시연합회는 김 과장을 ‘역대 과장 중 전업농과 가장 긴밀히 접촉한 공무원’으로 꼽고 있다.

“농업이 망하면 다른 산업인들 제대로 되겠어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