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탐방](사)한국쌀가공식품협회 “협회 최종 목표는 쌀 농가와 계약재배”
[현장탐방](사)한국쌀가공식품협회 “협회 최종 목표는 쌀 농가와 계약재배”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8.06.1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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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 전무·이종규 상무, 쌀 생산자와 협력관계 강조
수입쌀에서 공공비축미까지 76만톤 원료 소진할 것

쌀가공업, 쌀 수요처 만들어주는 ‘완충지대’ 
25년간 가공업 저변 확대 노력 멈추지 않아
매출 줄고 원료소비 둔화…결국 쌀 농가 손실
쌀 가공, 부가가치 높여준다는 인식 가져야

(사)한국쌀가공식품협회 이성주 전무(왼쪽)와 이종규 상무가 협회와 쌀 생산농가는 협력관계임을 강조하고 있다.
(사)한국쌀가공식품협회 이성주 전무(왼쪽)와 이종규 상무가 협회와 쌀 생산농가는 협력관계임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우리 협회가 수입쌀을 회원사들에게 공급한다고 눈살을 찌푸리시지만 좀더 깊이 생각해 보면 결코 국내 쌀 농가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이 아니다. 어차피 수입쌀(TRQ)은 의무적으로 들여올 수밖에 없지 않는가.”

지난 4일 만난 이성주 (사)한국쌀가공식품협회 전무는 호소하듯 이렇게 말했다. 그간 협회에 박힌 ‘국산쌀을 외면하고 수입쌀을 팔아주는 단체’라는 다소 오해 섞인 이미지에 섭섭함이 쌓인 듯했다.

사실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와의 합의에 따라 지난 1995년부터 20년 동안 쌀 시장개방을 유예하는 대가로 일정물량의 쌀을 저율관세로 수입해 왔다. 2015년 그간 유예한 쌀 관세화가 시작되면서 의무수입물량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게 됐지만 관세화 이전 유예 대가로 약속한 40만8700톤의 쌀을 매년 수입해 와야 한다.

수 년 간 국내 쌀 생산량이 수요량을 초과하는 마당에 수입물량까지 더해 수급조절이 쌀 산업의 큰 현안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의무수입쌀을 회원사에 원료로 공급하는 쌀가공식품협회는 넘쳐나는 쌀의 수요처를 만들어주는 ‘완충지대’의 역할이자 순기능을 하는 셈이다.

경기도 용인의 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성주 전무와 이종규 상무는 협회가 수입쌀을 시장에서 격리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규 상무는 “정부가 보관하면 보관비용도 들고 보관하는 기간만큼 가치도 하락한다. 우리는 그 비용을 아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들어오는 총량을 가공용으로 소비하기 위해 25년간 노력했다. 그 다음이 공공비축미이고, 궁극적으로는 쌀 농가들과의 계약재배가 협회의 최종목표다”고 설명했다.

의무수입물량을 가공용으로 모두 소진하고 정부 창고에 쌓인 재고쌀까지 원료용으로 확대해 쌀가공식품 시장의 저변을 늘린 다음 쌀 농가들과 재배단지를 만들어 계약재배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협회는 3년 전부터 전라도, 충청도의 몇몇 지자체들과 국산쌀 계약재배 시범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협회가 가공용으로 사용한 수입쌀은 작년 18만톤. 올해는 20만톤을 예상한다. 아직은 수입물량을 다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창립 첫 해인 1993년부터 25년 동안 협회는 쌀가공식품산업의 발전기반 조성과 강화에 몰두해 왔다. 2011년 ‘쌀가공식품산업 육성 및 쌀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쌀 소비촉진의당위성을 갖췄다. 앞서 2009년에는 중국, 동남아 등지로 해외수출을 위한 전진기지인 떡볶이연구소를 7억~8억원을 투입해 설립했다. 상온상태로 운반이 가능한 기술 개발로 물류비를 절감해 제1위 소비식품인 떡볶이의 산업화,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서다.

이성주 전무는 “이렇게 쌀가공식품 시장을 키워 수입쌀 외에 공공비축미 36만톤까지 모두 76만톤의 쌀을 원료로 소비하는 것이 쌀가공산업 전체의 목표”라고 말했다.

협회의 고유 업무가 쌀농가에 혜택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현미를 포함해 쌀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은 무조건 무기 비소 검사를 의무화하려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계획을 수정한 것이 그것이다. 업체가 떠안게 될 검사비 부담을 줄이는 한편, 자칫 ‘쌀에는 무기 비소가 있다’는 인식이 퍼질 뻔한 것을 막은 것이다.

“이건 식품이어서 소비자 알 권리를 들고 나오면 우리도 식약처를 설득할 방법이 없어요.” 이성주 전무는 다행히 작금의 쌀 문제에 대해 서로 공감하고 이해한 끝에 쌀에 대한 이미지를 지킬 수 있었다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비단 쌀을 떠나서라도 원료 가격을 낮춰 제품의 경쟁력을 갖추려하는 것이 기업의 속성이다. 사실 쌀은 수입산과 국산쌀, 신곡과 구곡, 싸래기쌀과 완전미, 공공비축미와 시중유통쌀 등 네 종류가 있지만 원료로서는 차별점이 없어 제품제조에 하등의 문제가 없다. 저렴한 제품을 만들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면 수출이 활성화돼 쌀 소비가 늘고 결과적으로는 국내 쌀 수급조절에 기여하게 된다.

“농협 유통 매장에 수입쌀로 만든 막걸리 10개가 진열돼 있다가 농민단체 항의가 들어와 2개만 남고 다 빼 버렸어요. 결국 매출이 줄었고 원료소비도 둔화됐는데, 이게 누구 손해겠어요.”

거듭 강조하는 그들의 말은 쌀가공식품협회와 쌀 농가는 반목 관계가 아닌 협업 관계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쌀은 생산자가 가공 유통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함께 발전하려면 내가 생산한 쌀을 누군가가 가공해서 부가가치를 높여준다는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이종규 상무는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