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용 쌀…新곡 공급 필요해
가공용 쌀…新곡 공급 필요해
  • 황보준엽 기자 hbjy@newsfarm.co.kr
  • 승인 2018.07.13 09: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쌀 소비량 2010년 대비 11kg↓
쌀 가공업체 FTA 관세혜택 부여
소비량 회복…유아부터 교육해야

쌀 가공식품 우선순위, 가격→품질
신곡 공급→공공비축미 보관료 ‘뚝’
김광섭 (사)한국쌀전업농중앙회장이 지난 4일 열린 ‘쌀 산업발전과 소비활성화 전략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김광섭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이 지난 4일 열린 ‘쌀 산업발전과 소비활성화 전략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한국농업신문=황보준엽 기자)증가세를 보이던 쌀 생산량은 잠잠해 졌지만 쌀 소비량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쌀 가공식품이 떠오르며 관계기관은 가공식품 활성화를 통해 소비량을 끌어올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은 지난 4일 그간 생산자의 추락하는 쌀 소비량 회복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응답해 ‘쌀 산업발전과 소비활성화 전략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소비량 증대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김광섭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은 축사를 통해 “쌀값이 회복세를 보이며 쌀의 가치가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면서도 “정부는 소비활성화 정책 없이 생산 감축을 통한 수급조절에만 급급하다. 하지만 생산 면적감축보다 소비량의 감소 곡선이 더욱 가파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쓴소리를 뱉었다.
 
이어 “이를 둔화시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심포지엄을 통해 쌀 소비 활성화 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쌀 생산량은 지속적인 재배면적 감축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397만2000톤으로 지난 2010년 대비 32만3000톤이 줄었지만 소비량도 2010년 72.8kg이었던 것에 비해 11kg이나 줄어 생산량 감축의 효과를 체감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쌀 수입량도 40만9000톤으로 만만치 않아 수입량에 생산량을 더하면 국내 쌀 적정 수요량인 370만톤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쌀 가공산업 육성 ‘총력’
농림축산식품부는 소비량 감소세가 이어지자 쌀 가공식품 육성을 해답으로 제시했다. 쌀 가공식품 육성이 하나의 해답으로 제시된 까닭은 사회구조 변화에 따른 식품소비 패턴의 변화로 간편, 편의식 선호 추세와 함께 건강식품에 대한 국내외 소비자가 증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쌀 가공산업을 통해 쌀 소비량을 끌어올려 쌀 산업을 궤도에 올리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2014년부터 쌀 가공산업 육성 5개년 기본계획을 추진해오고 있다.
 
올해는 제1차 5개년 기본계획이 마무리되는 해로 농식품부는 그간 고급화, 다양화, 차별화 전략 위주 쌀 가공산업 활성화 방안 마련 및 원료 공급 안정성 제고와 시설자금 금리 인하로 경영지원 강화 등을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쌀가공식품의 실질 소비와 연계 정책 미흡과 기술 보급체계, 산업동향 등 정보 비대칭이 정책의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 중 쌀 가공 식품 소비시장 확대를 가장 해결이 시급한 문제로 꼽고 있다.
 
이에 농식품부는 국내외 소비시장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온·오프라인 및 홈쇼핑 등의 판매채널 다각화로 가공식품 판매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쌀 가공식품을 수출 시 혜택을 부여한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 회원사에 가공 식품을 수출 시 FTA 관세혜택을 준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협정세율 적용 시 연간 330만달러(회원사 39개 업체 기준)의 관세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사무총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종합토론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종합토론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가공용 쌀…품질·소비↓

행사장 한켠에 마련된 가공식품 전시 부스에서는 가공용 쌀의 저품질 문제에 대한 한탄이 쏟아지기도 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 업체 관계자는 “가공용 쌀이 가격은 싸지만 오래 묵은 쌀”이라며 “가공용 쌀로 제품을 가공하면 묵은내가 난다는 클레임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밥쌀용 쌀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가격이 비싸져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이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한탄했다.
 
결국 가공용 쌀의 품질 저하는 전체적인 쌀 가공식품의 가격을 증가시켜 소비가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공공비축미 중 3년 이상 보관된 쌀을 가공용 쌀로 공급하며 1~2년 기간의 쌀은 나라미, 군납미 등으로 활용한다.
 
전문가들은 묵은쌀 공급이 가공산업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임병희 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가공용 쌀을 왜 오래 묵은 쌀로 공급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신(新)곡으로 공급하면 우수한 품질의 식품을 가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간 공공비축제의 문제로 지적되던 보관료 또한 해결할 수 있다”며 “매입량을 나라미 및 가공식품으로 소비한다면 문제가 되고 있는 비축미 보관료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신곡보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쌀 가공산업을 수급안정을 위한 대안으로만 인식하는 현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임 총장은 “쌀 산업의 전반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밥쌀, 가공용 쌀 등 새로운 패러다임이 목표가 돼야 한다”며 “단지 수급안정을 가공산업 활성화를 위한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성주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전무도 “쌀 가공식품을 남은 쌀을 처리하는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가격이 다소 있더라도 신곡이 공급돼야 한다. 소비자들은 가격만 싸다고 제품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묵은쌀 보급에 따른 가공식품 품질저하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심포지엄 참석자들이 행사장 한켠에 전시된 쌀 가공식품을 둘러보고 있다.
심포지엄 참석자들이 행사장 한켠에 전시된 쌀 가공식품을 둘러보고 있다.

쌀 소비…식습관에서 ‘시작’

한편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가공식품 외에도 쌀 소비량 회복을 위해 색다른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피자를 먹던 아이들이 청소년, 성인이 됐다고 쌀을 찾지 않는다. 유아기때 식습관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동현 미실란 대표이사는 식습관 형성이 국민 쌀 소비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성인대상 교육에서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쌀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에 따르면 식습관 형성은 농촌체험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는 “농촌체험 활동을 실시해 작물을 직접 보고 만지고 먹어봄으로써 실제 주식인 쌀을 가치를 인지하도록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실란의 경영철학은 소비자를 직접 만나는 문화 형성이다. 소비는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찾아온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실란은 농촌체험, 음악회, 진로 교육 등을 통해 도시민을 농촌으로 불러들여 쏠쏠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소비자들이 직접 구매처로 찾아오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며 “이는 소비·식습관 형성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비 활성화를 위해선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쌀 소비량 회복을 위해 다양한 해법을 찾으려 하지 않는 농식품부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대표는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왜 유아를 대상 교육을 추진하지 않는지 알 수가 없다. 정책적으로 조속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