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에 태양광" 농어촌공사의 속내
"저수지에 태양광" 농어촌공사의 속내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8.07.1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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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성 사장 “안심하고 농사짓는 환경…돈 부족해”
전기 팔아 '농어촌복지·물 관리 사업' 부족 재원 조달
‘탈원전 재생에너지 확대’ 정부정책 맞물려 ‘탄력’
설치면적 제한 규정도 없애...걸림돌 있지만 일단 추진
청풍호 수상태양광발전소
청풍호 수상태양광발전소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저수지 퇴적토를 퍼서 차로 운반해 내다 버릴려면 지금 드는 예산의 3배가 필요하다. 비만 오면 (저수지) 옆에 퍼 올려둔 흙이 쓸려 내려오는 걸 몰라서 그러나…. 예전엔 비포장도로라 길 위에 뿌리면 그만이었는데….”

지난 12일 한국농어촌공사(사장 최규성) 경기지역본부에서 열린 농민단체장 초청 간담회 후 만찬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지난해 봄 가뭄때 저수지가 말랐는데 상류층에 계속 퇴적물이 쌓여 영농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제때 퇴적물을 치워달라는 건의가 나왔다. 해당 농민단체장은 “저수지 바닥에 쌓인 흙을 푸기까지 절차가 느린 것도 문제지만 흙을 내다 버리지 않고 저수지 옆에 퍼올리니 도로 저수지에 쓸려 내려온다”고 덧붙였다.

만찬에서 무심코 흘러나온 농어촌공사 관계자의 하소연은 원활한 영농을 위해 공사가 지원해야 할 부분은 많지만 금전적인 한계 때문에 마음껏 지원할 수 없는 현장의 애로사항을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흙이) 쓸려내려오긴 해도 퍼 올리면 한동안은 괜찮으니까..."라며 "공사가 갖고 있는 부동산을 조금씩 팔아 사업 예산 부족한 것 메우고, 직원 월급 주고 한다”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공사는 자체조달금 마련에 골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최규성 사장은 앞서 통수식이나 농민단체장과의 모임, 기자간담회 등에서 태양광발전 설치를 통해 부족한 재원을 마련할 계획임을 여러 차례 알린 바 있다.

최 사장은 “수상 태양광을 지어 공사가 직접 운영하면 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그간 재원이 달려 미비했던 물 관리 시설 개보수, 증설, 장비 추가 등이 가능해져 농업인이 아무 걱정 없이 농사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발전설비는 절대 임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사가 자체 관리하는 농업용 저수지에 수상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한국전력에 전기를 팔아 번 돈을 농어촌 복지와 물 관리 사업 재원으로 쓴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국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인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과 맞물려 탄력을 받고 있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은 국내 총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현재 7% 수준에서 오는 2030년 20%까지 확대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를 위해 태양광 설비용량을 30.8GW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10GW는 농업용 저수지 등을 활용한 농촌 태양광 사업에 할당했다.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도 점차 없애는 움직임이다. 공사는 최근 저수지 내 신재생에너지 사용제한 지침을 없앤 ‘농업생산기반시설 사용에 관한 지침’을 개정했다. 태양광 설비업자가 저수지 사용허가를 신청할 때 만수면적 대비 10% 이내에서만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공사는 저수지 내 태양광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그간 농식품부, 산업부, 환경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가 관리하는 저수지는 전국적으로 3400여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공사가 운영하는 수상태양광은 2012년 첫 수상태양광을 시작한 전북 부안 청호저수지를 비롯해 경남 밀양 덕곡저수지, 전남 장성 달성저수지 등 8곳이다. 이곳의 총 발전량은 원전 1기 발전량인 1500MW의 500분의 1수준인 약 3000KW. 때문에 효율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태양광 설치 면적을 제한하는 규제가 없어졌고, 원전 비중을 축소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 공사의 수상태양광 사업은 시간이 갈수록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어디에 얼마만큼의 태양광설비를 설치할지 확정되지 않았다. 수중 생태계 교란을 우려하는 환경단체와 수질의 악영향을 걱정하는 지역주민의 반발도 해결해야 한다.

공사 관계자는 “적어도 올해 안에 수상 태양광발전 사업의 대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사는 지난해 8월부터 충남 당진의 석문호·대호호와 전남 고흥의 고흥호에80~100MW 규모의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시설이 완공되면 중국 화이난시에 설치된 40MW급 발전소를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의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을 보유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