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계] 농어촌공사 초청 농어민단체장 간담회- 농민단체장들 “수렁에다 콩 심으라 한다”
[현장중계] 농어촌공사 초청 농어민단체장 간담회- 농민단체장들 “수렁에다 콩 심으라 한다”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8.07.2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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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공사 간담회서 ‘쌀 생산조정제’ 불합리 지적
콩도 사료도 못 심는 간척지 땅 생산조정제 편입
대체작물 심었던 논 폭우 후 망가진 그대로 방치
필요 사업 발굴 위해 30개 농민단체와 현안 논의
한국농어촌공사(사장 최규성)는 지난 12일 수원 경기지역본부에서 농어민단체 대표 30명과 간담회를 열어 공사 경영방향 설명과 농어촌의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한국농어촌공사(사장 최규성)는 지난 12일 수원 경기지역본부에서 농어민단체 대표 30명과 간담회를 열어 공사 경영방향 설명과 농어촌의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임인성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수석부회장이 후계농 육성방안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오른쪽) 농민단체장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최규성 사장.(왼쪽)
임인성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수석부회장이 후계농 육성방안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오른쪽) 농민단체장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최규성 사장.(왼쪽)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한국농어촌공사(사장 최규성)는 지난 12일 수원 경기지역본부에서 농어민단체장 30명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농어업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사업을 발굴, 추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2월 말 취임한 최규성 사장은 농어촌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최우선의 기업가치로 설정하고, 그동안 전국 현장을 방문, 지역주민 지자체 공무원 등과 소통의 자리를 가져왔다. 지역의 숙원사업을 발굴해 지역과 소통, 공감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 주력사업에 대한 서비스의 질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4월에는 농어촌 사회적가치추진단 및 준공점검 전담부서 신설, 7월에는 12개 지부를 지사로 전환·격상해 지역의 사업실행 능력을 강화한 바 있다.

현장 의견 공사 경영에 반영
공사는 경영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농어촌의 다양한 현안에 대해 30명 단체장과 논의했다.

최규성 사장은 ▲지역중심 조직 및 기존 업무 개편을 통한 대농업인 서비스 개선 ▲기후변화, 지진 등 자연재해에도 안전한 농어촌 조성 ▲농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미래형 생산기반 구축 ▲농지를 활용한 ‘사람이 돌아오고 미래가 있는 농어촌’ 조성 ▲농산업 해외진출 추진 및 국가 간 협력 체계 강화 ▲도농교류, 마을개발 등 농어촌 자원을 활용한 농어촌 공동체 활성화 등을 주요 경영방향으로 설명했다.

최규성 사장은 “농어업인의 소중한 의견을 경청하고 공사 경영에 반영해 농어촌에 필요한 사업을 발굴, 추진하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간척지에는 쌀 농사만 지어야
간담회는 쌀 생산조정제에 따른 농가들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김영재 농민의길 상임대표는 “장마로 인해 생산조정제 참여 농가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목격했다”며 “아무것도 심지 못한 곳도 있어서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김지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도 “생산조정제로 논에 콩 등 타작물을 심은 농가들이 비 피해를 많이 입었다”며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김영동 전국쌀생산자협회장은 “생산조정제가 전적으로 농가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의해 진행된 게 아니라 반강제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회장은 “간척사업으로 대규모 농지를 조성하고 쌀이 남아돈다는 이유로 농지의 20%를 생산조정제에 강제 편입시켰다”며 “간척지 땅은 콩도, 사료도 아무것도 안 된다. 정책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농식품부 입장도 이해하지만 가능한 지역과 가능하지 않은 지역은 구분해야 하지 않느냐”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또 간척지 지대가 낮아 육지의 물이 넘쳐들어온다며 간척지 배수로를 사전에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재 대표도 타작물이 불가능한 농지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농지은행에서 농지를 빌릴 때 일정 면적의 타작물 재배 조건이 있는데 벼 이외에는 타작물을 심을 수 없는 논이 있다. 굳이 조건을 붙이려면 임차인이 경작하는 자기 논 일부를 타작물 재배 조건으로 빌리도록 해야 하지 않나. 수렁에다 콩 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사 소유 농지 중 휴경 농지들이 있다. 식량자급률이 20% 남짓 되는 나라에서 국가 예산을 들이면서까지 휴경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최규성 사장은 “실컷 논 조성해 놓고 콩 심으라 해서 보조금 400만원 주고 하는 게 언발란스다. 간척지 농지에는 쌀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창 조성중인 새만금의 경우 20년 후 농지의 용도 등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시대에 맞는 유연한 정책을 펴자는 주의다”고 답변했다. 이어 “간척지 배수문제는 배수 펌프장을 설치하면 간단하다. 자금이 들지만 해결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전승주 기획전략이사는 “내부적인 얘기지만 최 사장이 지난 폭우 때 현장을 방문하고 이미 농지은행 제도 개선을 지시하셨다. 콩 재배가 안 되는 곳에 대체작물 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청년농 1만5천평 지원 모자라
농촌 고령화에 대응한 청년 후계농 육성에 대한 의견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임인성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수석부회장은 “농촌 사람들이 잘 살면 청년들은 자연히 들어온다. 제가 청년시절 귀농할 때만 해도 희망을 갖고 농사를 지었는데 대를 이어 농사짓는 우리 아들도 저만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언급했다. 임 부회장은 이어 “농업은 백년대계로 가야 하는데 위정자(爲政者)들의 성과위주식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2030에 지원되는 농지가 1만5000평인데 이것 갖고 농사짓겠나, 한해 3000만원 소득밖에 올리지 못한다. 농촌에 들어와 젊은 시절을 보낸 4050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 한창 자녀교육에 돈 들어갈 곳이 많은 시기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업기반이 있어 농촌정착여건이 좋은 승계농에 대한 대책과 아무런 기반 없는 청년창업농, 또 4050에 대한 맞춤형 지원책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중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장도 “청년농들에게 ‘너 땅 줄게 농사지어봐라’ 보다는 땅에서 나오는 소득에 대해 공사가 어떻게 끝까지 함께할 것이냐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까지 짜길 바란다”며 “6차산업까지 진행해야 도시민들이 찾아올텐데 땅농사 좀 지어서는 어렵다. 스마트팜 사업이 청년농에게 실질적 접목이 될 것 같은가”라고 동조했다.

이에 대해 전승주 이사는 “당연히 농민의 입장에서 농지은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2030 후계자 육성방안은 5060 지원 문제도 있고 해서 밥그릇 싸움 되지 않도록 농식품부와 적절히 조치하겠다”고 답변했다.

저수지 준설 절차 거치느라 ‘하세월’
김만섭 한국오리협회장과 유영철 한국4-H본부 부회장의 저수지 퇴적토의 신속한 준설작업 요청에 대해 권기봉 수자원관리이사는 “사전에 준설이 필요한 지구는 미리 설계를 해 뒀다가 바로 시행하도록 절차를 개선하겠다. 준설장비 확충은 급한 곳부터 차례로 배정하겠다”고 답했다.

이명자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장과 김순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 등 여성농민단체는 농업정책 추진 과정에서 여성 농업인의 참여 기회를 확대해 줄 것을 건의했다.

축산업에 대한 중요성도 거론됐다. 문정진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과 손칠규 한국신지식농업인회장은 “축산농가들 80~90%가 사료곡물을 수입해 쓴다. 남미쪽 가물거나 홍수 져서 농사 망치면 결국 사료값 인상으로 이어진다”며 사료 대체작물 마련과 안정적인 공급을 촉구했다.

최규성 사장은 “우리 농업의 46%가 축산업이다. 사료자급화가 중요한데, 미얀마에서 자국 땅에 공짜로 심어 가져가라는 말도 하더라. 얼마나 돈 적게 들이고 판매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대책을 구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밖에 스마트팜 밸리 조성이 대기업 농업진출 수단인지 여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수로 관리 문제, 농지연금액 상향조정, 양수기 등 장비 지원확충 요청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