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점호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벼육종재배과장
이점호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벼육종재배과장
  • 편집국 newsfarm@newsfarm.co.kr
  • 승인 2013.11.2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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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모작을 해야 하는 이유

‘인생 이모작’ 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일모작 직장에서의 은퇴가 사회생활의 끝이라 생각한다면 100세 장수시대는 자칫 재앙이 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일모작 직장에서 은퇴 후 새로운 인생을 즐겁고 보람차게 시작하며 자신의 삶을 이모작 하고 있다.

우리 농업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으로 곡물수급 불안정에 따른 식량위기의 파고 속에 언제까지 일모작에 의존하며 해외에서 수입하는 곡물만 바라다 볼 수는 없다.

위기를 리스크로 보는가 아니면 기회로 보는가는 결국 우리의 선택이다. 이제는 곡물 및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그 어느 때 보다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경지면적이 좁은 국가에서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이모작으로 농지를 최대한 활용하여 국내 곡물생산을 높이는 방법이 최고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모작은 같은 경작지에 두 종류의 농작물을 1년 동안 각각 시기를 달리하여 재배하는 농법을 말한다.

지금 세계는 이미 글로벌 식량위기 시대에 접어들었다. 여러분은 2000년대 후반 글로벌 식량위기를 기억하십니까? 이러한 급박한 국제 환경변화 속에서 국내 곡물생산량은 정체된 반면 수요량은 꾸준히 증가하여 곡물 및 식량자급률은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쌀 자급률을 유지하면서 곡물자급률을 높일 수 있을까? 경지면적이 논과 밭을 합쳐 180만㏊, 전국토의 18%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는 일 년에 두 번 농사를 짓는 논 이모작 방법이 바로 벼 재배면적을 줄이지 않으면서도 다른 곡물 생산량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하계에 벼 재배 후 동계에 논에 재배할 수 있는 작물로는 보리, 밀 등 식량작물과 청보리 등 사료작물이 있는데 밀, 겉보리 등은 중·북부 산간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우리나라에서 이모작 재배가 가능하다.

또한 겨울철 논에 맥류를 재배한 후 여름철에 쌀농사 대신 사료용 옥수수나 콩 등을 재배하여 곡물생산을 극대화하는 방법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모작을 전면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실질소득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며 기술적으로 동·하계작물에서 수확과 파종 시 작업경합이 없어야 한다.

또한 특정작물 확대 재배에 따른 생산량 증가로 가격폭락 등 수급 상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대안이 있어야 농가에서 안정적으로 이모작 재배를 확대하여 식량자급률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