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강타한 폭염…곡물파동 불안감 키워
한반도 강타한 폭염…곡물파동 불안감 키워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8.07.2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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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년만 최고기온 연일 경신, 기후변화 징후 ‘뚜렷’
곡물 생산량 급감→식량대란 국제사례 눈여겨봐야

쌀 공급과잉 대책 벼 재배면적 감축정책 추진

농촌경제硏 “2050년 47%까지 하락” 정책 재고 시점

비가 내리지 않아 열매를 맺지 못하고 말라 가는 벼.[픽사베이]
비가 내리지 않아 열매를 맺지 못하고 말라 가는 벼.[픽사베이]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연일 기록적인 폭염으로 한반도가 끓어오르는 가운데 기상이변에 따른 곡물파동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 발효가 지속되고 있다. 낮 최고기온 35℃를 넘나드는 이번 더위는 이달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기상청 전망이 나온 상태다. 농산물이 타죽고 가축이 폐사하는 등 농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23일 현재 농식품부 집계에 따르면 돼지 7838두, 닭 117만8482두 등 총 125만2320마리가 폭염으로 폐사했다. 이날 오전 9시 서울 최저기온은 29.2도로 기상청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지 111년만에 가장 높게 측정됐다. 인명피해도 상당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5월 20일부터 이달 21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1043명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397명이 늘었고 이 중 556명(53.3%)이 이달 15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간 발생했다. 7명이 이 기간에 숨졌다.

가뭄, 홍수, 폭염 등이 빈발하는 것은 대표적인 기후변화 현상으로 꼽힌다. 2015년 폭염으로 무려 2330명이 사망한 인도는 폭염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정면 지목했다. 기후변화는 곡물 생산량을 급격히 떨어뜨리며 식량대란을 야기했다.

2010년 세계 주요 밀 생산·수출국가인 러시아는 130년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당해 밀 생산량이 8500만톤에서 6500만톤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자 임시 수출금지를 선언했고 귝재 밀값은 전년보다 80%나 폭등했다. 그 여파는 밀의 대체제인 쌀에 미쳐 세계적으로 쌀값이 폭등하는 현상을 빚었다.

이보다 훨씬 앞선 1970년대 옛 소련이 기상 악화에 따른 대흉작으로 부족분을 해외에서 조달하자 전세계적으로 곡물파동이 벌어졌던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이런 사례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곡물파동이 식량안보를 흔든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가리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1~2월 한파와 4~5월 이상 고온, 6월 가뭄, 7월 폭염, 집중호우 등 기후변화의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장기적인 식량자급 대책이 필요한데도 오히려 정책은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식인 쌀의 경우 공급과잉이라는 명목으로 농지를 없애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쌀 연간 생산량은 약 400만톤. 전문가들은 그간 공급과잉 대책으로 농지를 줄여 없애다 보면 머지않은 시기 쌀을 10배 20배 더 비싼 가격에 사들이는 처지가 될 것이라며 정책 재고를 권장해 왔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기후변화 징후가 계속될 경우 2050년 쌀 생산량이 181만톤으로 감소하고 100%에 근접한 쌀 자급률은 47.3%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국제 곡물시장의 작은 움직임에도 무너져버릴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김광섭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은 “쌀값을 지지하기 위해 재배면적 감축을 추진하겠지만 한번 없앤 농지는 복원하기가 어렵다”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국가 식량수급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폭염 피해 최소화 대책을 추진하는 한편 농축산물 수급안정을 위한 비상 TF를 가동하고 있다. 산지 농산물 생육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수급불안이 감지되면 신속히 대처에 나간다는 계획이다.

생육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수급불안 예측 시 관측 속보 발행 등을 통해 정보를 신속히 전파할 계획이다. 배추, 무 등 밥상물가와 관련이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수급 조절물량을 탄력적으로 방출하는 한편, 소비자 부담 경감을 위해 돼지고기, 계란 등 할인판매도 실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