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 주범 ‘쌀’…오해 풀자      
물가 상승 주범 ‘쌀’…오해 풀자      
  • 이도현 기자 dhlee@newsfarm.co.kr
  • 승인 2018.08.01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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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 쌀 기본 단위 변경 주장
80kg→20·10·5kg 단위 소포장으로 
소비자 “18만8000원이 쌀 80kg 단위 기준 가격이구나”

(한국농업신문=이도현 기자)하반기 쌀목표가격 재설정을 앞두고 물가상승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벗기위해 쌀 단위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쌀 목표가격은 쌀 가격 하락시 농가에 최저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변동직불금의 기준이 되는 금액이다. 수확기 쌀값이 목표가격에 미달되면 그 차액의 85%를 정부가 보전해 이듬해 3월 지급한다.

쌀목표가격은 정부와 농민들이 5년마다 협상하며 올해도 그 주기가 돌아왔다. 현재 쌀목표가격은 18만8000원으로 지난 2013년 쌀전업농 등 농민들이 생존권 보장을 위한 투쟁으로 쟁취해낸 금액이다.

현재 쌀값의 일시적인 상승세로 인해 농민에게 불리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또 쌀목표가격 설정의 기초 단위가 80kg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높다는 인식을 풍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쌀 생산 농민들은 쌀값의 단위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관계자는 “쌀가격이 일시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농민들의 흘린 피와 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며 “쌀 목표가격을 설정하는 기본 단위가 소비자들에게 쌀값이 높다는 오해를 심어줄 수 있어 올바른 쌀 농업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10kg, 20kg 등 단위 변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 쌀 영향 ‘미미’
일부에서는 쌀값을 소비자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주요품목 중 하나로 치부하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소비자물가 지수에서 지난 5~6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대비 1.5% 상승했다. 0%대를 유지하던 지난 2015~2016년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소비자 물가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0.64%에 불과하다.

김윤식 경상대 교수도 “장바구니 물가의 상승원인을 감자, 쌀 등 주적으로 치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통계청에서 전체를 1000으로 해 가중치를 계산한다. 전체 품목중 쌀의 가중치는 낮지만 자주 접하면서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25일 기준 쌀값은 17만7052원이다. 지난해 7월 12만8500원보다 3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쌀값은 이 가격은 지난 2013년 수준이며 2017년 수확기 산지 쌀값도 지난 1997년 가격과 동일한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난해 수급불균형으로 쌀값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평년 수준을 회복중이라는 설명이다. 

김명환 GSnJ인스튜트 농정전략연구원장도 “경기침체와 저소득층의 고용불안이 심해지면서 기초 식량인 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단경기 쌀가격 상승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좋지 않다”며 “정부에서 추가 쌀 방출을 해야 하지만 수확기를 앞두고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며 공석인 장관 자리에 결정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쌀들.

 

1kg단위로 계산하면 ‘2350원’ 
소비자 50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현재 쌀값에 대해 88%가 ‘비싸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농민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목표가격이 18만8000원에서 상승한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느냐’는 질문에 ‘공감한다’가 32%, ‘관심없다’가 44%, ‘공감하지 못한다’가 24%에 달했다. 70%에 가까운 소비자가 무관심 또는 공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조사에 참가한 소비자는 “현재 쌀값이 이전보다 많이 올랐다”며 “목표가격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18만8000원이면 농산물 중에 비싼 축에 속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목표가격 기준 단위가 80kg인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 82%가 ‘모른다’로 응답했다. 

목표가격 단위에 대해 설명후 소비자에게 공감 여부를 다시 질문하자 ‘공감한다’가 84%로 크게 상승함을 보였다. 쌀목표가격에 대해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오해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사에 참가한 인천의 송용화씨는 “쌀 목표가격 18만8000원이라는 금액이 80kg 기준인 것을 처음 알았다”며 “1kg으로 환산하면 2350원 정도에 불과하다. 생존권을 주장하는 쌀 생산 농민들의 입장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80kg에 18만8000원인 벼를 20kg으로 계산하면 4만7000원, 10kg으로 계산하게 되면 2만3500원이다.  

이에 쌀전업농 관계자도 “쌀목표가격 재협상에서 국민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라도 80kg 단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농협, 쌀 단위 조정 ‘긍정’
정부와 농협에서도 쌀 단위를 내리는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자료의 지수 흐름 등 행정의 편의성을 이유로 현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다. 농협 관계자도 유통 과정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단위 변경 문제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백형일 농협 양곡기획팀장은 “10년전 쌀값은 20kg 기준 4만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3만원 대 까지 떨어졌다”며 “10년 동안 모든 물가가 30% 이상 올랐지만 쌀은 그대로다. 쌀 20kg으로 공깃밥 200그릇이 나오며 가격으로 환산하면 220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이미 농식품부 자료등 일부에서는 20kg 단위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과거 지수와 흐름을 비교하는 부분에서 80kg단위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며 농협에서도 단위 조정에 커다란 문제가 없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쌀이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몰리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검토 의사를 내놨다.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은 “과거부터 80kg으로 쌀목표가격이 산출돼 왔다. 통계 자료의 일관성과 자료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계속 사용해 왔다”며 “실제 시장에서 20, 10kg 단위 쌀이 시장 유통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쌀이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몰리는게 맞지 않다”며 “소비자의 인식 전환을 위해 진지하게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