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 HACCP 의무화]...그냥도 잘 하고 있는 HACCP 의무화 ‘왜’
[논란 속 HACCP 의무화]...그냥도 잘 하고 있는 HACCP 의무화 ‘왜’
  • 최정민 기자 cjm@newsfarm.co.kr
  • 승인 2018.08.0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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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단협 “의무화는 이중 규제에 불과해”
HACCP, 한돈 2012년 25.5%→현재 65.8%
전 세계 HACCP 의무화 사례 없어

(한국농업신문=최정민 기자)HACCP 의무화를 두고 정부와 축산단체 간의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축산농장 HACCP 의무화는 지난해 정부가 대규모 산란계 농장과 종축장에 대해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해 일정규모 이상 축산 전업농에 HACCP 의무 적용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정부 식품안전개선 종합대책 발표 이후 가시화 됐다.

이후 지난 7월 정춘숙의원이 대규모 산란계 농장, 종축장부터 가축사육시설에 대해 단계적으로 자체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작성‧운영할 의무를 부과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축산물 위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런 의무 규정 자체가 HACCP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 이중 규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축단협 “HACCP 의무화는 정부 과도한 규제”
지난 6일 축산관련단체협의회(회장 문정진)는 ‘축산물 위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의견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하고 축산농장 HACCP 의무화를 두고 정부의 과도한 규제라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2018년 기준 각 축종별 HACCP 인증 현황을 살펴보면, 산란계 88.6%, 육계 79.9%, 오리 53.8%, 한돈 65.8%, 한우 29.1%, 젖소 14.8% 등으로 조사됐다.

HACCP 의무화와 관련해 축산단체는 HACCP이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 이중 규제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축산단체 관계자는 “애초 HACCP은 NASA에서 우주인을 위한 식품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가축생산성 및 가축질병 관리 등의 목적이 될 수 없다”면서 “축산물안전성에 대해서는 이미 ‘약사법’ 및 ‘축산물위생관리법’, ‘동물용의약품 등 취급규칙’ 등에 따라 항생제, 동물약품은 매우 세분화되어 관련법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보여주기식 규제 강화일 뿐
이미 세분화된 개별 법령 및 규정이 있음에도 축산물안전을 위해 HACCP를 적용한다는 것은 HACCP 도입 필요성 자체의 문제로 정부의 형식적인 ‘보여주기식 규제 강화’라는 것이 축산단체의 주장이다.

축단협 측은 “필요성이 없는 제도의 도입은 단순히 보여주기식 규제 강화로 밖에 보일 수 없다”며 “HACCP를 의무화 할 경우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지도 의문이며, 위반시 벌금, 과태료, HACCP 지정취소 및 정책적 패널티가 중복 적용되어 축산농가의 이중규제로 작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무화 조치, 축산농가 생산성 하락과 직결
HACCP 의무화는 과다한 서류로 인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이는 곧 축산농가의 생산성 하락으로 직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식약처에 제출한 축단협의 의견을 살펴보면, HACCP에 필요한 평가항목은 총 73~85가지에 달하며 이를 매일 관리하고 기록하는데 많은 시간과 인력이 소요된다. 대부분 가족농 형태인 국내 축산농가 현실상 가축을 사육하고 생산성을 높이는데 소모해야 할 시간이 줄어 곧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며,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농가들의 HACCP 의무화는 생산성 하락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축단협 측은 “많은 농가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며 “농장주가 고령화된 경우 등에는 불가피한 신규인력 채용이 필요하고 이는 곧 생산비 상승, 경쟁력 약화의 원인이 될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HACCP 의무화하는 국가 없어
또 “전 세계에서 HACCP을 의무화하는 국가는 없다”며 “국내 축산농가에 대한 규제 적용 시 오히려 수입육은 HACCP 인증없이 판매되게 되어 국내산 축산물의 역차별이 발생될 것이며 이는 국내산 축산물 자급율 하락 및 수입 축산물 소비확대의 상황까지 우려되는 부분이 한 두 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주요국가 축산농가 HACCP 의무화 여부를 살펴보면, 국내의 경우 축산물위생관리법으로 현재 자율화, 일본은 가축질병예방법으로 자율화, 유럽의 경우 역시 EU Regulation(위생‧보호)로 자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반면 캐나다의 경우 가축질병예방법‧동물보호법 적용으로 의무화하고 있지만 HACCP 보다 낮은 수준의 의무관리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자율적 정착에 제도화는 걸림돌
특히 이번 HACCP 의무화는 자율적 HACCP 정착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자율적 HACCP으로 HACCP 인증농가의 증가율을 살펴보면 한돈의 경우 지난 2012년 25.5% 였던 것이 2018년 현재 65.8%로 크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으며, 축종별 HACCP 인증률을 보면 산란계 88.6%, 육계 79.9% 등 안정적으로 정착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충남의 HACCP 인증 한 양돈농가 대표는 “필요해 의해 선택을 했다. 하지만 여건과 상황에 맞춰 진행을 해야 할 것을 무조건 제도에 맞춰 하라고 한다면 많은 축산농가에서 어려움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축단협 관계자 역시 “무조건적인 법적 제도화는 오히려 HACCP에 대한 거부감과 준비되지 안은 축산농가들의 형식적인 기록, 기록 조작 등의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라며 “HACCP 인증 축산물에 대한 신뢰도 역시 하락시킬 수 있는 위험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정부-생산자 협업 통해 HACCP 정착 가능해
현재 정부는 2022년까지 전업농 규모의 50%까지 HACCP 인증을 진행한다는 계획으로, 축단협 측은 이런 정부 의견과 관련해 굳이 의무화 규제 없이도 정부와 생산자가 함께 노력할 경우 정부가 계획한 전업농 규모 50%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축단협 측은 “굳이 의무화가 아니더라도 제도개선과 지원을 통한 인증 확대가 필요하다”며 “축산농가는 HACCP 이외에도 축산업 이력신고, 가축분뇨법에 따른 각종 기록의무, 통계청 조사 등 같거나 비슷한 내용을 중복해서 관리하고 있다. 동일내용에 대한 통합관리로 기록의무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 농가 스스로 HACCP를 적용코자 많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직불금, 정책적 지원 등은 전혀 없어 어려움이 많아 축산농가 HACCP 확대를 위해서는 정책적 인센티브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정책적 확대 후 최종 의무화를 검토하는 방안으로 정부의 HACCP 인증 제도개선 및 지원으로 전체 축산농가의 대부분이 HACCP을 적용토록 유도하고 최종 의무화를 검토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